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기업대출 급증, 가계대출보다 심각
지난해 기업 부문 고정이하여신 비율 상승

5대 은행 기업대출 증가./사진=연합뉴스
5대 은행 기업대출 증가./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국내 기업대출 부실이 확대되고 있다. 경기 불황 여파로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회사들이 늘어나면서다. 향후 건전성 악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 기업대출은 2022년 말 1170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247조7000억원으로 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1058조1000억원에서 1095조원으로 3.5% 늘었다. 기업대출 증가율이 가계대출 증가율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올해 들어 기업대출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지난달 기업대출이 한 달 새 8조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1년 2월 8조 9000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세다. 

일각에서는 기업대출이 급증하게 된 이유가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른 일종의 풍선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강력하게 억제하자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 영업을 늘려 이자 이익을 유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업대출 중 부실채권(NPL)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하나·우리은행이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보면,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은행 3곳 모두 늘어났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부실채권을 말한다.

먼저 국민은행은 기업대출 중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022년 말 0.26%에서 지난해 말 0.42%로 0.16%포인트(p) 상승했다. 하나은행은 기업 부문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0.24%에서 0.29%로 올랐다. 우리은행의 경우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0.23%로 유지됐다. 신한은행은 오는 18일, 농협은행은 29일 차례로 사업보고서를 공시할 예정이다. 기업대출 부실은 신한은행과 농협은행도 점차 확대되는 흐름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5대 은행의 지난해 기업대출은 약 832조6000억원에서 888조2000억원으로 6.7%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694조7000억원에서 694조4000억원으로 오히려 소폭 줄었다. 올해 들어서는 이런 차이가 한층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라 기업대출이 늘어나는 일종의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모습”이라며 “기업대출 건전성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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