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알리발 국내 이커머스 시장 '쩐의전쟁'
해외로 눈 돌리는 토종 기업···역직구 준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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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한국이 글로벌 이커머스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다국적 이커머스 업체들이 국내에서 인지도를 빠르게 높이면서 국내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질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그간 토종 기업들간 생존 경쟁을 벌여왔다면 최근 미국과 중국, 다국적 기업들의 시장 가세로 점유율 경쟁이 점점 가열되는 모양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는 227조원대로 집계된다.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투자했거나, 투자할 자금은 어림잡아 13조원을 상회한다. JP모건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이 2026년에 300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토종 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들이 국내 시장 입지를 강화하려 애쓰는 이유다.

◇ 알리익스프레스·테무···C-커머스의 공습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 2018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인기 배우 마동석을 모델로 플랫폼 마케팅을 본격화하며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상품 전문관인 케이베뉴(K-베뉴)를 개설해 한국 셀러를 끌어모으기 시작했고, 상품 영역도 가공·신선식품으로 확대했다.

이용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알리익스프레스 앱 월간 사용자 수는 818만명으로 추산된다. 역대 가장 많은 이용자 수로 집계된다. 이는 지난해 2월(355만명)과 비교하면 130% 급증했다. 종합몰 이용자 수 순위에서도 11번가(736만명)를 제치고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쿠팡(3010만명)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 서비스를 개시한 중국계 이커머스 테무도 7개월 만에 581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국내 종합몰 이용자 순위는 4위로 올라섰다.

앞서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에 따르면 물류센터 설립 등을 포함해 3년간 11억달러(약 1조4471억원) 규모의 한국 투자 계획을 세워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 기존 이커머스 강자들 ‘좌불안석’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국내 시장 점유 속도전에 기존 이커머스 강자들의 초조함도 커지고 있다. 불안감이 가장 높아지는 기업은 쿠팡이다.

미국 뉴욕 증시 상장사인 쿠팡은 전국 물류망 구축 등에 6조2000억원을 쏟아부으며 '로켓배송'을 도입했다. 이후 한국 이커머스 최강자로 안착했다.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중국산 초저가 상품을 내세워 한국 시장을 파고들면서 더는 과거와 같은 성장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와이즈앱 기준 1년 새 증가한 쿠팡 앱 이용자 수는 57만명이다. 알리익스프레스(463만명)와 테무(581만명)에 한참 뒤쳐진다.

국내 기업들은 당장 만성 적자로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동력이 꺼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1년 신세계그룹이 3조5000억원에 인수한 G마켓은 2022년과 지난해 2년 연속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신세계 계열 SSG닷컴은 2019년 1조원을 투자받으며 법인으로 새 출발 했으나, 아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8년 5000억원을 투자받은 11번가는 불어나는 영업적자 속, 기업공개(IPO)까지 실패하면서 결국 매각 작업을 통해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식품에 특화한 컬리도 2015년 출범 이래 약 1조원을 투자받았으나 아직 그만큼의 수익을 내진 못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입지 강화가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나오자, 기존 기업들은 초국경(크로스오버) 이커머스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보는 모양새다.

크로스오버 이커머스는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시장 개념이다. 통상 해외에서 상품을 사들이는 직접구매(직구)와 해외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역직구’를 통칭한다. 그간 이커머스가 국내 셀러를 모집해 국내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했다면 초국경 이커머스는 해외셀러·소비자로 제품 소싱과 판매망을 넓힐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국내 이커머스 입장에선 해외 셀러를 통해 상품력과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소비 인구를 늘려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G마켓은 오는 20일 중국 선전에서 현지 셀러를 초대해 사업설명회를 한다. 점점 시장 규모가 커지는 글로벌 직구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포석이다. 쿠팡은 2022년 10월 대만에 로켓직구·로켓배송 서비스를 개시한 바 있다. 현지 2곳에 대형 통합물류센터를 마련했다. 올해 상반기에 3호 시설을 가동할 예정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초국경 이커머스 사업은 아직 국내에 절대 강자가 없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해외 시장에서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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