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지니, 매출 2년새 20배 성장…스카이TV는 작년 적자전환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 / 사진 = KT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 / 사진 = KT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그룹 콘텐츠 사업 구조를 두고 특정 계열사만 이득을 보도록 밀어줬단 지적이 나온다. KT 콘텐츠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 얘기다.

KT스튜디오지니는 실적이 우상향하는 반면 KT 손자회사인 스카이TV는 지난해 4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스카이TV가 KT스튜디오지니의 콘텐츠 방영권을 사들이는 구조인 탓에 이른바 ‘히트작’ 여부와 관계없이 KT스튜디오지니가 득을 보는 구조다. 김영섭 KT 대표 등 경영진 사이에서 KT그룹의 미디어·콘텐츠 계열사 간 역할 재정비에 나서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1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KT 손자회사 스카이TV의 영업손실은 38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2022년 영업이익 96억원을 기록했단 점을 고려하면, 1년 새 영업이익이 500억원가량 줄어든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KT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의 매출은 전년(1015억원) 대비 두배 이상 늘어난 2214억원으로 나타났다. 출범 첫해인 2021년 118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법인 설립 2년여 만에 약 20배에 달하는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KT스튜디오지니 매출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매출과 TV 방영권 판매 및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판매 매출 등 두 가지로 구성된다.

두 계열사의 실적이 상반된 행보를 보이는 배경은 구현모 전 KT 대표 체제에서 구축한 미디어·콘텐츠사업 전략 영향으로 풀이된다. KT스튜디오지니는 2021년 3월 출범한 KT그룹 미디어·콘텐츠 분야 전문 회사로, 구 전 대표는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하는 콘텐츠사업 구조를 확립했다. KT스튜디오지니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스카이TV가 해당 콘텐츠의 방영권을 사들여 송출하는 식이다.

이같은 사업전략엔 KT스튜디오지니의 외형을 확대해 이르면 오는 2025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단 구 전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스카이TV의 재무적 부담이 지속적으로 커졌단 점이다. 콘텐츠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KT스튜디오지니가 제작한 콘텐츠를 스카이TV가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스카이TV 지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구성원이 우려했던 약탈적 수준의 드라마 방영권료가 결국 대규모 적자로 돌아왔다”며 “당시 회사가 하던 말은 ‘드라마 방영권료는 스튜디오지니와 협의 중이다, 논의 중이다’, ‘지금의 적자는 성장통이라 생각하자’였다. 협의와 논의의 결과는 처참할 지경이고 성장통을 넘어 말기암 수준이다. 경영진으로서 낙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스카이TV의 모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 입장에서도 이같은 상황은 달갑지 않다. 스카이TV 실적 악화는 KT스카이라이프 실적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연결기준 전년과 비슷한 1조387억원의 매출을 거뒀지만, 영업이익은 전년(632억원) 대비 77.5% 감소한 142억원을 기록했다. 스카이TV의 적자 전환이 주효했다.

이렇다 보니 김영섭 KT 대표가 KT그룹의 콘텐츠사업 전략 재정비에 나서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앞서 구 전 대표 체제에선 KT그룹 콘텐츠 사업 전략 재정비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제기됐지만, 별다른 개선 조치는 없었다고 한다.

KT그룹의 콘텐츠 사업 구조에 정통한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KT스튜디오지니는 사실상 콘텐츠 ‘총판’에 불과하다. KT가 유통을 다 해주니까 콘텐츠를 납품하기만 하면 끝 아니냐”며 “KT스카이라이프와 스카이TV만 망가지고 있어서, 시청률을 갖고 비용을 사후 정산하잔 내부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먹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KT스튜디오지니는 무조건 돈을 버는 구조다. KT에서 밀어주니까 절대 손해가 날 수 없다”며 “문제는 스카이TV와 같이 콘텐츠를 수급하는 계열사들은 리쿱(제작비 회수) 비율이 상당히 낮단 점이다.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카이TV 관계자는 “(실적 악화는) ENA 채널의 콘텐츠 다양화를 위한 초기 투자로 보고 있다”며 “제작비 상승, 광고시장의 악화, OTT 제작 쏠림 현상 등도 실적에 영향을 끼쳤다. 스카이TV는 앞으로도 노조와의 원만한 협의를 통해 소통을 이어 나가고 직원들의 목소리를 청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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