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이규호·GS건설 허윤홍, 올해 주총서 사내이사 등재 전망
이사회 합류로 적법·안정적 경영 집중···능력 검증해 경영권 확보 증명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 사진=코오롱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 사진=코오롱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재계 이사회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오너 일가가 경영상 법적 책임이 있는 ‘등기임원’에 등재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3·4세들은 사내이사에 등재돼 이사회에 속하려 한다. 등기임원으로 책임경영에 앞장서겠다는 목표를 공고히 하면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본격적인 경영승계를 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될 대표적인 신세대 오너 일가는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과 허윤홍 GS건설 사장 등이다. 코오롱그룹의 지주사인 ㈜코오롱은 이달 28일 이규호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또한 ㈜코오롱뿐만 아니라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글로벌 등에서도 같은 안건이 의결된다.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부회장은 1984년생이다. 그는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 사업장에 차장으로 입사해, 제조 현장에서부터 그룹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코오롱글로벌(건설) 부장과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 ㈜코오롱 전략기획 상무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해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로 선임돼 그룹내 존재감을 키웠다.

시장에선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등 1980년대 오너 일가들이 사내이사 등재를 통해 경영 지배력을 높이고 있는 만큼 이규호 부회장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한다. 사내이사 등재를 통해 이사회에 합류, 기업의 전반적인 의사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 그룹 내에서 확고한 ‘후계자’ 입지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코오롱 관계자는 “이규호 부회장은 주력 계열사의 신성장동력 발굴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이라며 “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기 위해 사내이사 및 이사회에 합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윤홍 GS건설 사장. / 사진=GS
허윤홍 GS건설 사장. / 사진=GS

허창수 GS 명예회장의 장남 허윤홍 사장 역시 GS건설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은 “허윤홍 사장은 다양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의 비약적 발전과 기업 가치 제고를 이끌었다”며 “오랜 시간 근무하며 회사 내부 사정에 정통하고 업무 전반에 대한 경영 이해도와 전문성이 높다”고 밝혔다.

허윤홍 사장은 지난해 GS건설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다. 사내이사로 등재돼 이사회에 합류해 경영 보폭을 확대한다면 허세홍 GS칼텍스 사장과 허서홍 GS 부사장 등과의 GS그룹 차기 총수 경쟁에서 한발 앞선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사내이사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구성원이다. 법령이나 정관에 위배된 행위를 하거나 맡은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경우 회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반면 미등기이사는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어 ‘공식’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없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나 최근 취임한 정용진 신세계 회장 등은 사내이사가 아님에도 회장이라는 ‘직함’을 통해 직접적으로 경영에 참여 중이다. 경영에 관여하지만 이사회에 참여하는 등기이사는 아니어서 법적 책임은 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총수로서 권한만 행사하고 법적 책임에서는 자유롭겠다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김동관 한화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3·4세 오너 일가는 이사회에 가입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을 기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사회 중심 경영을 펼치기 위해 합법적이고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조성해 기업 경영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사회를 주임으로 지주사 및 계열사의 독립경영이 기업의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차기 총수 후보들도 사내이사 등재를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등기임원으로 안정적인 능력을 보인 후 경영권을 승계 받는 것이 앞으로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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