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발표
킬러문항 배제 타깃 고교생 높은 증가 “정책 실패”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지난해 학생 수 감소에도 사교육 참여율과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이 증가하면서 사교육비 총액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킬러문항 배제 등 사교육 경감 대책의 주요 타깃인 고교생이 되레 사교육비 증가세를 주도하면서 정부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게 아니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와 의료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의대 정원 확대와 사교육비 문제가 결부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14일 통계청은 전국 3000여개 초중고교생 7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초중고교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3년 초중고 전체 학생수는 521만명으로 전년 대비 약 7만명(1.3%) 감소했으나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000억 원으로 1년 전(26조원)보다 4.5% 증가했다. 첫 사교육비 조사를 진행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학령인구가 전년보다 줄었음에도 사교육비 참여율과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이 증가하면서 사교육비 총액이 늘어났다. 지난해 사교육 참여율은 전년 대비 0.2%포인트 증가한 78.5%였다. 전체학생 기준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4000원으로 2022년(41만원)보다 5.8%포인트 증가했다. 사교육 참여학생 1인당 월평균 비용은 전년(52만4000원) 대비 5.5%포인트 늘어난 55만3000원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2020년 코로나 이후 사교육비가 7.8% 크게 감소한 이후 하락에 대한 반등으로 2021년과 2022년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며 “2023년도도 전체적으로 증가는 했지만 증가세 자체는 둔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가구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 참여율이 높았다.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체 소득구간 중 가장 높은 67만1000원인 반면, 300만원 미만 가구는 18만3000원으로 가장 낮았다. 사교육 참여율도 800만원 이상 가구는 87.9%, 300만원 미만 가구는 57.2%로 30%포인트 이상 격차가 났다. 

부모의 경제활동 상태별로는 맞벌이 가구의 사교육비, 참여율이 높게 나타났다. 맞벌이 가구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5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아버지 외벌이 가구는 42만9000원, 어머니 외벌이 가구는 28만8000원이었다. 사교육 참여율은 맞벌이 가구 80.6%, 아버지 외벌이 가구 78.8%, 어머니 외벌이 가구 65.4%로 나타났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학교급별로는 고등학생의 사교육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전체 고교생과 사교육 참여 고교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9만1000원, 74만원으로 각각 6.9%, 6.1% 증가했다. 이는 초등학생(전체 6.8% 증가, 사교육 참여 5.7% 증가), 중학생(전체 2.6% 증가, 사교육 참여 3.7% 증가)에 비해 증가폭이 크다.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사교육비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고 평가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교육 관련 주요 지표의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며 “지난해 7월 EBS 중학 프리미엄을 무료화하면서 약 31만명이 혜택을 받았고, 중학교 사교육 참여율이 0.8%포인트 감소했다”고 말했다.

사교육비 총액 증가, 특히 고등학생의 사교육비 증가세가 두드러진 것을 두고 정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이 제기능을 하지 못한게 아니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사교육 이권 카르텔 혁파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경찰 등을 동원해 고교생이 주로 찾는 대형입시학원과 유명강사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했고, 수능 킬러문항 배제를 공식화했다. 또 영어유치원과 초등의대 입시반 실태점검, 늘봄학교 확대 등을 사교육 경감 대책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그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왔다. 정부 대책에도 사교육시장의 몸집은 오히려 커지고 있고, 일각에선 킬러문항 배제방침, 의대정원 증원 움직임에 따른 교육현장의 혼란이 사교육비 상승으로 작용할 수 있단 것이다.

특히 의료개혁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의대 증원이 사교육을 더욱 조장한단 논리가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학원 업계 관계자는 “교육환경의 불확실성은 사교육 유입 요인이 될 수 있다. 대치동 등 최상위권 학생을 타깃으로 한 입시학원들의 경우 의대정원 확대로 상위권 재수, 삼수생 유입이 늘면서 호재로 작용할 순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여권 관계자는 “의대정원 문제는 필수의료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사안이다. 사교육을 갖다대는 건 논리가 빈약한 주장”이라며 “의대 정원 늘린다고 사교육비가 증가한다고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면 사교육비를 잡을 것으로 봤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교육대책이 지난해 6월 발표된 뒤 정책들이 하나씩 수립, 추진돼 가는 과정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됐던 과제들은 효과를 발휘하는 부분들이 있었다”며 “돌봄, 고교 부분은 3월 이후 본격 시행되는 것들이 많다. 고교 단계에서 준비하는 EBS 단추와 이와 연계된 멘토링, 튜터링을 통해 본격적으로 사교육 경감대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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