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절 이후에도 과일값 고공행진 지속···정부, 현장 점검·예산 투입 강화 ‘안간힘’
“납품단가 할인 현장 빠른 적용”···“수입과일 도입 신중, 저소득 타깃 지원 필요”

15일 서울 용산역 인근 한 대형마트 내 사과 매대 모습. / 사진=최성근 기자
15일 서울 용산역 인근 한 대형마트 내 사과 매대 모습. / 사진=최성근 기자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사과값은 당분간 떨어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15일 오후 서울 용산역 인근 한 대형마트 내 식료품 매장. 한훈 차관 등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들이 업체 관계자 설명을 듣고 있었다. 이들은 농산물 수급상황과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먹거리물가, 납품단가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최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과일값에 대한 현장 상황도 짚었다. 업체 관계자는 “과일값이 비싸다보니 수입과일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딸기나 참외는 다음주부터 괜찮아질 것으로 보고 있는데 사과는 가격 안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과, 배 등 과일값 급등으로 소비자 우려가 커지자 정부도 전방위적 대응에 나섰다. 현장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15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납품단가 지원 품목을 확대하고 할인예산도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의 과일값 상승은 공급 부족에 따른 결과로 특히 사과는 소비자 선호가 높아지면서 수요까지 늘면서 오름폭이 더욱 컸단 진단이다. 과일값 대책은 타깃을 명확히하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수입과일 도입은 신중해야 한단 조언이 제기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성수기인 설명절 이후에도 과일값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상 사과(후지·상품) 도매가격은 10kg당 9만900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4만996원)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사과 도매가격은 설 성수기였던 지난 1월 29일 9만452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뒤 계속해서 9만원 언저리에서 오르내리다 이달 초부턴 다시 9만원을 웃돌고 있다. 

배값도 치솟고 있다. 배(신고·상품) 도매가격은 15kg당 10만1200원으로 전년(4만3984원)보다 130% 올랐다. 이달 7일 2년 7개월여만에 10만원 선을 돌파한 배값은 11일 이후 계속 10만원선을 웃도록 있다. 

소비자들이 현장에서 접하는 소매가격도 전년 대비 높다. 이날 기준 사과 10개당 소매가격은 2만7424원으로 전년(2만2948원)보다 20% 올랐다. 배 소매가격은 10개당 4만5381원으로 1년 전(2만7728원)보다 63.6% 높은 수준이다. 한 달 전(3만7793원)에 비해서도 20% 뛰었다. 

일반적으로 성수기인 설 명절을 지나면 과일값이 대체로 안정세로 접어드는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이에 정부도 과일 등 농산물 가격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이날 당정은 다음주부터 농축산물 긴급 가격안정 자금 1500억원을 추가 투입키로 했다. 또 납품단가 지원 대상을 현행 사과 등 13개 품목에서 배 등 21개 품목으로 확대하고, 지원단가도 인상키로 했다. 

또 소비자가 대형마트등 전국 유통업체에서 농산물을 구입할 때 할인받을 수 있는 농산물 할인예산도 대폭 확대한다. 

정부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보도록 현장 점검도 강화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번주에만 송미령 장관이 농협하나로마트 창동점, 가락시장 등을 방문해 물가동향 및 과일, 채소 수급상황을 점검했고, 이날은 서울 용산역 이마트에서 농식품 물가안정 정책 추진상황을 점검하는 자리를 갖고 정부 노력에 대한 업계의 동참을 당부했다.  

15일 서울 용산역 인근 한 대형마트에서 농식품부 관계자들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15일 서울 용산역 인근 한 대형마트에서 농식품부 관계자들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 사진=최성근 기자

특히 이날 당정이 발표한 1500억원 규모 농축산물 가격안정 대책이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납품단가 인하시 현장에 얼마나 빨리 적용될 수 있는지, 수입과일별 할당관세 적용상황 등을 점검했다. 업체 관계자는 “발주 등 절차가 있기 때문에 만약 오늘 인하된다고 하면 적용까지 이틀은 걸린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차관은 “오늘 정부가 농축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 15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는데, 투입이 필요한 품목을 제안하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일, 특히 사과의 경우 가격안정이 쉽지 않다고 진단한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다른 과일들은 공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올랐는데 사과는 대체 과일 문제, 소비자 선호 변화로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오름폭이 더 컸다”며 “출하물량, 저장물량 조절 등 공급쪽도 조치를 취할 순 있지만 쉽지 않은 부분인데 수요가 늘어난 것은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공급부족 대책으로 거론되는 수입과일 도입에 대해선 자칫 국내 생산기반이 무너질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단 지적이다. 김 실장은 “수입과일을 도입하면 일시적으론 소비자들이 직면하는 가격이 떨어질 수 있지만 적극적 수입으로 이어지면 국내 생산기반이 많이 무너질 것”이라며 “생산을 해도 높은 가격이 안팔린다고 농가에서 판단하면 국내 과일 공급이 줄어들고, 소비자도 국내 과일을 먹던 맛을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소비자, 생산자 모두 피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물가 대책 타깃을 명확히 해야한단 분석이다. 김 실장은 “물가 상승의 가장 큰 피해는 저소득층에 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한 할인쿠폰보다는 저소득층, 과일을 좋아하는 저소득층 식으로 타깃을 집중하는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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