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일가정 양립 정책세미나 개최···“유연근무제, 일·육아 병행 환경 조성”
“롯데, 일가정 제도 출산율 제고 통계로 확인”···이정식 “조언·기업사례 정책화”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 주최 세미나에서 국가적 문제로 떠오른 저출생 해법을 위해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해야 한단 진단이 나왔다. 장시간 근로 근절, 양질의 돌봄서비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성역할 규범 개선이 함께 이뤄진다면,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이 함께 올라가는 효과를 볼 수 있단 조언이다. 정부는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유연근무제 등 거론된 출산, 육아 관련 우수기업 사례를 검토해 정책 과제로 구체화한단 방침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저출생 문제가 국가적인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1년 전(0.78명)보다 0.06명 낮아졌고, 특히 작년 4분기 출산율은 0.65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내려왔다. 0.6명대 출산율은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수치다. 

출산율이 끝없이 추락하면서 현재 5100만명 수준인 인구가 2070년 정도 되면 3600만명수준까지 줄어들고 전체 인구 절반 이상이 60세 인상인 노인국가가 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한다. 특히 저출산으로 경제 활력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생산인구 감소로 인해 2050년 국내총생산이 2020년 대비 28.38%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정부는 저출생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제도 정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날 서울 중구 서울고용청에서 장차관을 비롯한 주요 부처 관계자, 출산육아제도 우수기업 관계자와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일생활 균형 정책세미나를 열고, 기업현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일생활 균형 사례와 전문가 진단을 공유했다.

우리나라 저출산은 수준, 지속기간 측면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성장과 분배 양 측면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맞을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황인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연구실장은 “개인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고용문제와 일 생활 균형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개인의 낮은 행복도와 사회의 낮은 출산율은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며 “이는 일자리문제, 고용의 격차문제, 일생활 균형과 연관된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용노동부 주최로 18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이정식 장관 등 고용부 주요 관계자와 전문가,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일 생활 균형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고용노동부 주최로 18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이정식 장관 등 고용부 주요 관계자와 전문가,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일 생활 균형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유연근무제 활성화가 필요하단 진단도 나왔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자년 양육 부담을 줄이고,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 모든 국가정책을 출산, 양육 친화적으로 나가야 한단 분석이다.

손연정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여성 고용률이 높은 국가들이 합계출산율도 높은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둘 사이에 상충관계가 존재하고 있다. 노동환경이 개선된다면 출산율과 여성고용률이 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여성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 출산율을 동시에 높일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산을 하더라도 경력 단절 없이 출산 이전과 삶이 크게 바뀌지 않도록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단 설명이다. 손 위원은 “유연근무 활성화가 필요하지만 우리나라 대다수 기업은 유연근무제 도입에 미온적”이라며 “유연근무제가 활성화하려면 근본적으로 장시간근로문화를 해소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실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유연근무제 도입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유연근문제가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선 전반적 근로시간 단축, 양질의 돌봄서비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성역할 규범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제기능을 할 수 있단 진단이다. 

출산, 육아를 장려하는 문화를 가진 기업들의 제도 소개도 있었다. 자동육아휴직, 남성육아휴직의무화 등을 운영하는 롯데그룹은 일가정 양립 대책으로 직원들의 출산율이 높아졌단 진단을 내놨다. 그룹 관계자는 “여성이 출산휴가를 쓴 다음 결재 등 절차를 타지 않고 자동으로 육아휴직에 들어간다. 남성육아휴직 제도 의무화의 경우 2017년부터 의무화했다”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가장 많은 부모 돌봄을 원한다는 점을 감안해 자녀 입학 돌봄 휴직제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도를 만들어지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닐 것 같지만 얼마나 꾸준하게 진행되느냐가 중요하다”며 “일가정 양립이 출생률 감소를 방어하는데 효과가 있다. 적어도 롯데그룹 안에선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룹사 26곳의 2017~2022년 출생률 감소폭에 대한 조사 결과 일가정 양립 정책을 활발히 시행한 상위 30% 그룹사 출생률은 0.07명 증가한 반면, 하위 그룹사는 1.14명 감소했단 설명이다.

부성보호제도와 유연근무제를 적극 활용하는 기업 사례 소개도 있었다. 정보통신기업 모션은 남성 비중이 80% 이상, 근로자 상당수가 워킹대디로 부성보호제도를 지원하고 있다. 또 모든 직원이 유연근무제를 활용하고 매주 금요일 재택, 원격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성과 중심 인사관리를 진행하고 있어 승진이란 부분이 없다. 육아휴직이란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승진하는 부분이 없단 것은 기회비용에 대한 느낌이 올해 임금 인상률 정도로 적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며 “최근 시행한 조직문화 진단 결과에서 근로자 전원이 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 연차 휴가 등에 대한 활용을 적극 하면서 일가정 양립과 워라벨 만족도가 긍정적이었고, 직장내 만족도와 조직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딩크 선언했던 남성근로자가 자녀 출산을 위해 현실적 임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중소기업등 현장에서 눈치가 보여 제도를 사용하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점을 감안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신청 근로자의 업무를 분담하는 동료근로자 보상을 위한 지원제도를 신설하고, 출산, 육아휴직자에 대한 대체인력 지원도 강화하고 있단 점을 설명했다. 또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일생활 균형을 뒷받침할 고용노동 정책을 마련하겠단 방침이다.

이정식 장관은 “지속적으로 현장과 소통해 제도를 정밀하게 다듬어나가 당초 의도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과감한 예산지원과 제도 개선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거대한 둑을 무너뜨리는 것은 작은 개미구멍 하나란 말이 있듯 저출생 극복을 위해 어떤 시도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안한 의견은 집중 검토를 거쳐 과제로 구체화해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정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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