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현대모비스 조성환 6억, 현대오토에버 서정식 4억 각각 수령해
서 전 대표, 현대차-KT 관련 의혹 연루···후임자 어깨 무거워

ㅏㄷ조성환 현대모비스 전 대표이사(왼쪽)와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전 대표이사. / 사진=각 사
ㅏㄷ조성환 현대모비스 전 대표이사(왼쪽)와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전 대표이사.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의 대표이사들이 지난해 말 서로 다른 배경 속 사임한 가운데 상여금을 수령한 공통점을 보였다. 조성환 현대모비스 전 대표이사가 박수받으며 떠난 반면,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전 대표이사는 사법 리스크를 안은 채 물러나며 엇갈린 분위기를 조성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사임한 두 대표이사에게 지급된 작년 기준 상여금은 각각 조성환 전 대표이사 6억700만원, 서정식 전 대표이사 4억900만원이다.

작년까지 현대모비스에 4년가량 근무한 조 전 대표이사의 한 해 보수는 27억6400만원에 달하고, 서 전 대표이사는 2년8개월여 재직기간 등을 고려해 9억77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조 전 대표이사의 사임 사유는 올해 임기를 시작하는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직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1961년생으로 올해 63세인 시니어 경영자로서 세대교체하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조 전 대표이사는 재직 기간 현대모비스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특허 출원 성과를 인정받아 제58회 발명의날 기념식 대통령상을 기업 명의로 수상하는 등 공로를 인정받았다.

조성환 현대모비스 전 대표이사와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전 대표이사의 지난해 보수 비교.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조성환 현대모비스 전 대표이사와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전 대표이사의 지난해 보수 비교.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서 전 대표이사의 사임 배경은 조 전 대표이사와 사뭇 다르다. 지난해 12월 31일 사직 처리된 서 전 대표이사는 현대차그룹과 KT 양측 간 보은(報恩) 투자 의혹에 연루됐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20일 서 전 대표이사와 현대차그룹 관계사 관계자 등 4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2022년 9월 KT 자회사 KT클라우드가 현대차그룹 관계사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현 오픈클라우드랩)를 부당하게 책정된 고가에 매입한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 현대오토에버가 관여한 것으로 의심한다. 앞서 현대차그룹이 구현모 전 KT 대표의 친형이 설립한 에어플러그를 매입한 것에 대한 대가로 이뤄진 거래가 아니냐는 관측이다. 

서 전 대표이사가 해당 의혹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루됐는지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사망에 걸린 개인으로서 오명을 썼다. 현대오토에버는 서 전 대표이사 사임 배경에 대해 “(서 전 대표의) 일신상 사유”라고만 설명했다.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가 지난 2021년 7월 영상을 통해 중장기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현대오토에버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가 지난 2021년 7월 영상을 통해 중장기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현대오토에버

◇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전 대표 상여금 지급 놓고 갑론을박

서 전 대표이사 혐의에 대한 사법부 판단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도덕적 관점에서 그를 비난하기는 섣부르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다만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를 안은 시점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윤리 경영에 대한 업계 의구심을 살만한 정황을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또 현대오토에버가 서 전 대표이사에게 상여금을 지급한 것은 시장 정서에 맞지 않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현대오토에버는 회사 정관에 대표이사를 포함한 이사의 보수 지급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정관 제40조(이사의 보수와 퇴직금)에 ‘이사의 보수는 주총 결의로 정하며 이사 퇴직금 지급은 주총 결의를 거친 경영진 인사 및 처우 규정에 의한다’고 기재됐다. 경영진 보상, 보수 등을 포함한 재무제표를 승인하는 의안이 상정되지만, 퇴임 임원의 보수를 콕 짚어 이를 지급할지에 대한 주주 동의를 구하지는 않는 상황이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 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서 서 전 대표이사 보수에 대해 “내부 기준을 기초로 직무 및 직급, 근속기간, 리더십, 전문성, 회사기여도, 인재육성 등을 종합 반영하여 급여를 결정했다”며 “연간 사업성과, 직무 및 직급, 기여도를 고려한 내부기준에 의거해 경영성과금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현대오토에버 본사. / 사진=최동훈 기자
서울 강남구 현대오토에버 본사. / 사진=최동훈 기자

◇임직원 급여·주주환원 확대, 전임 대표 보수 책정에 ‘잠잠’

하지만 현대오토에버의 임직원이나 투자자들이 서 전 대표이사의 상여금 수령 사실에 대해 반발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현대오토에버 임직원의 평균 급여가 인상됐고, 지난 회계연도 결산배당으로 전년(1140원) 대비 증가한 1430원이 결정되며 주주환원 규모도 커졌다. 현대오토에버가 임직원과 투자자에게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으로 기록한 실적을 환원하며 서 전 대표이사 보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위법행위 의혹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서 전 대표이사가 보상 성격의 상여금을 받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해 논쟁의 여지는 남은 상황이다. 서 전 대표이사는 재직 당시 비도덕적인 경영사례를 남기도 했다.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거래계약에 명시되지 않은 기술 자료의 공개를 하청업체에 요구한 현대오토에버에 벌금 2000만원을 부과했다.

◇윤리경영 회복 맡은 김윤구 신임 대표의 ‘무거운 어깨’

현대오토에버의 경영윤리 문제는 감사, 인사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김윤구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된 배경이기도 하다. 김 대표이사는 현대차에서 감사실장, 인사실장 등을 역임했다. 현대오토에버 주력 사업인 정보기술(IT), 차량 소프트웨어 등 분야에 관한 전문성은 다만 갖추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오토에버 이사회는 대표이사 보좌진과 실무진의 역량으로 사업 영위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김 대표이사를 전격 투입해 기업 현안인 경영윤리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 전 대표이사가 상여금을 받고 물러나며 논쟁의 여지를 만든 가운데, 경영 윤리 회복 임무를 맡은 김 대표이사의 어깨가 무거워진 형국이다.

김 대표이사의 선임 여부는 오는 26일 개최되는 현대오토에버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현대오토에버에 서 전 대표이사의 보수 산출 과정 등에 관해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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