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3구역, 현대건설의 공사비 인상에 협상력으로 대응
시공사 교체 어려운데도···반포1단지 1·2·4주구도 착공 후 공사비 협상

정비사업분야에서 시공사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강남권 주요 정비사업장에서도 시공사 선정 유찰이 거듭되자, 늘어가는 공사비가 부담이지만 계약해지 엄포를 놓는 조합은 사라진 것이다. / 이미지=시사저널e DB
정비사업분야에서 시공사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강남권 주요 정비사업장에서도 시공사 선정 유찰이 거듭되자, 늘어가는 공사비가 부담이지만 계약해지 엄포를 놓는 조합은 사라진 것이다. / 이미지=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정비업계에서 조합의 시공사 계약해지 엄포가 사라지고 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시공사가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엄포를 놓던 조합들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협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익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서울 강남권 정비사업장조차 시공사를 못 찾는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대안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건축 조합은 현대건설과 공사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조합은 빠르면 이번 주중 협의가 상당부분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업장은 6개월 전인 지난해 9월 정기총회에서 시공사 선정 취소 및 공사도급 가계약 해지를 예고해 정비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바 있다. 당시 양측은 공사비 인상을 두고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가 역타설계, 커튼월룩을 배제하는 조건으로 평당 공사비를 700만원 초중반대까지 낮추고 12월까지 공사비를 담은 계약서를 내는 조건으로 총회에서 안건이 극적으로 취소됐다.

이후 현대건설은 약속한 기한보다 다소 늦은 올해 1월 중순 공사비를 제안했다. 현대건설이 제안한 공사비는 3.3㎡ 당 830만3000만원으로 약속했던 700만원 초·중반대와는 차이가 있었다. 이에 조합은 반려했고 현대건설은 이달 중순 다시 789만원을 제안했다. 역시 약속과는 거리가 있지만 조합은 다음 달 말 총회를 열고 사업비 변동(추가) 등의 안건과 함께 시공사와의 본계약 체결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목표는 올해 6월 이주 개시다.

조합은 해당 조건이 흡족한 수준은 아니지만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지정환 홍제3구역 조합장은 “시공사의 제안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 시공사 계약해지 안건 상정도 거론 했었지만 지금은 공사비 인상에 따른 시공사 입장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에서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됨에 따라 60여개의 정비사업장이 시공사 찾기에 나설 것”이라며 다른 시공사를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건설도 갈등 봉합을 위해 조합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협상을 통해 원활히 공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군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장으로 불리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역시 공사비 인상 요구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협상으로 분위기를 이끌어가겠다는 분위기다. 해당 사업장의 시공사이기도 한 현대건설은 약 두달 전 공사비를 기존 2조6363억원에서 4조775억원으로 1조4000억원 가량 증액을 요구했다. 3.3㎡당 공사비는 548만원에서 829만원으로 51.2%나 급등했지만 조합은 착공 후 시공사 교체가 쉽지 않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착공부터 먼저 한 후 협상으로 해결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김태호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장은 최근 조합원 상대로 보낸 문자에서 “공사비 협상 없이 착공을 할 경우 시공사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상호간에 공사비 협상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조합들이 이같은 결정을 하는 것은 최근 서울의 정비사업장은 입지적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시공사를 선정 입찰에서 유찰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실제 서초구 신반포27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 1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한 곳도 없었다. 송파구 잠실우성4차아파트 재건축조합도 거듭된 유찰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세 번째 입찰공고를 낸 상태다. 일부 조합들은 공사비를 올려 다시 시공사 찾기에 나서는 등 시공사 몸값은 높아져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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