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모터쇼서 세계 최초 실물 공개···국내 생산계획 미수립
준중형 세단 내수 위축, 美와 대조···전기차에 자리내줘

기아가 지난 14일(한국시간) 공식 SNS 계정에 게재한 K4의 티저 이미지. 기아는 오는 21일 디자인을 세계최초 공개하고, 오는 29일 미국 뉴욕에서 개최되는 자동차 전시회 2024 뉴욕 오토쇼에서 K4의 실물을 공개할 계획이다. /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기아가 지난 14일(한국시간) 공식 SNS 계정에 게재한 K4의 티저 이미지. 기아는 오는 21일 디자인을 세계최초 공개하고, 오는 29일 미국 뉴욕에서 개최되는 자동차 전시회 2024 뉴욕 오토쇼에서 K4의 실물을 공개할 계획이다. /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기아가 준중형 세단 K3의 후속 모델 ‘K4(가칭)’를 북미에 출시하는 반면 한국에서 판매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오는 29일 미국 뉴욕에서 개최되는 자동차 전시회 ‘2024 뉴욕 오토쇼’에 참가해 K4를 공개할 예정이다.

K4는 K3의 후속 모델로 기아의 최신 디자인 요소를 갖춘 동시에 더욱 커지고, 여러 가지 엔진 라인업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가 앞서 지난 2022년 시장 요구사항과 트렌드를 고려해 준대형 세단 K7의 후속모델로 K8을 출시한 것과 같은 맥락의 상품전략으로 분석된다.

K4는 북미에서 판매되는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와 마찬가지로 2.0L 자연흡기 엔진, 1.6L 터보 엔진, 1.6L 하이브리드 등 세가지 엔진 라인업을 갖췄다. 기아는 상반기 중 K4를 출시할 전망이다.

기아는 K4를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등 차량 출시에 대한 기대감을 유발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대한 근거로, 지난해 11월 기아 노사가 도출한 생산계획에 K3 후속모델이 포함되지 않은 점이 업계에서 언급되고 있다.

통상 신차의 양산 계획은 노사 합의에 따라 최종 수립되기 때문에 출시 일정에 앞서 양산계획이 공장에 적용되지 않으면 이를 추후 신규 배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즉, K4의 국내 생산·출시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기아는 지난 2019년에도 북미 전용 대형 SUV 텔루라이드(Telluride)를 현지 출시한 후 국내 판매 여부로 관심을 모았지만, 결국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기아는 향후 출시할 신차에 관한 언급을 삼갔다.

국내 준중형 세단 판매 추이. 배기량 1600cc 이상 2000cc 미만의 중형 세단 통계치는 쏘나타, K5 등 상위 차급 모델의 수치와 중복되는 점을 고려해 배제했다. / 자료=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
국내 준중형 세단 판매 추이. 배기량 1600cc 이상 2000cc 미만의 중형 세단 통계치는 쏘나타, K5 등 상위 차급 모델의 수치와 중복되는 점을 고려해 배제했다. / 자료=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

◇K4 출시 안되면 사실상 K3 단종···이유는 수요 위축

K4가 한국에 출시되지 않는 것은 사실상 K3의 단종을 의미한다. K3는 국내에서 택시용 모델로 양산되지 않기 때문에, K4가 도입되지 않아도 구형 모델로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

K3 단종의 배경에는 준중형 세단 수요의 현저한 감소세가 담겼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배기량 1600㏄ 미만 세단(승용차) 판매량은 지난해 18만4320대로 수년째 20만대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같은 기간 전체 국산차 판매 대비 비중도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인기를 모으며 동급 차량 판매대수의 과반을 차지했다. 각사 판매량에서 준중형 세단이 차지하는 비중도 현대차 8.6%(6만5364대), 기아 2.3%(1만3204대)에 그쳤다.

반면 북미 시장에서는 지난해 기준 아반떼 16.7%(13만4149대), K3 15.8%(12만3953대)로 전체 라인업 중 2위 수준의 판매 비중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이를 고려해 준중형 세단의 현지 생산, 판매 비중을 늘리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호세 무뇨스 현대차 북미법인 사장은 지난 일 현지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 뉴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북미 딜러들이 엘란트라, 쏘나타의 공급 확대를 요청 중”이라며 “두 모델은 현대차 수익성의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EV3. / 사진=기아
기아가 연내 출시할 소형 전기 SUV EV3. / 사진=기아

◇“K3 라인에서 EV3 생산될 듯”···기아 라인업 재편 일환

K3의 빈자리는 연내 기아가 출시할 소형 전기 SUV ‘EV3’가 대신할 전망이다. EV3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개발되는 차량으로,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기아 완성차 생산공장 오토랜드 화성에서 양산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EV3가 K3 라인에서 만들어질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기아가 전기차, 목적기반모빌리티(PBV)를 중심으로 차기 신차 라인업을 재편하는 가운데, 수익성과 인기가 비교적 저조한 내연기관차 중 하나인 K3의 배제를 단행했다는 분석이다.

이동희 칼럼니스트는 “K3의 국내 수요는 아반떼로 대체될 뿐 아니라 모닝, 레이, 셀토스로 분산될 수 있다”며 “기아 입장에서 준중형 세단 내수 시장이 작아지는 점을 고려해 K3의 판매수익을 얻기 보다 (이를 단종시켜) 생산 비용을 줄이는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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