공정위, 장고 끝 메가스터디·공단기 기업결합 불허
패스 등 독과점 취약 구조, 독점 뒤 가격인상 패턴
심사관 조건부승인 의견 뒤집고 전원회의 불허 결정
“수험생 보호 바람직” 메가, 주식계약 취득 안할 듯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경쟁당국이 초대형 공무원 교육기업 탄생에 제동을 걸었다. 수험생과 업계를 중심으로 시장독과점 우려가 제기된 공시학원 1·2위 기업인 에스티유니타스(공단기)와 메가스터디의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그간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 조건부 승인으론 인기강사와 수강생 집중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패스상품 등 공무원학원 시장 특성을 제대로 파악한 결정이란 분석이 나온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그간 교육계 주요 관심사였던 메가스터디교육과 에스티유니타스 간 기업결합을 불허키로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무원 시험 강의 시장에서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메가스터디는 지난 2022년 10월 에스티유니타스 지분 95.9%를 18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히며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다. 일반적으로 공정위 기업결합 심의는 30일 내 심사토록 규정돼 있고 최대 90일까지 연장이 가능하지만, 양사 기업결합의 경우 공무원 교육시장 내 독과점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상당해 결론이 계속 미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 공무원 학원은 대체로 단과 중심으로 학생들은 유명강사가 있는 학원을 돌아가면서 수강하는 형태였지만, 2010년대 공단기가 과목별 유명강사를 섭외하고 프리패스 제도를 내놓으면서 경쟁학원과 격차를 키웠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 정도부터 메가스터디가 공시 시장에 진입하면서 공단기와 똑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공단기에 있는 1타 강사들을 끌어오면서 점유율을 높여왔다”고 덧붙였다.

공단기는 지난 2012년 한 번의 구매로 모든 강의를 수강할 수 잇는 패스 상품을 출시했다. 이에 기존 단과 수강 중심의 학원 운영방식에 큰 변화가 생겼다. 패스상품을 저가로 내놓은 공단기에 수강생들이 몰렸고, 인기강사들도 공단기로 쏠리면서 독보적인 업계 1위로 올라섰다. 다만, 2019년 메가스터디 진출 이후론 점유율이 다소 낮아지며 양사 경쟁 체제로 재편됐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두 기업이 합쳐지면 공시계 거대 공룡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공정위는 양사 점유율에 대해 2020년 70.1%, 2021년 67.4%, 2022년 67.9%로 추산했다. M&A가 현실화하면 후발기업의 시장진입이 더욱 어려워지고 가격 인상 등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됐다. 

2010년대 중반 일반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A씨는 “당시 노량진에서 공단기가 대세라 숨마투스 프리패스를 구매했는데 매년 가격이 많이 올라서 미리 끊길 잘했단 생각을 한 적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12년 공단기가 처음 내놓은 패스상품은 30만원대였지만, 시장점유율이 올라가면서 점차 가격도 상승, 독점체제가 공고해진 2019년엔 160만원대까지 올랐다. 다만, 메가스터디가 시장에 진입한 뒤로는 공단기 패스상품 가격도 다시 110만원 정도로 내렸다. 

이번 기업결합 심사를 두고 업계에서는 자산매각이나 시정조치(가격인상 제한, 인기강사 경쟁사 분산) 등 조건부 승인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하지만, 경쟁당국은 조건부 승인 만으론 가격인상과 경쟁 제한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 예상을 깨고 기업결합을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

심사 과정에서 공정위 심사관은 조건부 승인을 의견으로 제시했으나 전원회의에서 이보다 강한 불허 조치를 냈다. 이는 기업결합 심사 사상 처음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결합이 수강료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서 경제분석을 실시했는데 그 결과에서도 결합 후에 당사회사가 가격을 인상할 유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교육시장에 높게 형성된 메가스터디의 브랜드 인지도, 신뢰도 그리고 경영노하우, 자금력 등을 고려할 때 결합 후 경쟁자들이 대응하기엔 일정한 한계가 존재하고 시장집중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어 경쟁제한 우려가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결정을 두고 수험생 보호 측면에서 바람직하단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패스제도, 공시학원이 가진 특성을 제대로 파악했다고 보여진다”며 “패스제도는 특정 학원 쏠림을 가속화하는 측면이 있고, 독점으로 인한 부담, 수강료 인상은 20~30대 수험생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메가스터디는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 이후 기업결합 신고를 철회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결합 결과에 관계없이 (메가스터디가) 결합을 추진하고 저희한테 사후신고를 다시 하는 과정을 거치면 (기업결합 재추진)이 가능은 하다”면서도 “이번에 금지 결정 조치를 받기 때문에 그렇게 동일한 효과를 받는 행동은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메가스터디는 공정위에 제출한 철회서에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이번 주식계약 취득으로까지는 나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회신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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