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19일부터 ‘불기소 사건 서류’ 검찰에 안 보내
법무부 반대에도 관보 게재 후 시행되자 후속 대응
법조계 일각 “양 기관 관계정립 과정서 신경전” 해석

법무부와 공수처 기관 상징. / 출처=각 기관 홈페이지.
법무부와 공수처 기관 상징. / 출처=각 기관 홈페이지.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기소권 없는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경우 관련 서류를 검찰로 보내지 않는’ 사건사무규칙을 개정·시행하자 이를 반대해 온 법무부가 법제처 사후 심사 등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법무부는 ‘공수처의 사건사무규칙 개정이 대한민국 관보에 게재돼 시행된 것에 대한 후속 대응 방법이 무엇인가’라는 질의에 “법제업무 운영규정 제25조의2에 따라, 법령에 저촉되는 사항을 정한 규칙 등에 대해서는 법제처의 사후 심사가 가능하다”라고 공식 답변했다.

공수처의 개정 규칙이 법령에 저촉되고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인 만큼, 법제처에 사후 심사 요청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령인 법제업무 운영규정 제25조의2(훈령·예규 등의 사후 심사·검토)에 1항에 따르면 ‘법제처장은 훈령·예규 등을 수시로 심사·검토하고, ▲법령으로 정해야 할 사항을 훈령·예규 등으로 정하고 있거나 ▲법령에 저촉되는 사항 또는 불합리한 사항을 정한 훈령·예규 등이 있는 경우에는 심사의견을 작성해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제1항에 따라 심사의견을 통보받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관련 법령 또는 해당 훈령·예규 등에 반영해야 한다.

법무부는 공수처의 사건사무규칙 개정 내용이 법령에서 정해야할 것이거나 법령에 저촉 또는 불합리한 사항이라고 보는 것이다.

법무부는 또 “해석상 논란이 없도록 수사처(공수처) 검사의 불기소결정 범위를 명확히 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만큼, 국회 논의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공수처에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불기소결정 시 관계 서류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송부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공수처의 개정 사건사무규칙은 전날(19일) 대한민국 관보에 게재 후 시행됐다. 규칙 제31조제1항 본문 중 “공소제기요구 또는 제28조제2항의 불기소결정을”을 “공소제기요구”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공수처는 공수처 제도 운용상 나타난 미비점을 공수처법과 헌법재판소 및 법원의 결정에 근거해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법무부는 “법률의 명시적 규정이 없음에도 행정규칙으로 고소·고발인의 항고권과 재항고권을 박탈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크다”라며 반대 의견을 밝혀왔다. 공수처가 기소할 수 없음에도 불기소만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형사사법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법무부의 주장이다.

두 기관의 이번 충돌을 놓고 관계정립 과정에서의 신경전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11월 피관기관으로부터 15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감사원 3급 간부 김아무개를 기소해달라며 검찰에 사건을 보냈으나, 검찰은 지난 1월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며 사건을 공수처로 돌려보냈다. 이에 공수처는 “사전 논의도 없이 반송했다”며 사건 접수를 거부한 바 있다.

공수처 부장검사 출신 예상균 변호사(법무법인 케이디에이치 파트너 변호사)는 “이번 사태는 공수처법의 불완전성과 법무부·검찰-공수처 간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면서 “법무부와 검찰이 공수처를 과거 경찰처럼 취급(상호협력관계가 아닌 지휘관계)하자, 공수처는 법률상 해석의 여지가 있는 범위에서 규칙 개정을 통해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번 사안은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는 사건’에 대한 논란이다. 공수처에 ‘기소권이 있는 사건’에 대한 고소·고발인의 불복수단은 법원 재정신청 등 법률상 규정(공수처법 제29조 제1항)이 존재한다. 반면 ‘기소권이 없는 사건’에 대해서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