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가세···국민연금도 동참 가능성
KT&G 주주환원 확대···기은, 외인 확보 쉽지 않아
ISS도 기업은행 입장에 동조할지 불투명

서울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 / 사진=IBK기업은행
서울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 / 사진=IBK기업은행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IBK기업은행이 지난 2018년에 이어 올해도 KT&G 대표이사 선임에 반대해 관심이 모인다. 기업은행은 KT&G의 최대주주다. 이번엔 국민연금과 행동주의펀드와 손잡을 가능성이 커 표 대결에 다소 유리한 상황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KT&G 전체 지분의 절반에 가까운 몫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지하고 있기에 향방을 알 수 없다는 관측도 많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이달 28일 열리는 KT&G 주주총회에서 방경만 수석부사장의 KT&G 대표이사 선임 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져달라고 요청했다. KT&G가 연임을 결정한 임민규 사외이사와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곽상욱 변호사에 대해서도 이번 주주총회에서 반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 기업은행은 주주제안을 통해 손동환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KT&G의 이사회 관련 인사를 모두 반대한 것이다. 기업은행은 현재 KT&G의 의결권을 가진 주식 전체 가운데 6.93%(2023년 말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에 이번 KT&G 주총에서 기업은행과 KT&G 이사회 측의 표결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기업은행은 반대의 이유로 KT&G의 실적 부진에 대해 방 부사장의 책임이 크다는 점을 꼽는다. 방 부사장이 선임된 2021년부터 KT&G의 실적을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3년 전인 2020년과 비교해 약 18% 빠졌다. 또 사외이사 외유성 출장 등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실적 감소는 명분일 뿐 결국 정부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을 움직여 KT&G의 경영에 개입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존재한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8월 지분소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바꾼 것도 같은 맥락이란 해석이다. 단순투자는 차익 실현이 주요 목적으로 경영권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지만 일반투자는 단순투자보다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한다. 지난해 정부는 국민연금을 내세워 KT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 깊이 관여한 바 있다. 

이번 주총에선 행동주의펀드인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도 기업은행 측에 가세해 표 대결이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FCP는 13~14일 국내 주주를 대상으로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해 KT&G의 이사회를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아직 별다른 입장이 없는 국민연금도 의견을 내면 기업은행은 13%가 넘는 찬성표를 기본으로 확보하게 된다. 국민연금은 KT&G의 6%가 넘는 지분을 갖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행이 주총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KT&G의 절반이 넘는 지분은 외국인 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8년에도 백복인 전 KT&G 대표의 연임안과 사외이사 인원 확대안을 모두 반대한 바 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해 결국 KT&G 이사회의 안을 막지 못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주주환원 규모를 중시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기업은행이 찬성표를 많이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KT&G는 국내 기업 중에서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곳으로 꼽힌다. 지난해 총 배당성향은 65.3%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 '밸류데이 2023'을 개최하고 고강도 주주환원책을 쏟아냈다. 향후 3년간 2조8000억원 규모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요하게 참고하는 국제 의결권 자문사들이 기업은행 측의 입장에 동조할지도 불투명하다. 2018년 기업은행이 백 전 대표의 연임을 반대할 당시에도 국제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는 연임 찬성을 권고한 바 있다.  당시 기업은행은 ISS를 설득하기 위해 컨퍼런스 콜을 열었지만 먹히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이번에도 ISS와 컨퍼런스 콜을 개최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를 포함해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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