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숙 행장, 조달구조·비이자 개선 선언했지만 성과 '글쎄'
거래소와 계약하면 저원가성예금, 수수료수익 확대 가능

서울 송파 Sh수협은행 본점 / 사진=Sh수협은행
서울 송파 Sh수협은행 본점 / 사진=Sh수협은행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수협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와 계약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어 관심이 모인다. 수협은행은 강신숙 행장이 취임 이후 목표로 선언했던 저원가성예금·비이자사업 확대를 위해 이번 신사업을 검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 행장 취임 후 1년 동안 저원가성예금·비이자사업 부문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은 최근 가상자산 시장과 관련된 사업을 검토 중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는 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은행이 진행하고 있는 가상자산 사업 중 거래소와 계좌 계약은 핵심이다. 현재 신한·농협·전북은행을 비롯해 인터넷은행인 카카오·케이뱅크 등이 거래소에 계좌를 발급해주고 있다. 일각에선 수협은행이 특정 업체와 계약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온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고 가상자산과 관련한 사업의 가능성을 따져보는 수준”이라며 “특정 업체와 계약을 맺으려 한다는 사실은 전혀 들은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  

수협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와 사업을 고려하는 이유는 저원가성예금과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실명계좌 계약을 맺으면 해당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은 수협은행 수시입출금 계좌를 개설하게 된다. 금리가 사실상 0%인 예금 규모가 증가하는 것이다. 이 계좌에 들어온 자금을 운용하면 은행의 수익성도 그만큼 올라간다. 

이와 함께 수협은행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계좌를 발급해주는 대가로 수수료이익도 챙길 수 있다. 이용자들이 은행 계좌를 통해 원화를 입출금할 때마다 300~1000원 가량을 은행에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시장이 호황을 누려 거래량이 불어나면 그만큼 저원가성예금과 수수료수익도 늘어난다. 국내 은행 중 케이뱅크는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에 계좌를 발급해줘 대규모 저원가성예금과 수수료이익을 확보한 바 있다. 

강 행장은 지난 2022년 초 취임과 함께 저원가성예금 비중을 늘려 조달구조를 개선하고, 비이자사업을 확대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립하겠다 밝혔다. 이 가운데 비이자사업은 여전히 부진했다. 수협은행은 지난해 비이자부문에서 559억원의 손실을 거뒀다. 1년 전(-680억원)과 비교해 손실 규모는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를 냈다. 무엇보다 수수료이익을 늘릴 만한 사업이 마땅히 없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저원가성예금 확대도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수협은행의 저원가성예금 규모 자체는 늘었다. 2023년 12월 말 수협은행의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MMDA)를 합한 규모는 12조2886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약 6.6%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예·적금(예수부채) 가운데 저원가성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6.8%로 1년 전(27.1%)과 비교해 소폭 낮아졌다. 강 행장이 강조한 ‘조달구조 개선’을 위해선 아직 갈길이 먼 셈이다. 그가 올해 신년사에서도 저원가성예금 확보를 강조한 이유다. 

다만 가상자산 거래소와 실제로 사업을 진행할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거래소와 실명계좌 계약을 맺어도 당국이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정금융정보법이 시행된 이후 금융당국은 거래소-은행 간 신규 실명계좌 계약에 대해선 허가를 내주는 것을 꺼리고 있다.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 한빗코와 광주은행이 실명계좌 계약을 맺어 금융당국에 허가를 신청했지만 당국은 승인해주지 않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자산 관련 사업은 위험성이 있어 은행들이 쉽게 시도하긴 어렵다"라면서 "수협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와 계약을 실제로 맺더라도 대형 거래소가 아니라면 실제로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자료=Sh수협은행,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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