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리튬·니켈 가격 회복세···연초 대비 두 자릿수 상승
"광물 가격 바닥 찍고 지속 상승할까"···‘래깅 효과’ 기대감
골드만삭스 등 "배터리 핵심광물 지속 하락할 것"
"2분기부터 점진적 수요 증가"···올 하반기 전기차 수요 반등 전망도

포스코퓨처엠 포항 양극재 생산거점. / 사진=포스코퓨처엠
포스코퓨처엠 포항 양극재 생산거점. / 사진=포스코퓨처엠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올해 들어 니켈과 리튬 등 배터리 핵심광물 가격이 반등하면서 일각선 배터리 업계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광물 가격이 여전히 지난해 평균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는 데다 올해 하반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정책 변동성 가능성이 커 업계는 여전히 불안한 기색이다. 

13일 한국광해공업공단 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 12일 기준 kg당 104.5위안으로 연초(86.5위안) 대비 약 20.8% 올랐다. 지난해 12월 초 100위안 밑으로 떨어졌던 탄산리튬 가격은 올해 1월부터 2월 중순까지 80위안대를 기록하다 2월 말부터 반등했다.

리튬 가격은 지난 2022년 11월 고점(581.5위안)을 찍고 1년 이상 수직 낙하했다. 지난 수년 동안 전기차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로 리튬 공급량은 늘어났지만, 지난해부터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리튬 공급 과잉 상태가 이어지면서다.

3달 만에 리튬 가격이 100위안대를 회복한 가운데 니켈 가격도 유의미한 반등을 보이고 있다. KOMIS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니켈 가격은 t당 1만8135달러로 올해 초(1만6600달러)보다 9%가량 올랐다. 니켈은 국내 배터리업계가 주력하는 삼원계 배터리의 주요 원재료다.

양극재 업체들은 광물 가격과 판가를 연동하는 방식으로 배터리 셀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다. 따라서 리튬과 니켈 가격이 양극재 업계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계약 방식 탓에 광물 가격이 지속 하락했던 지난해 국내 양극재 업체들은 광물을 비싸게 사서 양극재를 싸게 파는 ‘부정적 래깅’ 효과를 봤다. 

배터리 핵심광물 가격이 오르자 원재료비가 60% 이상인 양극재 업계를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리튬·니켈을 저렴하게 구매해 재고를 쌓아뒀기 때문에 올해부턴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긍정적인 래깅 효과를 볼 것이란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양극재 업체들은 리튬과 니켈 등 원재료가 재고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골머리를 앓았다”면서 “광물 가격이 바닥을 다지면서 저렴한 원재료를 쌓아둔 전략이 유효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다만 증권업계는 배터리 핵심광물의 가격 상승 추세가 장기화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 현상이 올해 지속하면서 광물 가격의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전력 경영연구원이 이날 발간한 ‘2024년 에너지저장장치(ESS) 부문의 10가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은 4.1테라와트시(TWh)로, 수요(1.2TWh)의 3배 이상이 될 전망이다. 

한전 경영연구원은 배터리 공급 과잉으로 경쟁이 격화하면서 리튬 가격이 하락하고, 이는 배터리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리튬이온 배터리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보다 4% 하락한 킬로와트시 (KWh)당 133달러로 전망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역시 최근 1년 내 니켈과 탄산리튬 가격이 각각 15%, 25%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무엇보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등에 따른 정책 변동성이 배터리 업계 수익성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유럽의회 선거, 미국 대선 등 이차전지 산업 내 불확실성이 높은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차량 배출 규제, IRA 등의 정책 변동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권 연구원은 그간 전기차 시장이 연초보다는 하반기로 갈수록 판매량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업황 반등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봤다. 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신차 출시 계획과 금리 인하를 감안할 때 리튬 가격이 현재 수준에서 하락 폭을 멈춘다면 올해 1분기 실적이 바닥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올해 2분기부터 점진적인 수요 증가가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양극재 업계는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도 속도 조절 없이 투자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에코프로는 올해 국내 생산시설 확충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포항 전구체 공장 증설에 6900억원, 양극재 및 수산화리튬 공장 증설에 각각 3200억원과 1600억 원, 산업용가스 생산에 100억원 등을 투입한다. 

김준형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총괄은 최근 ‘인터배터리 2024’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차전지 투자 속도는 전체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아직 주문이 줄지 않고 있고 현재 투자는 2~3년 뒤를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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