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라인은 성능도 차별화, 레드라인은 소소한 형태 변화
전문가 “고성능 브랜드 유무 따른 감성 차이도 영향”

GM 한국사업장이 지난 14일 출시한 2025년형 트랙스 크로스오버 레드라인. / 사진=GM 한국사업장
GM 한국사업장이 지난 14일 출시한 2025년형 트랙스 크로스오버 레드라인. / 사진=GM 한국사업장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트랙스 레드라인, 빨간 줄 하나 긋고 가격 얼마나 올리려고 하나.”(누리꾼 A씨)

“쏘나타 엔라인이 인기 있는 이유는 디자인 반, 성능 반이다.”(누리꾼 B씨)

현대자동차, GM 한국사업장(한국GM) 등 국산차 업체들이 현재 판매 중인 디자인 차별화 트림을 두고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 차이가, 통상 더 비싼 디자인 차별화 트림에 대한 평가 차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한국GM, KG모빌리티(KGM)는 각각 일부 차종에 디자인 차별화 트림을 도입·운영하고 있다.

현대차 N라인, 한국GM 레드라인, KGM 블랙 에디션 등 디자인 차별화 트림이 브랜드별 차량에 투입됐다. 3사는 남들과 다른 디자인을 갖춰 더 큰 희소성을 갖춘 차량을 갖고 싶어하는 고객 니즈를 고려해 디자인 차별화 트림을 운영하고 있다.

각 제조사가 디자인 차별화 트림을 도입한 차종은 각사 제품 중 비교적 인기를 모으는 모델이라는 공통점을 보인다. 현대차는 코나, 투싼, 아반떼, 쏘나타 등 내연기관차 4종을 비롯해 최근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코나 일렉트릭에 N라인을 추가했다. 또한 한국GM 트랙스 크로스오버·트래버, KGM 토레스·코란도 등 모델에 디자인 차별화 트림이 적용됐다.

더 뉴 아반떼 N라인. / 사진=현대차
더 뉴 아반떼 N라인. / 사진=현대차

◇현대차, N 브랜드로 고성능 감성 전달에 성공

다만 제조사별 디자인 차별화 트림에 대한 일부 소비자들의 반응은 나뉘고 있다. 업계에서는 브랜드별 디자인 차별화 트림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이유를 각사 라인업 전략 차이에서 찾는다. 현대차가 고성능 브랜드 N을 국내외에서 운영하며 ‘역동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반면, 한국GM과 KGM은 단일화한 브랜드 전략을 고수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모터스포츠 대회에 참가해 우승하는 등 성과를 거두며 얻은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성능 N 차량을 개발했다. 현재 국내에서 아반떼 N과 아이오닉5 N을 판매 중이다.

반면 한국GM, KGM은 모터스포츠에 참여하거나 고성능 브랜드를 국내에서 운영하지 않고 있다. 또한 디자인 차별화 트림이 고객에게 단순한 차량개조(튜닝) 소재 이상의 매력을 드러내지 못하고 가격만 인상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25년형 트랙스 크로스오버 레드라인의 탑승공간 전경. 시트에 붉은 포인트가 전용 디자인 요소 중 하나로 적용돼 있다. / 사진=GM 한국사업장
2025년형 트랙스 크로스오버 레드라인의 탑승공간 전경. 시트에 붉은 포인트가 전용 디자인 요소 중 하나로 적용돼 있다. / 사진=GM 한국사업장

실제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레드라인은 이전 모델의 LT트림을 대체하는 동시에 신규 디자인을 추가했는데, 하위 트림(LS) 대비 가격(개별소비세 5.0%) 차이는 지난해 LT(320만원)보다 더 높은 407만원 차이가 난다. 레드라인의 사양 구성이 루프랙 추가 등 세부 요소를 빼고 LT와 대부분 동일한 점을 고려할 때, 신규 디자인 적용에 87만원가량 인상된 셈이다.

현대차 아반떼 N라인(모던, 2392만원)도 바로 아래 트림인 아반떼 모던(2273만원)에 비해 119만원 비싸지만 머플러, 스포일러, 사이드 스커트 등에 전용 디자인 요소를 적용해 외관 차별화의 수준을 높이고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과 풀LED헤드램프 등 차량 이용경험을 향상시키는 사양이 적용됐다. 이 같은 상품성 차이는 아반떼 N라인의 가격 인상폭에 대한 고객 수용도가 트랙스 크로스오버 레드라인에 비해 높은 이유로 꼽힌다.

현대차 N라인의 판매 비중이 실제 유의미한 수준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더 뉴 아반떼의 N라인 두 트림 판매량은 334대로, 전체 3만9606대의 0.8%에 불과하다. 뉴 쏘나타 N라인 판매량도 총 322대로, 전체(1만7160대)의 1.9%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N라인에 대한 고객들의 정서적 반응이 곧장 판매실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다만 현대차가 일반 트림 대비 N라인의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하는 등 비교적 합리적인 방식으로 선택지를 넓혔다는 평가다. 트랙스, 트래버스의 레드라인은 일반 트림과 비교해 핵심 구성장치 차이가 없어 판매량이 별도 집계되지 않는 상황이다.

노재승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현대차 N라인은 BMW M스포츠, 벤츠 AMG라인과 같이 고성능 브랜드 감성을 원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 효과를 내고 있다”며 “한국GM이 고성능 감성 측면에서 국내 소비자와 접점을 찾기 어려운 가운데 레드라인의 가격 인상폭을 똑같이 두고 성능을 차별화한다면 고객에 어필할 여지가 생길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GM 한국사업장이 판매중인 쉐보레 차량들. / 사진=GM 한국사업장 공식 홈페이지
GM 한국사업장이 판매중인 쉐보레 차량들. / 사진=GM 한국사업장 공식 홈페이지

◇한국GM “라인업 전략에 고심 중”

한국GM은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디자인 차별화 트림에 대한 고객 니즈를 확인해 레드라인을 도입했다는 입장이다. 2025년형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계약 건수 중 레드라인의 비중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앞서 운영한 LT트림과 비교해, 레드라인의 계약 비중이 LS트림 비중과 더 큰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관계자는 “레드라인이 선호도 있는 사양들로 구성된 중간 가격의 트림이라는 긍정적인 고객 반응도 있다”며 “한국GM은 또한 레드라인 상위 트림인 RS와 액티브에 최신 커넥티비티 서비스 온스타를 신규 탑재하고 가격을 동결하는 등 라인업 전체 관점에서 (설득력있는 가격) 전략 마련에 고심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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