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NH농협은행 대상 고강도 검사 착수···준법감시 인력 부족 지적
은행 자체 검사 통해 배임 적발···해외감시반 신설 및 준법감시인력 지속 확충 고려해야
4대 시중은행 대비 NH농협은행 준법감시 업무 담당 인력 비중 낮지만 구체적인 활동내역 중요

최근 NH농협은행은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09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최근 NH농협은행은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09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최근 NH농협은행에서 109억원 규모의 배임 사건이 발생해 내부통제 역량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당국이 NH농협은행에 대한 고강도 검사에 착수한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준법감시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내부통제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이번 사건이 은행 자체 검사를 통해 적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준법감시 지원과 내부통제 역량 강화 노력을 참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NH농협은행은 지난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09억4733만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NH농협은행 측은 은행 자체 감사를 통해 발견됐다고 밝혔다. 향후 인사위원회를 통해 행위자를 징계하는 동시에 형사고발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사실 NH농협은행의 금융 사고·사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NH농협은행에서 제출받은 횡령사고 발생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총 17건의 사고가 발생했으며 횡령금액만 3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재금 횡령이 10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지난해에도 외국통화 및 자동화기기를 이용한 2건의 시재금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고객 예금 횡령도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 발생했고 특히 지난 2021년에는 가족명의를 이용해 25억4500만원의 대출금을 횡령한 4급 직원이 적발돼 징계해직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내부통제 미흡과 관련해 경영유의사항 조치를 받기도 했다. 당시 금융감독원 은행검사2국은 NH농협은행에 대해 20건의 개선사항과 22건의 경영유의사항 조치를 내렸는데 '내부통제기준 정비 및 보고절차 마련' 등 미흡한 내부통제 시스템과 관련한 사항도 포함됐다.

이처럼 국회와 금융당국이 국정감사와 기관조치 등을 통해 NH농협은행의 내부통제 문제를 꾸준히 제기되고 있음에도 잇따른 금융 사고·사건에 감시인력 충원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배임 사건을 계기로 금융당국이 NH농협은행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수시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NH농협금융지주까지 확대해 내부 통제 이슈 등을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NH농협은행에서 배임 사고가 끊이지 않고 과거 정기 검사에서 지적된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수시 검사에 돌입했다"며 "배임 사건은 물론 농협중앙회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등을 두루 살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NH농협은행은 지난해 8월까지 준법감시인력이 53명 수준으로 전체 임직원 대비 0.33%에 불과했다. 타 시중은행들과 비교해도 농협은행의 준법감시인력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기준 우리은행(0.68%), 신한은행(0.64%), 하나은행(0.61%), KB국민은행(0.41%)의 준법감시인력 비율은 NH농협은행을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사건 자체에 대해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이번 사건이 은행 자체 검사를 통해 발견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조치 이후 NH농협은행은 상시감사반과 규제대응지원반을 팀으로 승격시키고 해외감시반을 신설하는 등 조직을 강화하고 준법감시인력을 확충해 연말 기준 65명까지 늘렸다. 전체 임직원에서 준법감시 업무 담당 인력이 얼마큼 비중을 차지해야 하는지 법적 기준은 없다.

준법감시 업무에 얼마나 많은 인력을 투입하는지가 은행의 내부통제 역량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단순히 수치만 두고 전체 내부통제 역량을 판단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과거 대비 준법감시 인력에 대한 지속적인 증가는 은행 자체적으로 내부통제 역량 강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근거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4대 시중은행 대비 NH농협은행의 준법감시 업무 담당 인력 비중이 낮은 것은 맞지만 4대 시중은행조차 모두 충분한 인력을 보유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도 "준법감시인의 구체적인 활동내역과 처리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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