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ST1 플랫폼 공개···물류 및 배송 특화
기아, PBV 사업 본격화···내년부터 양산 돌입 후 2030년 30만대 목표
KGM, 토레스 EVX 밴 모델 출시 예정···2열 없애고 적재공간 확대할 듯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 기아, KG모빌리티 등 국내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상용 모델을 통해 반전을 노린다. 국내 승용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상용 모델을 늘려 새 먹거리 발굴에 나설 방침이다.

현대차 전기 상용 플랫폼 ST1. / 사진=현대차
현대차 전기 상용 플랫폼 ST1. / 사진=현대차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상용 전기차 플랫폼 ‘ST1’을 공개했다. ST1은 차량 뼈대와 승객실만으로 구성된 차량으로 적재함이 없는 형태다. 전면부는 차량 보닛 부분을 운전석보다 앞으로 돌출되도록 설계해 충돌 안전성을 높였다. 또 지상고를 낮춰 적재함 용량을 키우는 한편, 지하주차장 진입 용이성과 적재물 상하차 편의성을 개선했다.

ST1은 카고와 카고 냉동모델을 먼저 개발했다. 현대차는 ST1 개발 초기부터 국내 주요 유통 기업과 논의해 실제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차량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샘플 차량을 일선에 투입해 물류와 배송 사업에 적합하도록 개발했다. ST1은 올 상반기 중 사양, 제원, 가격 등을 공개하고 카고 및 카고 냉동 모델을 국내에서 먼저 판매할 계획이다.

기아도 최근 열린 ‘CES 2024’에서 목적기반차량(PBV) 컨셉트 라인업 5종을 공개한 바 있다. 이 중 핵심 모델인 PV5는 중형급으로 실내에 슬라이딩 양방향 플립시트, 휠체어 승하차를 돕는 리프트 등을 적용해 차량을 호출한 고객에게 맞춤형 실내 공간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적재공간을 소비자 입맛에 맞게 꾸려 배송용, 사무실, 작업실, 창고 등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PV5는 내년 출시될 예정이며, 로보택시 모델 등도 추후 선보일 계획이다.

PV5. / 사진=기아
PV5. / 사진=기아

기아는 PBV 시장 확대를 위해 오토랜드 화성에 PBV 전용 공장을 신설 중이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30년엔 PBV 판매량을 연간 30만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CES에서 “2030년 상용 전기차 시장은 150만대로 예상되는데 이 중 20%를 우리가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며 “아직 상용 전기차는 갈 길이 먼 시장이고 그만큼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아는 작년 출시한 레이 EV에 밴 모델을 추가해 다마스 단종 이후 주춤한 경형 상용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레이 EV 판매량 중 절반 가량이 밴 모델인 것으로 알려졌다.

KGM도 최근 토레스 EVX 밴 모델 출시를 준비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 자동차 배출가스 및 소음 인증시스템(KENCIS)에 따르면 KGM은 지난 13일 토레스 EVX 밴 모델에 대한 배출 및 소음 신규 인증을 마쳤다. 국내 출시 시기는 연내 이뤄질 전망이다.

아직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2열을 없애고 적재 능력을 확대한 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KGM은 토레스 내연기관에도 밴 모델을 추가한 바 있다. 토레스 밴은 최대 1843ℓ 적재공간에 300㎏중량의 짐을 실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토레스 밴 내부 모습. / 사진=KGM
토레스 밴 내부 모습. / 사진=KGM

이처럼 국내 완성차 업계가 상용 전기차를 확대하는 것은 국내 승용 전기차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어서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는 16만2593대로 전년대비 1.1% 감소했다. 지난 몇 년간 전기차 판매는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갔으나 작년엔 역성장했다.

승용 전기차의 경우 얼리 어답터 성향을 가진 소비자들이 대부분 차량을 구매했고, 대중화되기까지는 충전 인프라와 가격, 보조금 등으로 시간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전기 상용 모델의 경우 저렴한 연료비와 차량 가격 등 부문에서 승용 모델보다 강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에 시장 잠재력이 충분하다. 지난해 포터 EV 판매량의 경우 2만5799대로 전년대비 26.4% 증가했으며 전체 판매량의 26%를 차지한 바 있다.

또 현대차그룹이 개발하는 PBV의 경우 전기차 고유의 넓은 실내 공간을 바탕으로 한 기존과 다른 개념의 차량이라,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는 데도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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