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 이용자 급증에 부작용 우려···국내 업계 타격·소비자 피해 증대
국내대리인 지정·개인정보보호 등 대책···“해외업체 매출통계 확보 시급”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국내 유통시장을 휩쓸면서 부작용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대응책을 내놓았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해외사업자에게 국내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고, 개인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조사 체계를 정비키로 했다. 국내 산업계 피해 방지책으론 법령 손질 및 독과점 강화를 제시한 가운데 정부 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부실한 해외 이커머스 관련 통계를 정비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를 이용하는 국내 사용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집계한 지난달 국내 알리 이용자는 818만명으로 11번가(736만명)를 제치고 쿠팡(3010만명)에 이은 2위에 올랐다. 테무(581만명)도 지마켓(553만명)을 누르며 4위로 상승했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중국산 공산품을 중심으로 한 초저가 전략으로 소비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또 입점·판매 수수료 무료 정책을 앞세워 셀러들도 끌어모으며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중국산 플랫폼에 유입되면서 산업, 소비자 측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들과 중소제조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중국 이커머스의 대표적 저가공세 품목으로 꼽히는 의류, 패션 분야의 경우 타격이 특히 심한 상황이다. 

경기도 파주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이 모씨는 “10년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중심으로 중국산 여성 의류에 마진을 붙여 팔았는데, 최근 매출이 크게 줄었다. 테무 같은 중국 플랫폼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소비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소비자상담센터 등에 접수된 알리익스프레스 관련 지난해 소비자 불만 건수는 456건으로 전년(93건) 대비 5배 가량 증가했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커지면서 정부도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관계부처 합동으로 알리, 테무 등 해외 플랫폼 관련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사업자에겐 국내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도록 법개정을 추진한다. 현재 국내에 주소, 영업소가 없는 해외사업자는 소비자가 불만을 제기하거나, 피해를 입더라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해외사업자의 국내대리인은 소비자 피해구제 및 분쟁해결 업무를 담당하고 국내 전자상거래법 집행 관련한 문서송달, 조사대상이 된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를 중심으로 제기돼 온 개인정보 해외 유출에 대한 대책도 마련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해외 직구 사업자의 개인정보보호법 준수 여부를 조사하고, 방송통신위원회는 해외 이커머스 사업자가 스마트폰 앱 접근 권한에 대한 이용자 고지 여부를 점검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다수에게 발생하거나 빈발하는 소비자 불만, 분쟁은 해외 플랫폼과 한국소비자원간 핫라인을 구축해 긴밀하게 대응하고 해외 온라인 플랫폼 소비자 불만 관련 전담창구를 확대 운영해 대응을 일원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 보호 의무 이행 여부 점검을 위해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 대상 실태조사도 추진한다. 

국내기업 보호를 위해선 국내와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 법을 차별없이 적용 하겠단 방침을 제시했다. 알리, 테무 등 해외 이커머스는 국내법 적용 대상이지만 물리적 한계 등으로 인해 법 준수 여부 조사나 제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정위 측은 “해외 온라인 플랫폼의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적발시 신속히 처리할 예정”이라며 “독과점 지위 형성 등을 통한 해외 온라인 플랫폼의 경쟁제한 행위, 국내 입점업체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등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독과점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려면 기본적 근거인 통계자료가 확보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알리, 테무 등 해외 이커머스 업체들에 대한 매출자료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매달 집계하는 주요 유통업계 매출엔 쿠팡, 11번가 등 온라인 유통업체 12곳의 정보가 담겨있으나, 알리와 테무는 빠져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중국 이커머스 업체에 대한 통계 집계 계획은 없다”며 “법적 근거에 따라 의무적으로 통계를 제출해야 하는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 업체 통계는 업계의 협조를 받아 진행한다. 알리와 테무, 아마존 등 여러 해외업체들이 있지만 이들에게 매출 실적 등을 협조받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체 중 오프라인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의무를 부여할 수 있지만, 온라인은 공정위 소관인 전자상거래법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해외 이커머스 업체의 매출 공개 문제는 부처간 협업을 통해 풀어야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도 중국 이커머스 업체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있다”며 “최근엔 외국산 플랫폼 저가공세에 대응해 온라인쇼핑몰에서 특가 행사 등 대응방안들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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