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
글로벌 감산 기조·지정학적 리스크
증권업계 "2분기 유가 더 오른다"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중동 정세 악화에 따라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정유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정제마진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 상승에 힘입어 지난해 부진한 성적을 보였던 정유사들이 올해 1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유가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브랜트유 모두 지난해 10월 이후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특히 올해 들어 브렌트유는 17%, WTI는 20%가량 급등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5월 인도 WTI는 전거래일보다 1.16달러(1.36%) 상승한 배럴당 86.5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월 인도 브렌트유는 전거래일보다 1.30달러(1.45%) 오른 배럴당 90.6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우려가 유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투자분석실은 지난 5일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감산과 미중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강세 속에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가능성이 부각되며 유가가 연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 상승은 정유업체들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정제마진에 영향을 미친다. 통상 정제 마진은 유가와 정비례한다. 업계에 따르면 정제마진은 지난해 하반기 대비 3배 가까이 올랐다. 지난 2월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8.2달러까지 치솟았다.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5달러 선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이에 지난해 실적 부진에 시달렸던 정유사들도 올해 1분기부터는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일 것으로 분석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1분기 4676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4분기 76억원의 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고, 정유 부문에서만 2657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SK이노베이션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22.64% 증가한 4599억원으로 집계됐다.
HD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쪼그라들었지만 1분기 실적 회복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GS칼텍스는 올 1분기 정기보수를 진행하면서 수익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유가 강세가 2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 보고 있다. 정제마진도 함께 강세를 보이면서 정유사들도 실적 상승 추세를 이어나갈 것이란 분석이다.
위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2분기 아시아 지역 내 정기보수 집중에 따른 가동률 하락 및 러시아 휘발유 수출 금지 조치로 타이트한 공급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견조했던 수요 흐름이 계절적 성수기로 이어지며 상반기 정제마진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