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알리익스프레스 ‘K-베뉴’ 입점
자사몰 CJ더마켓보다도 저렴하게 제품 판매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국내 커머스 기업들이 중국 이커머스 공습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중국 커머스 대표주자인 알리익스프레스가 막강한 자금력을 무기로 한국 셀러들을 대거 모집하는 가운데, 국내 대형 식품 제조업체의 입점 소식도 들린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가 CJ대한통운, CJ제일제당과 손잡으면서 사실상 쿠팡과의 신경전이 다시 불거지는 분위기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CJ제일제당은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브랜드 전문관인 ‘K-베뉴(케이베뉴)’에 입점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부터 K-베뉴를 론칭하고 국내 업체들의 입점 신청을 받아왔다. 이달부터는 입점 업체에 수수료를 면제하며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웠다.

CJ제일제당이 알리익스프레스 K-베뉴에 입점했다. / 사진=알리익스프레스 캡처
CJ제일제당이 알리익스프레스 K-베뉴에 입점했다. / 사진=알리익스프레스 캡처

CJ제일제당은 즉석밥 햇반부터 비비고 만두, 비비고 김치, 스팸, 사골곰탕 등 간편 식품까지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알리익스프레스 입점을 기념해 햇반과 비비고 등 제품을 특별 할인가로 판매하고 있다.

특히 CJ제일제당의 알리익스프레스 입점은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쿠팡과 납품가를 두고 갈등을 벌여오다 2022년 11월부터 햇반, 비비고 만두 등 일부 제품을 쿠팡 로켓배송서 판매하지 않고 있다.

CJ제일제당과 비슷하게 쿠팡과 오랜 기간 갈등을 빚었던 LG생활건강이 올해 1월부터 쿠팡 로켓배송을 재개하면서, 일각에선 CJ제일제당의 쿠팡 입점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CJ제일제당은 쿠팡 로켓배송 대신 알리익스프레스에 입점하며 유통 채널을 넓혔다.

현재 CJ제일제당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이 자사몰이 CJ더마켓보다 저렴하게 판매돼 눈길을 끈다. 이날 기준,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햇반(130g, 36개)’을 3만3480원, CJ더마켓에서는 3만5964원에 판매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입점 기념 프로모션으로 알리익스프레스가 판매가격을 직접 책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CJ제일제당이 쿠팡 로켓배송에서 빠진 매출을 메우고자 알리익스프레스 입점을 결정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은 햇반 매출 850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은 4.3%로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이는 2021년과 2022년 매출 증가율이 각각 23%, 18.5%였다는 점과 대조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 입점은 사업 성장과 소비자 선택권 확대 차원”이라고 말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CJ 공생은 CJ제일제당에서 그치지 않는다. CJ대한통운은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2022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CJ대한통운은 알리바바그룹 물류 자회사인 차이니아오와 파트너십을 맺고 알리익스프레스 해외 직구 물량 배송을 담당했다. 지난해 3월부터 일부 통관은 물론 택배까지 전량 CJ대한통운이 담당하고 있다.

CJ대한통운와 알리익스프레스 계약 기간이 다음 달로 종료되는 가운데 업계선 CJ대한통운과 수의계약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느린 배송’이 한계로 지적됐으나 CJ대한통운이 배송을 맡은 이후 과거 한 달 걸리던 배송 기간을 5~7일 수준으로 단축했다. 최근에는 정부가 해외직구 종합 대책 태스크포스를 꾸리며 알리익스프레스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알리익스프레스가 배송에 힘을 싣는 차원에서 CJ대한통운과 협업을 이어가는데 무게가 실린다.

CJ대한통운도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물량을 대거 늘렸다. 증권가에서는 CJ대한통운의 알리익스프레스 처리 물량이 지난해 1분기 346만 박스에서 3분기 904만 박스로 261%나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CJ대한통운은 수익성 위주의 화물 처리, 쿠팡 등 경쟁사 성장으로 연간 물동량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올해부터는 증가한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무엇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가품, 개인정보 등 부정적 이슈에 둘러싸여 있다. 따라서 알리익스프레스로선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CJ와의 공생을 이어갈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 로켓배송에서 빠지면서 CJ제일제당으로선 큰 판매처가 사라진 것”이라며 “알리익스프레스에 입점하면서 쿠팡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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