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으로 무분별한 3차 병원행 막아···복지부·의료계 모처럼 ‘한목소리’
가벼운 수술 및 치료 3차 병원이 무조건 2차 병원보다 뛰어난 것 아냐
3차 병원 중증치료만 집중해도 되게끔 재정 지원 조치 뒷받침돼야

/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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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정부와 의료계의 ‘강 대 강’ 대치 속 환자들의 불편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부는 1차, 2차, 3차 병원의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쉽게 말해 무조건 3차 병원부터 쏠리는 현상을 막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번주는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뤄볼까 합니다.

◆1·2·3차병원 차이는

일단 1차 병원, 2차 병원과 같은 용어 자체가 일반사람들에겐 익숙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1차 병원은 쉽게 말해 우리가 아플 때 흔히 가는 병원들을 말합니다. 30개 미만 병상이 있는 병원으로 해외엔 ‘워크인(Walk-In) 클리닉’이라는 비슷한 개념의 병원이 있습니다.

2차 병원은 병상 30개 이상, 500개 이하 병원으로 정밀 검진 장비, 진료과 4개 이상, 전문과목 2개 이상을 가진 병원을 말합니다. 2차 병원부터 우리가 흔히 말하는 ‘큰 병원’, 즉 종합병원들이 들어간다고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3차 병원은 병상 500개 이상 병원으로 진료과목이 20개가 넘어야 하고 과마다 ‘전문의’가 있어야 합니다. 지역거점 병원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곧바로 진료는 불가능하고 1차 및 2차 병원에서 해당 병원에서 볼만하다는 의뢰서를 써줘야 갈 수 있습니다. 3차병원에서 3차병원으로 의뢰서를 써 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무엇이 문제였나

문제는 병의 경중을 떠나 비교적 가벼운 수술 마저도 1차 병원에서 3차 병원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이 때문에 정작 3차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도 기다림이 길어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일부 2차 병원은 상대적으로 환자가 없는 등 분배의 비효율 문제가 발생하고 있죠.

외국과 달리 한국에선 1차 병원에서부터 환자가 특정 병원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사실 맹장 등 몇몇 수술은 3차 병원보다 2차 병원이 오히려 더 잘하는 경우도 많은데 무조건 3차 병원만 고집하는 경우들도 있다는 것이죠. 심지어 악성 종양이 의심돼 검사해야 하는 사람이 같은 부위 양성 종양 있는 이들도 모두 3차에서 진료보고 검사하려 해서 악성종양인 사람이 2차병원 가서 검사 받고 다시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뭔가 잘못되긴 잘못된 상황으로 보입니다.
이제부터 정부는 3차병원(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 환자, 2차병원(종합병원)은 '중등증'(중증과 경증의 중간) 환자, 동네 병의원은 '경증' 환자 대응과 진료에 각각 집중토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의료분배의 정상화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현실서 제대로 효과 내려면

일단 좋은 취지의 정책이지만 늘 문제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도 충분히 필요할 듯합니다. 예를 들어 1차 병원에서라도 암과 같은 중증이 의심되는 경우는 차질없이 3차 병원으로 보낼 수 있게 하고 반대로 경증인데 환자가 무작정 3차로 보내 달라고 하는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촘촘히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각자 맡은 진료만 보더라도 병원운영이 정상적으로 될 수 있도록 수가도 함께 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3차 병원이 중증 수술에만 집중해도 적자가 나거나 수익상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건보재정 지원이 필수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전공의들이 처음으로 만나서 비공식으로 대화를 나눴다는 소식도 들려왔는데요. 의대정원 문제도 불필요한 발언들로 서로 감정싸움은 최대한 피하고 서로 의견을 참고해서 냉정하게 잘 풀어가 주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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