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일라이 릴리사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나네맙' 승인 연기
안전성 문제탓 분석도···아밀로이드 표적치료제 부작용 우려 여전
알츠하이머병 신약 부작용 극복방안 관심···안전성 과제 해결할까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기대를 모았던 일라이 릴리의 신약 ‘도나네맙’(Donanemab) 승인을 연기하면서, 관련 치료제의 부작용 이슈가 다시 떠올랐다. FDA의 이번 도나네맙 승인 연기가 안전성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이에 안전성 문제 극복을 시도하는 국내 기업의 알츠하이머병 신약 개발이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의 알츠하이머 신약 도나네맙의 승인 시점이 연기될 전망이다. 최근 미 FDA가 일라이 릴리의 알츠하이머 신약 도나네맙의 승인을 연기하고, 말초 중추신경계 약물 자문위원회(PCNS)를 소집해 도나네맙의 효능 및 안전성에 대해 재검토하기로 하면서다. 해당 회의 일정은 미정으로, 도나네맙 FDA 승인 시점은 올해 1분기 이후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자문위 소집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부작용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나네맙은 알츠하이머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뇌 내 단백질 덩어리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방식의 치료제다.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앞서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과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도 같은 방식이다. 축적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표적한다.

이들 아밀로이드 표적치료제는 시장에서 주목받는 항체의약품이지만, 안전성 문제가 부작용으로 거론된다. 해당 계열 약물을 사용했을 때, MRI 영상검사상 뇌부종이나 미세출혈 등 비정상적인 신호들이 포착되는 ‘ARIA(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가 발생하면서다. ARIA는 뇌부종과 출혈을 동반하는 것으로, 심각한 부작용으로 알려져 있다.

아밀로이드 표적치료제는 모두 ARIA 발생 우려가 있다. 아두카누맙은 ARIA 발생률이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안전성 우려를 유발한 바 있다. 레카네맙의 ARIA 발생률은 약 10%로 아두카누맙보다 관련 문제를 개선했지만, 3명의 환자가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나네맙 역시 관련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도나네맙은 현재까지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중 효과가 가장 우수한 신약 후보물질로 꼽히지만, 임상 중 환자 37%에서 뇌부종과 미세출혈 등이 발생하고, 3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안전성 문제가 여전히 과제로 꼽히는 가운데, 국내 기업이 개발 중인 신약의 부작용 이슈 극복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내 기업은 다양한 방식으로 알츠하이머병 신약의 안전성 문제를 줄이고자 하고 있다.

오스코텍과 아델이 공동개발 중인 알츠하이머성 치매치료제 ADEL-Y01은 아밀로이드 베타가 아닌 타우 단백질을 표적으로 한다. ADEL-Y01은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핵심 병리 인자로 알려진 아세틸화 타우 단백질을 타깃하는 항체 후보물질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표적치료제와 타깃이 다르다.

오스코텍 관계자는 “뇌부종 등 ARIA 관련 부작용은 아밀로이드 베타 타깃 치료제에서 나오는 경향이 있다”며 “타우 단백질은 타깃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서 부작용 문제 개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2세대 타우 타깃 치료제 임상이 한창 진행 중으로, 해당 임상 데이터가 나오기 시작하는 오는 2025년부터 관련 신약의 효능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타우 단백질은 부작용 우려보다는 효능이 어느 정도 나오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엔케이맥스는 NK세포치료제 ‘SNK01’의 알츠하이머병 임상 1/2a상을 진행 중이다. SNK01은 뇌 속의 면역세포 활성화를 통해 뇌의 전반적인 면역환경을 향상하는 기전이다. 뇌에 존재하는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는 뇌에 응집된 비정상 단백질을 식균하며 뇌를 청소한다. 이런 미세아교세포가 활성을 잃어 비정상 단백질을 식균하지 못하면,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고 알츠하이머병도 유발할 수 있다.

기존 베타아밀로이드나 타우 등 비정상 단백질을 직접 제거하는 항체치료제와는 달리 엔케이맥스의 SNK01은 활성을 잃은 미세아교세포를 정상화하는 등 다방면으로 뇌의 면역환경을 개선해 근본적 문제를 해결한다는 설명이다. 기존 치료제의 아밀로이드베타와 타우 등 비정상 단백질 응집체 제거를 돕고, 신경염증을 감소시켜 뇌 속의 전반적 면역환경을 개선한다.

 

./자료=각사, 표=김은실 디자이너
./자료=각사, 표=김은실 디자이너

 

엔케이맥스 관계자는 “환자 본인의 몸속 NK세포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부작용 없이 안전한 투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SNK01은 직접적인 치료를 통해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기억력 감퇴를 늦추는 방식으로 효과와 사용범위가 제한적인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앱지스는 ASM(Acid Sphingomyelinase)을 타깃해 혈중 내에서 작용하는 방식으로 ARIA부작용 우려를 극복했다. 뇌와 신경 조직을 구성하는 지질 중 하나인 스핑고미엘린은 ASM 효소에 의해 세라마이드로 분해된다. 세라마이드는 신경세포 내에서 세포 고사나 염증을 유발한다, ASM은 스핑고미엘린을 염증을 유발하는 세라마이드로 분해하는 효소로, 알츠하이머 환자 혈액에서는 이 ASM의 과발현이 관찰된다.

이수앱지스의 알츠하이머병 파이프라인 ISU203은 혈액 내 ASM의 증가된 활성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이수앱지스는 ASM이 세라마이드라는 염증 관련 물질을 생성해 뇌신경 세포에서 염증 및 알츠하이머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혈중 ASM 농도를 낮춰 염증 관련 물질 생성을 전반적으로 억제한다.

이수앱지스 관계자는 “노인이나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서 ASM이 상당히 과발현되어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아밀로이드 베타, 타우 단백질도 뇌신경 내에 염증이 쌓이면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SM을 저해해 이같은 전체적인 염증 일련의 과정을 초기에 막으면 알츠하이머 질환을 억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ISU203은 정맥 주사 형태로 전체 혈중 내 농도를 낮춰 작용하는 방식으로, 뇌내혈관장벽인 BBB투과에 따른 부작용 이슈에서 자유롭다는 설명이다. ARIA 부작용은 뇌의 BBB를 투과해 항체가 뇌세포로 넘어가며 생기는 부작용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ISU203은 직접 BBB를 투과하지 않고 전체 혈중 농도를 통해 작용한다는 점에서 관련 부작용 우려가 없다는 것이다. ISU203은 비임상 독성시험을 완료한 상태로, 임상 1상은 기술이전을 통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멥스젠은 알츠하이머병 파이프라인 ‘MG-PE3’를 개발 중이다. MG-PE3는 인체에서 자연으로 발현되는 단백질을 활용해 만든 약물로, 기존 체내 물질을 활용함으로써 항체 기반 치료제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극복했다. 비임상시험에서 확인된 무독성 결과를 통해 부작용 없이 치료 대상 환자군을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멥스젠 측은 기대하고 있다. MG-PE3는 현재 전임상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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