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재용 3244억 배당받지만 소득세 내고 실수령은 절반 수준
메리츠금융지주 배당은 자본준비금 전환에 따른 비과세 배당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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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보유한 삼성전자 및 계열사 주식을 통해 2023 사업연도 배당금으로 총 3244억원을 받는다. 하지만 절반을 소득세로 내면 실수령액은 1785억원에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 배당으로 2306억원을 배당받는다. 메리츠금융지주가 배당 재원을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자본준비금 감액으로 마련했기에 배당금 전액을 그대로 실수령할 예정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 총 발행주식수 2억337만2114주의 48.06%에 해당하는 9774만7034주를 보유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오는 22일 주주총회에서 주당 2360원씩 총 4483억3400만원을 배당할 예정이다. 배당금은 6.6%(1346만9092주)에 달하는 자사주를 제외하고 나머지 주주들에게 지급되며 조 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 배당금의 51%에 해당하는 2307억원을 받을 예정이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받게 되는 3244억원에 이은 2위에 해당한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9741만4196주), 삼성전자우(13만7757주), 삼성물산(3388만220주), 삼성생명(2087만9591주), 삼성SDS(711만8713주), 삼성화재(4만4000주), 삼성엔지니어링(1366만8989주)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삼성엔지니어링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은 2023년 배당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실수령액으로 보면 조 회장이 이 회장을 제치고 국내 1위 배당부자로 등극한다. 조 회장은 세금 없이 배당금을 전액 실수령하는 반면 이 회장은 배당에 따른 소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연간 2000만원이 넘는 배당을 받는 내국인은 금융종합소득과세자로 분류되며 소득구간에 따른 종합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10억원에 대한 소득세는 3억8406만원이고 10억원이 넘는 금액에 대해서는 국내 최고 과세구간인 45%가 적용된다. 여기에 지방소득세 10%가 가산된다. 이를 감안하면 이 회장이 받게 되는 실수령액은 절반 수준에 그친다.

반면 조 회장이 받는 배당금은 전액 비과세다. 조 회장의 배당금이 비과세인 이유는 메리츠금융지주가 배당을 지급하는 재원이 영업활동 등으로부터 생기는 이익이 아니라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마련한 자금이기 때문이다.

배당은 잉여금에서 지급되는데 잉여금은 자본거래에서 생긴 자본잉여금과 손익거래에서 생긴 이익잉여금이 있다.

자본잉여금은 자본준비금, 재평가적립금, 기타 자본잉여금으로 구분할 수 있고 자본준비금은 주식발행시 액면초과로 발행한 금액(주식발행초과금), 자본감소의 경우 감소액이 반환액을 초과한 금액(감자차익), 회사합병시 소멸된 회사의 순자산액(합병차익), 분할차익, 기타 자본거래에서 발생한 영여금 등이 있다.

법적으로 자본준비금은 자본금의 1.5배 이상으로만 유지하면 된다. 초과하는 금액은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한 다음 배당할 수 있는데 이러한 배당금은 비과세다.

앞서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 11월 1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자본준비금 감소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를 통해 자본준비금 2조1500억원이 이익잉여금으로 변경됐다.

이후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2조1333억원을 기록했고 51%인 1조833억원을 주주들에게 환원했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6400억원을 사용했고 배당금은 4483억원이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영업활동으로 번 과세 대상 배당재원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사용하고 비과세 재원은 배당을 한 셈이다.

메리츠금융그룹 관계자는 “메리츠의 주주환원은 대주주의 1주와 소액주주의 1주는 동일하다는 철학으로 대주주에게만 유리한 방식이 절대 아니다”라며 “원 메리츠 합병 이후 조 회장의 지분은 75.8%에서 46.94%로 오히려 감소했으며 비과세 배당은 대주주뿐만 아니라 일반 주주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메리츠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메리츠금융지주는 주주환원을 함에 있어 배당보다 실질적 주식가치에 직결되는 자사주 매입&소각에 더 큰 힘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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