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1호’ 한양, 현대·포스코 앞다퉈 파격 조건 내세워
16개 단지서 재건축 사업 진행···용적률 상향으로 사업성 높아져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여의도 한양을 시작으로 여의도 재건축 시장이 건설사들의 수주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여의도는 16개 단지에서 재건축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가 금융중심지 조성에 나서면서 용적률 등이 크게 완화돼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압구정 등 강남 한강 조망권 단지 수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건설사들이 주목하는 요인이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한양은 오는 23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개최한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입찰에 참여했다. 여의도 중심부에 위치한 1000가구 규모 대단지인 데다 ‘여의도 재건축 1호’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어 두 건설사가 사활을 걸고 있다.

현대건설 ‘디에이치 여의도퍼스트’ 조감도(사진 위쪽)와 포스코이앤씨 여의도 한양아파트 조감도(아래쪽) / 사진=각 사
현대건설 ‘디에이치 여의도퍼스트’ 조감도(사진 위쪽)와 포스코이앤씨 여의도 한양아파트 조감도(아래쪽) / 사진=각 사

여의도 한양은 최고 12층, 8개 동, 558가구 규모 단지다. 1975년 지어져 올해 준공 48년 차를 맞이했다. 이곳은 2021년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단지로 선정됐다. 신속통합기획안에 따르면 주거·상업·오피스 등이 결합된 금융 특화형 주상복합 단지로 거듭난다. 재건축을 통해 용도지역 상향(제3종일반주거지역→일반상업지역)을 통해 최고 56층, 5개 동, 956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건설사들은 소유주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앞다퉈 내놨다. 포스코이앤씨는 자사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를 적용하면서도 3.3㎡당 798만원이라는 공사비를 내세웠다. 최근 건설업계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시 공사비를 900만원 이상으로 책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다. 경쟁사인 현대건설은 824만원을 제시했다. 또 계약금·중도금·잔금 등 분양 수입 시점마다 소유주에게 환급금을 조기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현대건설에서는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이 직접 나섰다. 윤 사장은 지난 13일 한양을 찾았다. 2020년 12월 취임 이후 수주 사업장 방문은 처음이다. 그는 “반드시 수주해 명실상부 여의도 최고 랜드마크로 건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건설은 한양에 하이엔드를 뛰어넘는 ‘하이퍼엔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이퍼엔드는 하이엔드보다 더 고급화를 내세운 명품 주거단지다. 단지명은 ‘디에이치 여의도퍼스트’로 제안했다. 한강 조망을 극대화하고 동일 평형 입주 시 100% 환급, 신탁방식 최초 사업비 100% 현대건설 금융 조달, 100% 확정공사비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 그래픽=시사저널e 

여의도는 한양을 시작으로 건설사들의 수주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현재 16개 단지(8000가구)가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신탁방식과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사업 추진 동력을 얻어 속도를 내고 있다. 신탁 방식 사업을 진행하는 곳은 한양·시범·삼익·은하·광장(3~11동)·공작·수정 등 7개 단지다. 한양과 시범은 신속통합기획을 확정했다.

특히 여의도는 서울시가 고층 빌딩이 밀집한 금융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용도지역을 상향하고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면서 사업성이 높아졌다. 여의도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여의도 재건축 16개 단지는 9개 특별구역으로 구분해 일반상업지역 또는 준주거지역으로 상향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일반상업지역 상한 용적률 최대 800%와 준주거지역 500%를 적용받는다. 용적률이 늘어난 만큼 일반분양 가구수를 더 늘릴 수 있게 된 셈이다. 한양의 경우 용도지역 상향을 통해 용적률이 300%에서 600%로 두 배 뛰었다. 건설사들이 한양 주민들에게 환급금을 제안한 것도 사업성이 개선된 영향이 컸다.

장기적으로 압구정 등 강남 한강 조망권 단지 수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여의도에 공을 들이는 배경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여의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재건축이 추진되는 만큼 초기 사업장을 선점할 경우 향후 브랜드 타운 조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더 나아가 여의도에서 어떤 그림을 그리냐에 따라 압구정 재건축 수주전 표심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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