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참여했던 루미르, 전날 상장예비심사 청구
국내 최초 민간 우주 발사체 올린 이노스페이스도 심사 중
우주청 설립에 글로벌 민간 기업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관심↑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보기 드물었던 우주항공 관련 스타트업들이 최근 연이어 상장 채비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정부의 우주항공청 설립과 더불어 글로벌 민간 기업들의 우주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물을 만났다는 평가다. 다만 아직 꿈을 좇고 있는 단계라는 점에서 상장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우주항공 스타트업 루미르는 코스닥 시장 입성을 위해 전날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2009년 설립된 루미르는 발사체에 탑재되는 초소형 위성과 같은 제품을 제조한다. 지난해 발사된 누리호에는 이 회사가 개발한 우주 방사능탐지 큐브 위성이 실리기도 했다.

우주항공 스타트업의 상장 도전은 이뿐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국내 민간 우주 발사체 제조 기업인 이노스페이스는 미래에셋증권 주관하에 지난해 12월 8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엔진 비행 성능 검증용 시험발사체 '한빛-TLV' 발사에 최종 성공하며 국내 최초의 민간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는 기록을 썼다.

표=김은실 디자이너.
표=김은실 디자이너.

아직 상장예비심사를 내진 않았지만 올해 상장을 추진하려는 기업도 다수다. 초소형 위성을 만드는 우주 스타트업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지난해 상장 주관사를 삼성증권으로 낙점하고 올해 중 증시 입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소형 로켓 개발사인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올해 상장을 도전할 예정이다. 

그동안 우주항공 관련 기업은 IPO 시장에서 좀처럼 보기 쉽지 않았다. 최근 5년 기준 우주항공 관련 기업의 상장 건수는 3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순수 우주항공 기업이 아니라 방위 산업과 병행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특히 우주항공 스타트업의 상장은 최근에서야 이뤄졌는데, 지난해 11월 상장한 컨텍이 1호 우주항공 스타트업 상장이었다. 

최근 우주 개척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이 모멘텀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의 경우 정부 주도로 우주항공청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우주항공청은 미래 우주 분야의 핵심 경쟁력 확보, 민간 중심 우주산업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기관으로 오는 5월 중 개청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부는 2027년까지 우주 개발 예산을 1조5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글로벌 민간 기업들의 적극적인 우주 개발로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분위기를 끌어올린 요소로 풀이된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최근 대형 우주선인 ‘스타십’ 발사를 통해 우주여행 현실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우주 기업 인튜이티브머신스도 지난달 22일 민간 기업 최초로 무인 달 탐사선 ‘오디세우스’를 달에 착륙시키기도 했다.

각국 정부와 글로벌 민간 기업의 우주 개발 가속화에 관련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우주항공 IPO에 긍정적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전 세계 우주 경제 규모는 2020년 3850억달러(약 512조원)에서 2040년에는 1조1000억달러(약 1465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시장 확대의 과실을 아직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IPO의 리스크 요소로 평가된다. 상장에 도전하는 우주항공 스타트업 대다수가 적자 기업으로 기술특례 상장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미래 실적 ‘뻥튀기’ 이슈 탓에 기술특례 상장 제도를 활용하는 기업들을 더욱 깐깐하게 심사하는 상황이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AI(인공지능)와 반도체, 바이오 등이 증시에서 뜨거운 상황이지만, 우주청 개청이나 달 탐사 프로젝트와 같은 모멘텀들이 지속해서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주항공도 시장에서 주목할만한 섹터”라면서도 “아직 꿈이 숫자(실적)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투자자에게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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