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망 개통 호재 속 전세가 오르고 매맷값 낮아지는 영향
지역 따라 역전세난 우려도

올해 들어 갭투자가 잦은 주요 지역 및 건수 / 표=정승아 디자이너
올해 들어 갭투자가 잦은 주요 지역 및 건수 / 표=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전국 주택시장이 매맷값 하락과 전셋값 상승에 따른 갭이 좁아지는 가운데,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갭투자가 증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망 개선 호재가 기대되는 지역에서 자기자본은 1억원 안팎의 종잣돈만 가지고 전세보증금을 안고 주택을 매입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역에 따라 전셋값 하락으로 역전세난이 발생하며 보증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갭투자가 가장 두드러지는 건 동탄신도시가 속한 경기도 화성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들어 화성에서는 45건의 갭투자가 이루어졌다. 아실은 아파트를 매매한 뒤 실거주하지 않고 전·월세 등 임대차계약을 맺기 위해 매물로 내놓은 형태의 매물을 갭투자로 집계한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만 보더라도 화성은 갭투자가 이뤄지기 적합한 환경이라는 게 드러난다. 이번주 아파트 매매가격은 0.02% 하락해 지난해 12월 첫째 주(-0.01%)부터 내림세가 지속되는 반면, 아파트 전셋값은 0.07% 상승한 것이다. 전셋값은 지난해 5월 둘째 주(0.12%)부터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해 2월 첫째 주(-0.10%)를 제외한 모든 기간 상승세를 보였다.

이처럼 매맷값과 전셋값의 가격 차이가 좁혀지면서 실제 소액으로 중형평형의 주택을 매수하는 사례도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화성시 반송동 동탄시범다은마을메타역롯데캐슬 전용 84㎡는 지난달 초 6억2000만원에 매매거래가 이뤄졌는데, 5억2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돼 1억원의 차이가 났다.

능동 동탄푸른마을두산위브 전용 73㎡는 지난 1월 말 매매와 전세계약이 동시에 체결됐다. 각각 4억5000만원과 3억8000만원으로 7000만원 차이에 불과했다. 이밖에 동탄 숲속마을에서도 전용 84㎡타입을 5000만원 갭투자로 사들인 사례도 있다.

특히 올들어 화성시에서 갭투자가 활발해진 이유로는 교통망 개선 호재 때문으로 보인다. 오는 30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의 수서~동탄 구간이 개통을 앞둬 투자 수요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교통호재로 실거주 수요는 많아진 상황에서 매맷가는 낮아지고 전세가는 꾸준히 올라 갭투자에 더없이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지금과 같은 교통망 개선과 전셋값 상승 추세가 갭투자 심리를 충분히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매맷가와 전셋값 차이가 좁혀진 상황에서 투자 쪽으로 집중하면 갭투자가 되고 세입자 측면에서 집값 하락을 걱정하면 역전세난인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도권 내에서도 지역별 향후 주택공급 물량에 따라 전세시세가 추후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지역도 있다. 성급히 갭투자 했다가 역전세난으로 보증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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