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판매법인 확대···금호, 2위 생산지로 육성중
넥센, 세일즈 실적 관리···전기차 시장서 기회찾아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국내 타이어 3사가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등 신차의 신흥시장으로 새삼 주목받는 동남아 시장 공략에 힘 주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3사는 최근 동남아 각국에 판매법인이나 생산시설을 신설하며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 중이다.

신윤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인도네시아 법인장(가운데)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전기차 타이어 아이온 출시를 기념해 사진 촬영하고 있다. /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인도네시아 법인
신윤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인도네시아 법인장(가운데)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전기차 타이어 아이온 출시를 기념해 사진 촬영하고 있다. /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인도네시아 법인

◇한국, 판매법인 설립·전기차 타이어 아이온 출시 국가 확대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대만에 판매법인을 설립해 그간 전개해 온 총판 체제를 직영 체제로 전환했다. 동남아 시장에 대한 최신 투자 사례다. 동남아 주요 시장으로 꼽히는 대만의 판매 네트워크를 직접 관리하며 현지 내수 수요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한국타이어는 앞서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에 순차적으로 법인을 설립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이 중 아세안 시장에 속한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3개국을 아세안 시장의 거점으로 삼아 공략해온 가운데 최근 투자 영역을 넓히는 모양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올해 10년 넘게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 연간 600만개 생산 능력을 갖춰 준공된 인도네시아 공장은 각국에 제품을 공급하는 기지로 기능해왔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대전공장 화재 후 생산차질을 빚었을 때 외국 공장과 함께 인도네시아 공장의 가동율을 높여 글로벌 제품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한국타이어는 이밖에 최근 동남아 각 시장에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을 출시하며 현지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에 수반하는 타이어 수요를 선제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 빈즈엉성에 위치한 금호타이어 공장의 전경. / 사진=금호타이어
베트남 호찌민 빈즈엉성에 위치한 금호타이어 공장의 전경. / 사진=금호타이어

◇금호타이어, 베트남 공장 사내 2위 규모로 확장 추진

금호타이어는 3사 중 최근 동남아에 대규모 시설 투자를 단행해 업계 주목을 받았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008년 베트남 남부 빈즈엉성 미프억3산업단지에 공장 설립 후 생산능력을 2021년 기준 400만개에서 2022년 590만개, 지난해 900만개로 급격히 늘렸다.

신차 판매 확대에 따른 내수 수요 확대에 부응하는 동시에 북미 수출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이는 금호타이어의 연간 글로벌 생산량 6000만개를 달성하는데 기여한 시설로 평가받는다. 올해도 증설을 지속해 생산능력을 1250만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금호타이어 글로벌 공장 중 광주공장(약 1000만개)을 넘어서고, 중국(2300만개) 다음으로 큰 생산시설이 될 전망이다.

금호타이어 모기업인 중국 더블스타도 지난해 5월 천연고무 주요 생산지인 캄보디아에 1억3800만달러(약 1800억원)를 투자해 850만개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 설립에 착수했다. 캄보디아는 기업 첫 해외생산 거점으로 캄보디아를 선정했다. 올해 8월 완공할 계획이다. 더블스타의 캄보디아 투자는 금호타이어 사업과 직접 연관되지 않은 사례로 분석되지만, 동남아 공략에 있어 양사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넥센타이어는 그간 국내 시설 투자에 집중하려는 취지로 동남아 시장에 생산시설을 구축하지 않았다. 다만 현재 홍콩에 세운 투자사(홀딩스)를 통해 중국 판매법인을 관리하고 있고, 말레이시아에서도 판매법인을 운영 중이다. 말레이시아 법인은 지난해 3월 현지에서 딜러십 행사를 가지는 등 사업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넥센타이어가 지난해 3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딜러십 컨퍼런스를 열고 시상식을 진행하는 등 현지 딜러들과 소통하고 있다. / 사진=유튜브 캡처
넥센타이어가 지난해 3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딜러십 컨퍼런스를 열고 시상식을 진행하는 등 현지 딜러들과 소통하고 있다. / 사진=유튜브 캡처

◇전기차 시장 성장세···“타이어 제조사에 기회 부여”

타이어 3사가 동남아 공략에 잰걸음을 옮기는 것은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성장 중인 동남아 시장에 힘주고 있어서다. 아세안자동차협회(AAF)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세안 주요 7개국의 자동차 판매대수는 335만여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한국 실적 175만대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아세안 시장은 역내 관세를 없애고 사실상 한 시장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국가별 완성차 구매 성향이나 규모에 차이를 보이지만, 전기차 수요 확대 등 시장 트렌드 측면에서 같은 흐름을 나타내기 때문에 단일 권역으로 여겨 투자, 공략할 수 있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타이어 업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기회 요인이다.

아세안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은 또한 천연고무 등 타이어 원재료의 주요 원산지이기 때문에 가치사슬 구축 측면에서 투자 효용이 높은 곳으로 평가받는다.

국산 타이어 3사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동남아 법인 당기순손익. 각 사 전체 실적에 비해 미미한 규모지만, 각 사는 법인 설립 여부나 실적과 별개로 생산과 판매에 최근 공들이고 있다.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국산 타이어 3사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동남아 법인 당기순손익. 각 사 전체 실적에 비해 미미한 규모지만, 각 사는 법인 설립 여부나 실적과 별개로 생산과 판매에 최근 공들이고 있다.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과거 미국의 반덤핑 관세 조치에 대응하려는 취지로 동남아에 설비 투자한 것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미국 정부가 한국산 타이어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인하함에 따라 생산지간 시너지도 커질 전망이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호타이어에 대해 “올해 실적 개선 관건은 물량”이라며 “베트남 공장 증설로 수익성 높은 지역인 북미 시장 공략을 확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시장이 활성화한 곳에 타이어 시장도 동반 성장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동남아는 또한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세로 각광받고 있어 전용 제품 개발, 판매에 공들이고 있는 타이어 제조사들의 공략 대상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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