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19일 기준금리 인상 단행···17년 만에 처음 인상
기준금리 인상 엔화 강세 요인···향후 추가 인상도 가능성
달러·엔 환율은 되레 상승···연준 움직임 없이는 엔화 강세 일러 평가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가운데 엔화 투자자들이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엔화 강세 요인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추가적인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결과적으로는 엔화의 상대적인 가치를 결정할 달러의 향방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19일 일본은행은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현행 마이너스(-) 0.1%인 단기금리를 0~0.1%로 인상키로 했다.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2007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2016년 2월 이후 유지됐던 마이너스 금리 정책도 끝이 나게 됐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종식을 알리면서 엔화의 향방에 관심이 모인다. 원·엔 재정환율은 1년 전 100엔당 1000원을 넘어섰는데 최근 89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에는 860원을 밑돌기도 했다. 이에 그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엔저(円低·엔화 약세)를 활용해 엔화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국은행이 지난 19일 발표한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의 엔화예금은 지난달 98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61억3000만달러 대비 60% 넘게 증가한 수치다. 일본 주식을 통해 엔테크에 나서는 사례도 늘었는데, 지난 4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보관금액 규모는 4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자체는 엔화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이슈로 평가된다.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이 전환점을 맞게 됐다는 신호가 되는 까닭이다. 일본은행은 기준금리 인상뿐만 아니라 장기 금리를 낮게 억누르기 위해 2016년 9월 도입했던 장·단기 금리 조작(일드 커브 컨트롤·YCC), ETF(상장지수펀드) 등 리스크 자산 매입도 종료하기로 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9일 보고서를 통해 “일본은행의 금리 정상화가 지속적인 엔화 강세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가 주는 여러 시사점 중 하나는 엔화 약세가 정점을 지날 가능성에 있다. 지금까지 달러당 145~150엔 수준에 머물던 달러·엔 환율이 한 단계 하락할 개연성이 높아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엔화가 추세적으로 강세 국면에 접어들기 위해선 결국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화의 약세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급격하게 진행된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날 정도로 두 나라의 기준금리는 달러·엔 환율에 높은 상관성을 보이고 있다. 실제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짙었던 지난해 말에는 달러·엔 환율이 150엔대에서 140엔대로 하락(엔화 가치 상승)한 바 있다. 반대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옅어졌던 올해 초에는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다시 150엔대로 높아졌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이날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 이후에도 달러·엔 환율은 크게 내리지 않고 되레 상승해 달러당 150엔선을 회복한 상태”라며 “일본은행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 속도는 느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달러의 상대적인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 부각된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그럼에도 엔화 가치가 장기적으로는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KB증권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과 일본 간 기준금리 차이가 좁혀지면서 결국 연말 달러·엔 환율은 135~140엔 내외로 서서히 하락(강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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