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기술적으로 해소 어려워···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층간소음은 기술적으로 완전히 없앨 수 없습니다. 층간소음을 막기 위해선 바닥이 두꺼워져야 하고, 그 중량을 버티기 위해 기둥도 두꺼워져야 합니다. 이는 공간을 좁게 만들고 공사비가 상승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죠. 그런데 정부에서 무작정 층간소음이 발생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니 향후 발생할 파장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대형 건설사 실무자는 “층간소음을 없애는 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 밖에도 많은 건설사 관계자들이 정부가 내놓은 층간소음 대책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신규 입주하는 아파트가 바닥 소음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면 지자체의 준공 승인을 해주지 않기로 했다. 기준치 49데시벨(조용한 사무실 수준)을 초과 건설사는 보완시공을 해야 한다.

보완시공이 어렵다면 손해배상으로 갈음한다. 국토안전관리원이 발표한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손해배상 가이드라인 마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층간소음 기준 초과 시 재시공 전체 비용과 입주지체보상금을 포함해 배상액을 산정해야 한다. 국토안전관리원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지정된 ‘바닥충격음(층간소음) 성능 검사기관’이다. 정부는 이번 연구결과 등을 토대로 세부 기준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손해배상 금액은 가구당 수천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층간소음 기준 초과 시 서울 아파트 전용면적 84㎡ 기준 배상액이 가구당 최고 2800만원이다. 단지 규모가 1000가구일 경우 건설사가 물어야 할 손해배상금액은 280억원에 달한다. 규모가 작은 건설사의 경우 한 해 영업이익보다 높은 수준의 손해배상액이 책정된 셈이다.

업계에선 난색을 표한다. 층간소음을 막는 게 한계가 있고 보완 기술이 불명확하다는 게 그 이유다. 이번 방안은 2022년 8월 이후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한 아파트부터 적용된다. 첫 대상 단지들은 올 하반기에 준공 시기가 도래하는 데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문제는 손해배상금을 내준 여파가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층간소음을 줄이려면 바닥을 더 두껍게 지어야 한다. 이는 원자재 사용량 증가, 공기 연장, 층수 단축 등으로 이어져 분양가 상승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층간소음 방안을 실행하기 전 실효성 여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층간소음을 줄이고 분양가를 올리는 데 소비자들이 동의하는지, 기술적으로 층간소음을 막을 수 있는지 등 여러 방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시공자에 책임을 전가하는 정책만으론 층간소음 갈등을 봉합하기 어렵다. 층간소음 갈등은 소음 자체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심리·이해관계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돼 발생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인 만큼 근본적인 문제를 없애려면 전문적인 중재 기구를 마련하는 등 체계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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