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금리 인하에 금리 재역전···매일 이자 지급에 한도 제한도 없어
발행어음형보다 중소형사 RP형이 주도권···현대차증권은 연 3.55% 이자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최근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금리가 저축은행의 자유입출금계좌 금리보다 높아지면서 파킹통장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과거 국내 증권사들은 매일 이자를 지급하는 CMA를 통해 파킹통장 시대를 열었지만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저축은행들이 공격적인 금리를 제시하면서 CMA 시장이 크게 위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저축은행 금리가 다시 하향 안정화하면서 CMA 잔고는 다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대형증권사의 발행어음형 CMA보다 현대차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의 환매조건부채권(RP)형 CMA가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면서 단기자금을 운용하려는 이용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 증권사 CMA, 파킹통장 주도권 되찾나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 가운데 한도제한 없이 가장 높은 CMA 금리를 제공하고 있는 증권사는 현대차증권으로 연 3.55%에 달하는 이자를 매일 지급한다.

두 번째로 CMA 금리가 높은 증권사는 다올투자증권으로 연 3.45%다. 세 번째는 SK증권으로 3.4%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CMA는 증권사가 투자자로부터 예탁금을 받아 안정성이 높은 국공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 단기 회사채 등의 금융상품을 운용하여 수익을 내는 금융상품이다. 투자 대상에 따라 환매조건부채권(RP)형, 머니마켓펀드(MMF)형, 발행어음형 등으로 나뉜다.

은행 예금은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지만 종금형을 제외한 증권사 CMA는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최소 1달마다 이자를 지급하는 은행예금과 달리 CMA는 매일 이자를 지급한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상 증권사가 파산할 우려도 매우 적기에 CMA는 안정적인 단기자금 운용 계좌로 활용된다.

무엇보다도 CMA는 저축은행과 달리 고금리의 이자를 보증하는 예금 한도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OK저축은행이 제공하는 OK짠테크통장의 경우 세전기준 연 7.0%의 이자를 지급하지만 예금 50만원까지만이다.

최근 다른 저축은행들 역시 금리를 인하하면서 대부분 증권사 CMA 금리보다 낮은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KB저축은행은 지난 14일부터 kiwi팡팡통장 금리를 최고 연 3.5%에서 3.3%로 낮췄고 OK저축은행 역시 지난달부터 OK짠테크통장 50만원 초과분에 제공하던 금리를 3.5%에서 3.3%로 하향했다.

◇ 대형사 발행어음형 대신 중소형사 RP형이 주도

국내에서는 지난 2004년 삼성증권이 국내 최초로 CMA를 출범했지만 동양종금증권(현 유안타증권)이 종금형 CMA를 내세우면서 사실상 시장을 키웠다.

동양종금증권의 CMA는 2007년 2월 가입 계좌수가 최초로 100만개를 돌파했고 2008년 1월 200만개, 2009년 300만개 등 시장을 급성장시켰다. 하지만 2012년 동양사태 이후 투자자 이탈이 이어지면서 CMA시장은 각 증권사마다 점유율을 나눠가지는 춘추전국시대가 지속됐다.

지난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예금 금리가 폭등하면서 증권사 CMA시장은 급속도로 위축됐다. 레고랜드 사태 직전 63조원에 달하던 CMA 잔고는 3개월이 지난 지난해 1월에는 56조원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후 저축은행 금리가 다시 조금씩 하향안정화하면서 CMA 잔고금액은 다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70조원대로 올라섰고 이달 11일과 12일에는 79조원을 넘기도 했다.

지난해 국내 CMA시장은 대형증권사들의 발행어음형 CMA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국내에서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대형증권사 4곳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에셋증권 등 대형사들은 잇따라 발행어음형 CMA 금리를 낮추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발행어음형 CMA 금리를 올해 1월 3.5%에서 3.4%로 낮춘데 이어 이달 11일에는 3.4%에서 3.3%로 추가 인하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올해 1월 발행어음형 CMA 금리를 3.45%에서 3.25%로 하향했다.

반면 현대차증권을 비롯한 중소형 증권사들은 RP형 CMA 금리를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하고 있다. 이는 리테일 고객확대를 위해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올해 CMA잔고 증가에 기여하고 있는 CMA도 RP형이다. RP형 CMA 잔고는 지난해 말 28조7363억원에서 이달 14일 29조7404억원까지 늘어났으나 발행어음형 CMA는 지난해말 17조6899억원에서 이달 14일 15조1589억원으로 감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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