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DL이앤씨·HDC현산 배당확대···건설 부진에 투자 유인책
GS건설·코오롱글로벌 오너 일가 사내이사로···책임경영·의사결정 강화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주요 건설사의 정기주주총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올해 주총 키워드는 주주환원 강화와 신사업 경쟁력 강화·세대교체 등이 꼽힌다.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를 대비해 체질 개선을 통한 중장기 전략 수립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업황 불확실성 커”···주주환원 정책으로 신규 투자 기대

21일 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올해부터 3년간 연결기준 순이익의 25%(현금배당 10%, 자사주 매입 15%)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는 기존 주주환원율 15%(현금배당 10%, 자사주 매입 5%) 대비 10% 포인트 개선된 것이다. 또 발행주식총수의 7.6% 규모 자사주 294만주(약 1083억원)를 소각하기로 했다.

삼성물산도 주주환원에 나섰다. 앞서 지난 1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보통주 1주당 2550원, 우선주 1주당 2600원 총 4173억원 규모 현금배당을 결정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현금 배당 규모는 지난해(3764억원)보다 10.9% 확대됐다. 아울러 보통주 781만주(지분율 4.2%)와 자사가 보유한 우선주 전량인 16만주(지분율 9.8%) 등 약 1조원어치를 소각하는 안도 의결했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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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주총을 앞둔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현금배당 및 배당 기준일 변경 등을 결의했다. 이사회에서 결의된 현금배당은 1주당 700원이며 현금배당금 총액은 449억원 규모다. 이는 2018년 지주사 분할 뒤 가장 높은 주당 배당금이다.

건설사들이 저마다 주주친화 정책에 나선 건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 인상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 등 건설업황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데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는 건 의외다”며 “신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허윤홍 GS건설 사장·이웅열 코오롱그룹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 통해 영향력 강화

세대교체를 통한 오너 경영 확대도 이번 주총의 관전포인트다.  GS건설은 29일 열릴 주총에서 오너일가 4세인 허윤홍 사장을 임기 3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허 사장은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지난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최근 부친인 허 회장이 주식을 증여하며 보유 지분 3.89%로 회사의 2대 주주에 올랐다. 산업계 경영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등기이사 선임을 통해 ‘책임 경영’을 강화하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코오롱글로벌은 28일 주총에서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이사 겸 코오롱 전략 부문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이원만 코오롱그룹 창업주의 증손자이자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작년 말 인사에서 그룹 부회장으로 추대됐다. 이 부회장이 이사진으로 합류가 되면 그룹 내 전반적인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엔지니어링, 33년 만에 사명 교체 

사명을 변경하는 건설사들도 눈에 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21일 주총에서 사명을 ‘삼성E&A’로 교체하겠다는 정관 변경안을 내놨다. 1978년 삼성그룹에 인수된 후 1991년 삼성엔지니어링으로 사명을 바꾼 지 33년 만이다. 미래사업 대상인 에너지(Energy)와 환경(Environment)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엔지니어링업의 선도자로서 변화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측은 “지난해 비전 선포 및 중장기 전략 수립 등 미래 구상 과정에서 변화된 비즈니스 환경과 미래 확장성을 반영한 새 사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해 사명 변경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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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C이테크건설도 지난 20일 열린 주총에서 사명을 ‘SGC이앤씨’(SGC E&C)로 바꾸는 안건을 의결했다. 2020년 SGC그룹이 군장에너지·이테크건설·삼광글라스의 분할합병을 추진하면서 이테크건설의 사명을 SGC이테크건설로 바꾼 지 4년 만에 사명을 교체하게 됐다. 사명은 엔지니어링(Engineering)과 건설(Construction)의 영문 앞 글자를 딴 것으로 독보적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EPC(설계·조달·시공)의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신사업 확장 의지 밝히며 중장기 전략 수립

신사업 확장 의지를 드러낸 건설사들도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주총에서 모듈러·그린 수소·에너지 솔루션·스마트시티 홈 플랫폼 등 차세대 기술 확보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상품 차별화를 시도해 고수익 사업 구조로의 전환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소형모듈원전(SMR)과 수소 등을 기반으로 한 사업계획을 내놨다.

DL이앤씨는 탈탄소 솔루션 전문 자회사인 카본코를 앞세워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중점 개발해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우건설 역시 오는 28일 정기총회를 통해 자원순환·시니어, 태양광·2차 전지 재활용·모듈러·수처리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계획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잿값 인상 등으로 인해 주택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건설사들이 체질 개선에 나서는 모양새다”며 “이번 주총에서도 사업 구조를 탈피하고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신사업 비전을 제시하는 등 건설사들의 다양한 고민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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