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간담회 갖고 정보 공개 관련 의견 수렴···최근 의료대란과 연계한 의혹 늘어
복지부 “전공의 파업과 무관, 의사 압박책 아냐”···내달 결정 후 연말 심평원 홈피 공개 예정
제약업계 “현재도 영업사원과 식사 인해, 공개 시 영업 위축”···복지부 “영맨과 개별 식사도 위법 소지”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정부가 제약사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수수한 의약사 공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때마침 의료대란이 진행 중이어서 정부가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결정할지 주목된다. 제약업계는 공개가 결정되면 의사 대상 영업이 위축된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1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 정보 공개 범위를 논의하기 위해 의약사 단체, 제약, 바이오,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들과 두 차례에 걸쳐 간담회를 개최했다.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거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제약사나 의료기기 업체, 의약품 유통업체 등이 의사와 약사 등에 제공한 이익 내역을 작성해 보관하는 제도다. 2018년 도입된 이 제도가 허용하는 경제적 이익은 견본품 제공과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약국 대금결제 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의료기기 시판 후 조사 및 구매 전 성능 확인을 위한 사용 등 7개 항목이다.

핵심은 이같은 경제적 이익을 제약사로부터 제공 받은 의약사 실명이나 의료기관명, 약국명 등을 일반인도 볼 수 있도록 공개하느냐 여부로 요약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간담회에서 대한병원협회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 받은 요양기관 정보 공개를 하지 말아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간담회에 불참한 대한의사협회는 서면으로 역시 의료기관이나 의사 실명 비공개를 요청했다고 복지부는 전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항목별 일부 차이는 있지만 경제적 이익을 수수한 의사나 약사 실명이나 의료기관, 약국명 등을 지출보고서에 기재하고 있다. 2022년 이익을 제공 받은 의약사 정보가 포함된 지출보고서는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돼 복지부도 파악한 상태다. 

공교롭게 때마침 복지부의 이같은 검토가 의료대란과 함께 진행되면서 의사 압박책의 하나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 받은 의약사 정보 공개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업계가 주목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정부도 처음부터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여하튼 현재 의약사 정보 공개 여부를 검토하는 상황”이라며 “복지부는 아니더라도 강경한 대통령실 의지가 전달될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최근 사정당국 관계자들이 의사 압박책의 하나로 리베이트를 노골적으로 수수하거나 갑질하는 의사 정보를 수소문하는 것은 업계가 인지하는 사실”이라며 “복지부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최소한 업계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실제 복지부는 현재 의료대란과 경제적 이익을 수수한 의약사 정보 공개 검토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보 공개와 전공의 파업은 절대 무관하며 의사 압박책도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의약사 정보 공개는) 지난해 7월부터 검토를 진행해왔던 사안”이라며 “향후 업계와 간담회를 한 번 더 열어 논의한 후 다음 달 정도 심평원이 가이드라인 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지난해 경제적 이익 제공 내역을 골자로 한 지출보고서를 올해도 제출 받은 후 검토를 거쳐 연말까지 심평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복지부가 의약사 정보 공개를 확정할 경우 연말에는 경제적 이익을 받은 의약사 실명이 인터넷으로 확인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제약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현재 의료대란으로 인해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대 교수를 접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적 이익을 제공 받은 의약사 정보가 공개된다면 영업이나 마케팅이 급격하게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제약사 영업사원 C씨는 “관련 규정에서 허용해 합법화된 경제적 이익이라 할지라도 막상 인터넷을 통해 의약사 실명이 공개되면 리베이트와도 혼동될 수 있는 등 여파가 클 것”이라며 “현재 제품설명회에서는 10만원 한도로 식사 제공이 가능한데 이를 사양하고 돌아가는 의사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국적 제약사 영업사원 D씨는 “요즘 의사들은 영업사원과 밥도 안 먹는 분위기가 팽배해 의사와 식사 여부가 영업사원 능력을 재는 척도가 됐다”라며 “제품설명회에서 식사가 끝난 후 근거를 남기기 위해 의사에게 사인을 요청해야 하는데 이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참고로 제품설명회와 별도로 의사가 제약사 영업사원과 식사한 비용을 제약사가 부담하는 경우는 위법소지가 있다고 복지부는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품설명회에서 10만원 한도로 식사 비용을 제공하는 경우는 가능하지만 영업사원과 한 개별 식사비용을 제약사가 내는 것은 사안에 따라 봐야 한다”며 “불법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경제적 이익을 제공 받은 의약사 정보 공개 여부는 향후 제약사 영업과 마케팅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의료대란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복지부 결정 여파가 제약업계는 물론 의료계에도 전달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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