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들어 정제마진 하락, 유가와 반대로 움직이는 정제마진
1분기 호실적 예상했지만···수익성 하락에 이익 감소 우려

에쓰오일 울산 생산라인 모습. / 사진=에쓰오일
에쓰오일 울산 생산라인 모습. / 사진=에쓰오일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정유업계의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배럴당 15달러까지 치솟으며 1분기 호실적을 기대하게 했지만, 3월 들어 수익 마지노선까지 떨어지면서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강세를 보이던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이달 들어 급격하게 하락하는 모양새다. 2월 둘째주 정제마진은 15.0달러까지 오르며 지난해 4분기 평균인 4.1달러보다 약 3.7배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정제마진도 오르기 시작했다. 3월 19일(현지시간) WTI는 82.73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10월 31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브렌트유도 86.89달러로 지난해 10월 27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라크가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 합의를 준수하기 위해 원유 수출량을 1일 330만 배럴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또 러시아 정유시설을 타깃으로 한 우크라이나의 무인기(드론) 공격도 유가 강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글로벌 원유 시장에 공급 감소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가 상승한 셈이다.

정제마진은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을 가늠하는 지표다.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제외하고 정유사가 실질적으로 얻는 순익이다. 통상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그래피=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단, 3월에도 유가는 오르고 있지만 정제마진은 하락세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제마진도 함께 상승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않다.

중국 정유사들이 제품 생산량을 크게 늘린 것이 핵심 요인이다. 중국산 정유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많아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정제한 물량이 제 값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겨울이 지나가며 난방유 수요의 종료와 글로벌 경기둔화도 정제마진 하락을 부추긴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이 오르려면 석유제품 수요가 증가해야 한다”며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에 감산한 원유 공급량보다 줄어드는 제품 수요가 더 큰 상황이 계속되면서 정제마진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유사들은 올해 2월까지 크게 오른 정제마진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증권가도 마찬가지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1분기 예상 영업이익으로 각각 4599억원, 4756억원을 제시했다.

정제마진이 낮았던 지난해 4분기 대비 크게 개선된 수치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은 726억원, 에쓰오일은 76억원 등에 불과했다.

그러나 3월 들어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예상보다 낮은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높은 국제유가로 비싸게 구입한 원유로 제품을 생산해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큰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 흐름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1분기 실적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현재 시점에서는 수익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시장 수요에 맞게 생산량을 조절해 재고물량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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