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250→400%’ 완화···정비사업 사업성 높아져
대규모 주택단지 형성됐다면 용도 변경 가능성도
도봉·성동구도 개발 활성화 기대감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각종 규제로 슬럼화된 서울 준공업지역에 개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준공업지역 내 아파트를 지을 때 용적률을 최대 400%까지 허용하는 서울시 조례가 통과하면서다. 주택단지가 광범위하게 조성된 곳은 주거지역 등으로 용도 변경 가능성이 커졌다. 영등포 등 서남권을 비롯해 도봉구와 성동구가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서남권 대개조 1탄’ 준공업지역 용적률 완화 속도  

13일 서울시와 업계 등에 따르면 준공업지역에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건설할 경우 공공기여 등에 따라 용적률을 최대 400%까지 허용하는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이 통과됐다. 해당 조례는 오는 28일 공포돼 3개월 후인 6월 말부터 시행된다.

준공업지역 용적 완화는 서울시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서남권 대개조 구상’의 1탄으로 꼽힌다. 서남권 대개조 구상은 1960~70년대 소비·제조산업 중심지였던 서남권을 규제 완화를 통해 주거와 일자리를 융합한 ‘직주근접형’ 도시로 개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남권은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 강서구, 양천구, 관악구, 동작구 등 7개구를 말한다. 이들 지역에 서울 준공업지역의 82%가 집중돼 있다. 이 중에 영등포구가 가장 넓고 구로구, 금천구, 강서구 등의 순이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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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업지역은 용적률이 최대 250%로 제한돼 재건축·재개발의 사업성이 확보되지 못했다. 정비사업이 지연되다보니 슬럼화는 가속화 됐고 오피스텔 등 준주택 위주의 고밀 난개발이 이뤄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서울시는 앞으로 준공업지역 내 아파트를 지을 경우 용적률을 400%까지 완화하고 준공업지역 내 주택단지가 광범위하게 조성된 지역은 주거지역 또는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영등포 당산·문래 재건축·재개발 들썩···서울시, 강서구 염창동 규제 완화 시사 

개발 기대가 큰 지역은 영등포구다. 준공업지역 면적이 넓을 뿐 아니라 역세권 등 교통 요지가 많아서다. 영등포 내 준공업지역(5.02㎢)은 전체 구 면적의 30%에 달한다. 당산동, 양평동, 영등포동, 문래동 등이 역세권에 몰려 있다.

노후 아파트들이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등포에서 정비사업을 추진 곳은 재건축 31곳, 재개발(공공포함)까지 포함하면 60곳이다. 당산동 당산4가 현대3차, 문래동 현대 6차·두산위브·공원한신·국화아파트 등 상당수가 준공업지역에 몰려 있다. 문래국화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최근 총회를 열고 용적률 400% 완화를 반영한 정비계획 변경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 5호선 양평역을 끼고 있는 양평동 일대에선 양평 11구역 재개발이 재추진될지 주목된다. 2017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이 지역은 최근 토지 소유자를 중심으로 사업 진행 방식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구도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서남권 대개조 계획 발표 시 준공업지역 규제 완화를 시사하며 강서구 염창동 일대를 언급하기도 했다. 해당 지역은 서울 지하철 9호선 라인인 염창역부터 등촌역, 증미역, 가양역, 양천향교역 일대가 준공업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염창동 일대 준공업지역에는 상당수의 아파트가 들어서며 주택단지가 조성돼 있는데 염창우성1·2차, 삼천리, 한강타운아파트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 단지는 용적률 400% 개발을 전제로 사업을 준비 중이다.

◇도봉·성동, 서남권 다음으로 준공업지역 많아

조례가 개정되면 서남권뿐 아니라 도봉구와 성동구 등도 개발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서울 지역 내 준공업지역은 서남권을 제외하면 성동구(205만㎡)와 도봉구(149만㎡)에 가장 많다.

도봉구 내 준공업지역에는 이미 대단위의 주택단지가 조성돼 용도지역 변경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봉구는 지하철 4호선 쌍문역, 지하철 1호선 방학·도봉역 인근이 준공업지역이다. 해당 지역 아파트는 도봉한신과 북한산아이파크, 태영창동데시앙 등이 있다. 현재 도봉동 삼환도봉과 도봉유원 아파트 등이 재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삼환도봉은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정비계획 입안 절차를 준비 중이다. 도봉유원은 이달 초 안전진단을 위한 현지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준공업지역 가운데 땅값이 가장 높은 성동구에서도 주택 개발이 본격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성동구 준공업지역 내 건축물 가운데 준공 30년을 초과한 건축물 비중은 60.6%에 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준공업지역 내 규제들이 과거 제조업이 활발했던 40~50년 전에 마련된 것들이다”며 “당시 공장에서 폐수와 오염 물질이 배출된 시절 산업과 주거지역이 함께 있으면 주거기능이 훼손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제 전통 제조업 시절로 돌아갈 가능성이 희박해진 데다 주요 산업도 바뀌었기 때문에 준공업지역 내 개발 방향도 바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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