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않으면 모르는 공간을 탐험하는 재미, 공간사용설명서 05

 아유스페이스 

‘건물이 아닌 자연이 주인공인 건축’. 이러한 기조 아래 건축가와 건축주가 한마음으로 쌓아 올린 아유스페이스에서는 어떤 숭고한 아름다움마저 느껴진다. 이 풍경을 가능하게 만든 조병수건축연구소의 윤자윤 소장과 함께 남양주로 떠난 건축 산책.

많은 건축가가 건물을 설계할 때 대지와의 맥락을 고민하지만, ‘땅의 건축’을 지향하는 조병수 건축가는 그러한 점에서는 국내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깊이 있는 탐구를 이어가는 건축가다. 그런 그가 이끄는 ‘조병수건축연구소’는 1994년 개소한 이래 지금까지 자연에 순응하는 태도를 지닌 이들이 주로 문을 두드렸다. 아유스페이스의 건축주 역시 마찬가지. 자연과 연결되는 경험이 얼마나 귀중한지 알고 있던 건축주는, 자연에서 다양한 문화적 체험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 설계를 2020년 조병수건축연구소에 의뢰했다. 초반에는 지금의 아유스페이스가 위치한 대지로 설계를 맡긴 건 아니었다. 다른 대지에 올라갈 건 물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개인 별장으로 쓰이던 건물이 30년 만에 세 상에 나온다는 걸 알게 된 건축주가 지금의 공간에 지어질 건물을 다시 요청했고, 결과적으로 아유스페이스가 탄생하게 됐다.

윤자윤 소장

2015년부터 조병수건축연구소에서 실무를 익혔고, 2019년부터 파트너 소장으로서 아유스페이스는 물론 상상플랫폼, 한남동 근린생활시설 등 스케일과 용도가 다양한 프로젝트를 맡아 완수해 왔다. 지속 가능한 건축과 건축이 끼치는 사회문화적 영향력에 대해 관심이 많다.

 

땅에서 빚어올린 듯 주변의 자연과 고스란히

연결되어 있는 유선형의 건축물을 매개삼아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풍경을 색다른 시선으로 감상해보세요.

 

300평이 넘는 대규모 대지에 지어질 건물을 설계한 조병수건축연구소. 북한강 변에 입지한 이 아름다운 터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자연환경이 건축물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매장에서 직접 로스팅한 커피와 베이커리를 즐길 수 있는 카페 공간. 건물의 안과 밖 모두에서 자연에서 따온 유선형의 라인을 볼 수 있다. 주문을 받는 바 테이블에서도 이러한 곡선 형태를 찾을 수 있는데, 이는 건물 설계에 그치지 않고 공간에 어울리는 가구를 디자인한 조병수건축연구소의 섬세함을 보여준다.

건물 입구에서 북한강과 가까운 테라스 자리로 걸어갈수록 점차 땅의 레벨이 낮아지는데, 이는 건물이 지어지기 전 본래 경사진 땅의 모양을 고스란히 살렸기 때문이다. 바닥의 기울기가 모두 미묘하게 달라서 어느 곳에 서 있는가에 따라 다른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바닥이 기울어진 만큼 중정에서 그만큼 더 넓은 면적의 하늘을 볼 수 있다.

조병수건축연구소는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실내 공간을 도 높게 유지하기보다는, 꽤 넓은 면적을 중정을 위한 자리로 과감하게 비워뒀다. 북한강을 끼고 풍광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터와 이 터에 오랜 세월 자리 잡고 있던 훌륭한 수목을 더 많은 이가 제대로 바라보았으면 했기 때문. 덕분에 방문객은 이곳에 머무는 잠시간의 시간만큼이라도 자연과 연결되는 듯한 기분을 강하게 받는다.

기둥이 도로의 가로수처럼 일정한 간격이 아닌, 마치 숲 안에 자연적으로 듬성듬성 자라난 나무들처럼 불규칙하게 시공되어 있다. 이 역시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의도적으로 설계한 디자인적 요소 중 하나. 단, 구조적으로 안전한 위치인지를 철저하게 고려하여 설치했다.

바다가 출이듯, 혹은 산이 굽이지듯 굴곡진 옥상. 컴퍼스로 그린 듯 인위적인 곡선이 아닌 손으로 스케치한 것처럼 자연스러운 곡선이라 오히려 옥상 뒤로 펼쳐진 아름다운 산맥과 하나의 풍경처럼 잘 어우러진다. 건축가가 얼마나 자연에 순응하는 건물을 지으려고 고민했는지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

노출콘크리트로 된 건물의 외벽과 담장은 방문객에게 일종의 길잡이가 되어 야외 공간을 자연스럽게 둘러보게 하는 동선 역할을 한다. 벽과 담장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레 북한강과 야외 정원, 양옥과 한옥 건물을 지나쳐 조금씩 변화하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하나 둘, 눈에 담을 수 있다.

우아한 곡선으로 이뤄진 이 건축물의 외관에서 딱딱한 직선으로 된 2개의 문을 발견했다면 그곳이 바로 카페로 이어지는 출입구다. 누가 보더라도 이곳이 입구라는 것을 알 수 있게 의도적으로 눈에 띄게 처리했는데, 특히 정문이 아닌 작은 출입구는 손으로 꼬집은 듯 벽에서 튀어나와 있는 점이 독특하다.

나무들이 적당한 거리로 서 있어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산책로. 양옥으로 이어지는 진입로는 조병수건축연구소의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전용성 조경 전문가가 연출한 공간이다. 양옥 내부에서는 한쪽 벽을 부수고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유리 구조물을 새로 설치했는데, 이는 기존 건물과 신축 건물이 한자리에 공존하는 야외의 풍경과 맥락을 같이하는 부분이다.

기존의 건물과 수목을 아우르고 동선을 안내할 용도로 지어진 노출콘크리트 담장. 필요한 역할은 하되 주변의 경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나무 합판을 거푸집으로 사용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면에 은은하게 새겨진 나뭇결이 보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완성된 담장의 표면을 일부러 부숴 인위적인 느낌을 한 번 더 지워냈다.


CREDIT INFO

editor     권새봄
photographer     김민은
취재 협조     아유스페이스 ayuspac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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