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물량에 3조5847억 증거금···경쟁률 2390대1 로 비례 1주당 956만원
IPO기업들 일정 연기에 공모주 수요 독점···큰손 단타 놀이터 전락 우려도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하나32호스팩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에 무려 3조6000억원에 육박하는 증거금이 납입되면서 스팩과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단 일정상 하나32호스팩만 홀로 공모청약을 진행하면서 공모주 시장에 유입된 자금들이 일시적으로 집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상장한 스팩들이 상장 첫날 장 초반 주가가 공모가의 2배 이상 가격에 거래되는 일이 속출하면서 큰손들이 단타매매를 노리고 스팩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15억 물량에 ‘3조5847억’ 납입···배경은?

20일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 18~19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을 진행한 하나32호스팩의 청약증거금은 무려 3조5847억원으로 청약경쟁률이 2389.8 대1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21년 9월 상장한 유진스팩7호(경쟁률 3921.38 대1) 이후 2000대 1 이상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첫 스팩이자 유진스팩7호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청약경쟁률이다.

하나32호스팩은 총 60억원을 공모한다. 공모가는 2000원이고 공모주식수는 300만주다. 75%인 225만주(45억원)은 기관투자자에게 배정됐고 25%인 75만주(15억원)은 일반투자자에게 배정됐다. 일반투자자 배정물량 15억원 어치에 3조5847억원의 주문이 접수된 것이다.

일반 IPO기업 공모청약은 청약증거금으로 신청금액의 50%를 납입해야 하지만 스팩은 100%를 납입해야 한다. 75만주를 놓고 총 13만2940계좌에서 접수된 일반투자자 신청물량은 17억9235만200주다.

공모청약 물량의 절반인 37만5000주는 균등배정 물량이다. 총 13만2940건이 접수됐기에 1인당 균등배정 물량은 2.82주다.

비례배정 물량은 37만5000주로 비례배정 경쟁률은 4778.60 대1에 달한다. 공모가 2000원 스팩 1주를 비례배정 받기 위해서는 956만원의 증거금이 필요한 셈이다.

최근 공모주 시장의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스팩에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공모청약에 나섰던 유진스팩10호나 하나31호스팩의 경우 청약경쟁률이 1000대 1에 육박했다.

하지만 하나32호스팩처럼 청약경쟁률이 2000대 1을 넘어가는 경우는 없었다. 하나32호스팩의 경우 일정상 반사이익이 컸다는 분석이다. 통상 스팩 공모청약은 일반 IPO기업들과 일정이 겹치거나 다른 스팩과도 중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하나32호스팩은 경쟁 없이 홀로 공모 청약을 진행했다.

당초 이번주에는 하나32호스팩과 함께 코칩, 민테크, 이노그리드의 공모청약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코칩은 18~19일, 민테크는 19~20일, 이노그리드는 20~21일 공모청약 일정을 잡아놨다.

하지만 증권신고서 정정으로 이들의 청약일정은 모두 4월로 연기됐다. 이달 5일 민테크는 청약일정을 4월 23~24일로 변경했고 다음날에는 코칩이 4월 25~26일으로 청약일정을 정정했다. 이노그리드마저도 이달 15일 청약일정을 4월 29~30일로 연기했다.

결과적으로 일정상 하나32호스팩이 공모주 시장 수요를 독점할 수 있었다. 여기에 약 8조9700억원에 달했던 엔젤로보틱스 청약증거금도 19일 오전 환급되면서 하나32호스팩이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큰손들의 단타 놀이터?

일각에서는 최근 스팩들의 공모청약 경쟁률이 치솟는 배경으로 상장 첫날 단타매매를 노린 큰손들의 참여가 늘어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상장한 스팩들의 경우 상장 첫날 장 초반 공모가 2000원의 2~3배 달하는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상장한 유진스팩10호의 경우 상장 첫날 장중 6150원에 거래되기도 했고 이달 4일 상장한 SK증권제11호스팩은 장 초반 5700원까지 급등했다. BNK제2호스팩과 하나31호스팩 역시 장초반 4000원대 중후반까지 주가가 상승했다.

스팩은 일반 기업 IPO와 달리 페이퍼컴퍼니이기에 상장 첫날 주가가 상승할 이유가 없는 종목이다. 실제로 상장 첫날 주가가 급등했던 스팩들은 주가가 조정을 받으며 모두 공모가인 2000원 부근에서 그날 장을 마쳤다.

기관투자가들 역시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로 받은 물량을 상장 첫날 팔 경우 적지 않은 차익을 남길 수 있기에 물량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진행된 BNK제2호스팩의 수요예측에 참여하기 위한 계좌를 만들기 위해 기관투자자들이 서울 여의도 BNK투자증권 본점에서 새벽부터 대기하며 오픈런을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그동안 스팩시장이 과열될 때마다 보도자료를 내며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7월에도 “스팩은 다른 기업과의 합병이 유일한 목적이기에 합병전 주가는 공모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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