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디프라, MASH 치료제로 美 FDA 가속 승인받아
MASH 치료제, 개발 어려움으로 제약사 '무덤' 불려
전세계 MASH환자 4억명, 2026년 33조원 규모 전망

./사진=셔터스톡,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사진=셔터스톡,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세계 최초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신약이 등장했다.  개발의 어려움으로 제약바이오사의 '무덤'이라 불렸던 MASH 치료제가 처음으로 등장함에 따라 현재 관련 신약을 개발 중인 다른 기업에 기준점을 제시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중증도에서 진행성 간 섬유증이 있는 MASH 성인 치료제로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Madrigal Pharmaceuticals)의 ‘레즈디프라’(제품명 Rezdiffra, Resmetirom) 사용을 가속 승인한다고 밝혔다. 가속 승인은 임상적 이점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중간 임상 평가변수 등을 기반으로 의학적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고자 약물을 조기 승인하는 제도다. 

MASH는 음주와 상관없이 간에 지방이 축적돼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지방간, 비알코올성 지방간염과 비알코올성 지방간경화증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질환으로, 증상이 악화되면 간경변 및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과거엔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으로 불렸으나, 지난해 11월 학계에서 대사성 질환의 특성이나 주요 원인보다는 알코올과 관련된 이미지가 떠오른다는 지적 등에 따라 대사 과정 이상으로 발생하는 간염질환을 통칭하는 MASH로 공식 명칭이 바뀌었다. 

전 세계 MASH 환자는 4억명에 달한지만, 레즈디프라 이전까지 치료제는 전무했다. 이에 MASH 치료제 개발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큰 화두였다. 시장조사 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MASH 치료 시장은 오는 2026년 33조7300억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 성인의 약 5%는 MASH 환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레즈디프라는 경구용으로, 간에서 갑상선 호르몬 수용체를 활성화해 지방 축적 감소에 도움을 준다. 이번 레즈디프라에 대한 FDA 승인은 지난 2월 국제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발표한 임상 3상(MAESTRO-NASH) 결과를 토대로 이뤄졌다. 이에 따르면 MASH 및 간 섬유증 환자 약 900명을 분석한 결과 레즈디프라를 1일 1회 80mg 또는 100mg 투여했을 때 각각 25.9%, 29.9% 확률로 증상이 개선됐다. 위약군에서는 9.7%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레즈디프라는 3상 임상시험에서 MASH 해결과 섬유증 개선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한 최초의 약물이다. MASH는 간 염증과 함께 간이 딱딱해지는 섬유화 증상이 나타난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FDA는 지침 초안에서 MASH의 악화 없이 간 섬유증이 개선되거나, 간 섬유증의 악화 없이 MASH가 해결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지방간 염증과 섬유증을 동시에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MASH는 장내 세균 불균형, 사이토카인 이상 등 발생 원인이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임에 따라 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이 컸다. 실제 화이자, 머크, 애브비 등 글로벌 제약사 역시 MASH 치료제 개발 연구를 중단, 보류한 바 있다. 이에 글로벌 제약 전문지 피어스파마는 MASH 치료제에 대해 ‘악명높은 제약바이오의 무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피어스파마는 이번 레즈디프라 승인에 대해 “메이요 클리닉 연구진이 NASH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지 약 40년 만에 악명 높은 신약 개발의 무덤에서 성공했다”며 “이 흔한 질환에 대한 길고 굴곡진 약물 개발 과정을 거쳐,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의 레즈디프라가 FDA의 결승선을 통과한 최초의 MASH 치료제가 됐다”고 보도했다. FDA가 지방간 질환에 대한 최초의 약물을 승인함에 따라, MASH 치료제를 기다리던 수십 년의 기다림이 끝났다는 것이다. 

니콜라이 니콜로프 FDA 약물평가연구센터 면역학 및 염증 사무국 책임자는 “간 손상을 직접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이 없던 MASH 환자들에게 레즈디프라의 승인은 식이요법과 운동 외 치료옵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허가는 가속 승인 트랙으로, 향후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는 약물의 임상적 이점을 검증하기 위해 승인 이후 추가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는 레즈티프라 정식 승인을 위해 투여 후 54개월간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임상을 진행 중이다. 

한편 이번 FDA의 MASH 치료제 승인으로, 관련 신약을 개발 중인 다른 많은 회사도 기준을 제시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타사의 다른 파이프라인들도 현재 유망한 예비 임상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다고 피어스파마는 언급했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등이 MASH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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