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로 번지는 미중 갈등···국내 기업 '반사이익' 기대
삼바·바이넥스·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에스티팜 주목
"글로벌 기업에 기회 뺏겨선 안돼, 수주 속도전 필요"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미국 정부가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견제하는 내용의 법안이 상원을 통과했다. 미국 기업과 중국 바이오 기업 간 계약 체결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기업의 반사이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는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들의 가치 상승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생물보안법 상원 국토안보위원회 통과./ 표=김은실 디자이너
미국 생물보안법 상원 국토안보위원회 통과./ 표=김은실 디자이너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회는 중국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 및 우시앱텍(Wuxi AppTec)과 같은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할 수 있는 생물보안법안(Biosecure Act)을 11대 1로 통과시켰다. 생물보안법은 미국인의 개인 건강과 유전 정보를 우려기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올해 1월 말 발의된 법안이다.

주요 내용은 미국 연방기관이 중국 BGI와 계열사 MGI 및 컴플리트 지노믹스(Complete Genomics), 위탁연구개발생산(CRDMO) 서비스를 하는 우시앱텍과 계열사인 우시바이오로직스(Wuxi Biologics) 등 바이오 기업과 계약 금지를 골자로 한다. 중국 우려 기업들의 장비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회사들과도 계약 체결이 금지된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국이 지명한 중국기업들과의 거래 및 파트너십이 어려워지면서 국제적으로 광범위한 변화가 예상된다. 만약 생물보안법안이 최종 법으로 제정되면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사업에 큰 제약을 받 된다. 현재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로직스의 매출 절반 이상은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중국 기업 견제는 국내 기업들에게 수혜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파트너사와 수주 계약이 실적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CDMO 업계는 고무적된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주시하는 중국 기업들과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국내 기업에게 신규 수주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그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우시바이오로직스를 주요 경쟁사로 언급해왔다. 2022년 기준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CDMO 시장에서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점유율은 각각 약 10%, 9%로 3·4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올해 항체약물접합체(ADC) 전용 생산시설을 가동하고, 내년 4월 가동을 목표로 5공장을 짓고 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생물보안법안은 초안이라는 점 등 때문에 기우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미중 갈등이 바이오 산업에도 확장되고 있다”며 “그 빈도 역시 잦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업화 단계의 위탁생산(CMO)에서 초기 단계 CDMO로 사업 영역을 넓히려고 하고 있다”며 “우시바이오로직스 규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 가치를 개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외에도 바이넥스, 에스티팜,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도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상대적으로 다품종 소량생산 쪽의 전략을 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에는 신약 개발을 위한 동물실험 등의 비임상시험에 사용되는 시약 생산이 있다. 국내에서는 바이넥스가 다품종 소량생산 전략을 취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로는 유한양행, 셀트리온, 베링거인겔하임, 에이비엘바이오 등이 있다.

또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국내 3위에 해당하는 생산 캐파(용량),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다. 총 15만4000L의 생산 캐파(용량)를 갖췄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일회용 비닐백 기반 생산시설이 회사와 매우 유사하다”며 “현재 2000L 비닐백도 여러 개 추가해 빠르게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스티팜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CDMO 강자로 알려져 있다. 제2올리고동 신축을 통해 생산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내년부터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에스티팜은 우시앱텍의 자회사 중 우시STA와 올리고 CDMO를 두고 경쟁을 벌여왔다.

이처럼 미국 내 생물보안법안이 발의되면서 국내사들의 기업 가치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중국 기업의 미국 CDMO 물량을 끌어오기 위해선 수주 경쟁에서 속도전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노보홀딩스와 후지필름 등 외국 대기업들이 CDMO 산업 기반을 마련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대표 CDMO 기업인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바이오테크놀로지(이하 후지필름 다이오신스)는 지난달 말 덴마크에 CDMO 공장을 추가 확장했다. 이번 공장 증설로 후지필름은 유럽 최대 바이오의약품 CDMO 공장을 확보했다. 또 노보노디스크의 모회사인 노보홀딩스는 최근 165억달러(약 21조원) 현금 거래를 통해 글로벌 상위권 CDMO 기업인 카탈랜트를 인수하는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주요 바이오 기업이 미국 사업에 제약을 받게 되면 국내 기업에게는 수혜가 된다”며 “다만 우시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CDMO 기업으로 꼽히는 만큼 수주 물량을 주던 고객사들의 기준치가 높아, 생산 수율과 퀄리티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어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국내 기업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정책적인 부분에서 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CDMO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수혜가 다른 나라로 이전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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