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시장 아우르는 전문가···당국 소통 역할할듯
롯데손보, 지난해 최대실적···기업가치 3조 거론
재무제표 갈아엎어···실적에 대한 의심도 존재

성대규 전 신한라이프 대표
성대규 전 신한라이프 대표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롯데손해보험이 최근 성대규 전 신한라이프 사장을 사외이사로 불러들이는 등 매각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롯데손보는 올해 안에 새 주인을 찾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실적이 잘 나온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다만 시장에선 아직 롯데손보에 대한 의심의 시각이 존재하는 것은 부담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보 이사회는 성 전 대표를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달 말에 열릴 주주총회서 표결 통과하면 정식 선임된다. 일각에선 성 전 대표가 이사회 의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성 전 대표는 관(官)과 시장 모두를 거친 보험 전문가다. 행정고시 33회 출신인 그는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등에서 보험 관련 업무만 22년을 넘게 수행해왔다. 이후 제11대 보험개발원장에 선임됐다가 2019년에는 신한생명 초대 대표이사에 임명, 지난해까지 신한라이프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을 역임했다. 올해 초엔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맡았다. 

롯데손보의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는 이 회사를 올해 안에 매각할 계획을 세웠다. 매각 주관사로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을 선정하고 지난달 다수의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투자설명서(IM) 배포한 것으로 전해진다. JKL파트너스는 지난 2019년 3700억 원에 롯데손보 지분 53.49%를 사들인 뒤 36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77.04%까지 지분율을 확대했다. 

성 전 대표는 롯데손보가 매각을 앞두고 당국과 소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손보를 비롯한 보험사 매각에 있어 무엇보다 당국의 정책이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회계 처리 관련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면서 보험사들의 실적이 크게 출렁였기 때문이다. 당국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정책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큰 상황이다. 

더구나 금융지주의 계열사 대표로 있었던 만큼 금융지주와 관계를 넓히기 위한 작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서 롯데손보의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는 곳은 손해보험 계열사가 없는 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이다. 특히 신한금융은 손보 계열사의 규모가 너무 작아 라이벌인 KB금융지주와의 경쟁에서 크게 밀리고 있다. 

롯데손보가 작년 호실적을 거둔 것은 매각에 있어 긍정적인 대목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024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특히 매각에 있어 핵심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은 2조3966억원을 기록해 전년 말보다 42.9% 크게 증가했다. CSM은 보험사의 미래이익 지표로, 보험계약을 통해 장기간 받는 보험료 가운데 보험사가 거둘 이익을 추산한 값이다. 

보험사의 가치는 ‘내재가치(EV)’란 방식으로 평가하는데, EV는 자기자본과 CSM의 합계로 산출된다. 이를 바탕으로 롯데손보의 가치를 산출하면 3조원이 넘는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롯데손보의 시가총액(약 9000억원)의 세배가 넘는 수준이다. JKL도 롯데손보의 가격을 3조원 수준으로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시장에서 아직 롯데손보의 가치에 대한 의문이 존재하는 것은 걸림돌이다. 지난달 800억원 규모로 자본성증권(후순위채권)을 발행하려고 했지만 수요예측 첫날 들어온 물량은 480억원에 그친 점은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해석이 많다. 롯데손보는 이후 나머지 물량을 모두 채웠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서 이미 발표했던 제무제표를 갈아 엎었다. 이로 인해 롯데손보의 재무 실적에 대한 의심이 남아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도 손보 계열사는 필요하기에 롯데손보 인수 의향이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금융지주를 비롯한 인수 후보군들과 JKL 간의 가격에 대한 입장 차이가 크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자료=롯데손해보험,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