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기록하는 집

공간 기획과 브랜딩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먹는’ 경험을 만들어내는 위승준 씨. 의식주 전반에 대해 누구보다 광범위한 취향을 지니고 있는 그의 집은 새로운 차원의 ‘사는’ 경험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거실에 자신만의 취향을 보여주는 가구, 소품, 그림들을 가득 채운 집.
거실에 자신만의 취향을 보여주는 가구, 소품, 그림들을 가득 채운 집.
작은 집에 매일의 취향을 기록 중인 위승준 씨.
작은 집에 매일의 취향을 기록 중인 위승준 씨.

나만의 취향 기록 보관소

요즘 가장 핫한 카페 중 하나인 ‘하프커피’에서 마케팅 전반을 책임지는 CMO를 맡고 있는 위승준 씨. 그의 작은 아파트는 그만의 넓고 방대한 취 향을 담은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광범위한 관심사들이 업무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접점을 만드는 계기가 되곤 해 흥미가 생기는 물건이라면 반드 시 구매해서 사용해 본 지난 시간의 결과이기도 하다. “제가 사용하는 물건, 구매하는 브랜드는 모두 새로운 일을 해 나가는 데 영감이 되어줘요. 그러다 보니 저희 집이 다양한 카테고리의 물건들로 가득차 있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좋아하는 것이 많다 보니 많이 보게 되고, 많이 보다 보니 갖고 싶은 것도 많아져서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한 물건들은 각자 절묘한 위치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브랜드에게 공간은 무척이나 중요 한 요소라 여기며, 공간의 기능만 이용하는 것을 넘어 색다른 경험까지 선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늘 고민하는 그에겐, 집 역시 ‘나’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테스트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집은 누군가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패션, 가구, 캠핑 등 카테고리를 가리지 않는 관심사를 보유한 제가 살고 있는 집이 지금의 모습이 된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구조의 매력보단 위치에 끌려 살게 됐다는 그의 집은 전형적인 복도식 아파트 구조. 지은지 오래된 편이라 좁은 거실과 불필요할 만큼 넓은 안방 등 복도식 아파트 특유의 단점도 많다 고. 하지만 거실이 좁은 덕분에 다채로운 취향을 한곳에 모아 보여주기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물건도 컬러도 점점 늘어나서 거실과 주방은 혼돈 그 자체인 것 같아요(웃음). 제가 미드센추리 모던이나 멤피스 디자인처럼 컬러풀한 것들을 좋아하거든요. 워낙 다양한 분야의 물건들이 뒤섞여 있어서 지저분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의외의 소재가 화려한 컬러와 묘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재밌게 느껴질 때가 더 많아요.”

벽면의 비초에 시스템 선반은 위승준 씨가 가장 애정하는 가구 중 하나. 집을 옮기는 날이 와도 새로운 모듈을 더해 확장해나갈 생각이다.
거실과 달리 차분하고 내추럴한 무드로 연출한 침실. 코너장은 스웨덴에서 온 빈티지 제품이다.
거실과 달리 차분하고 내추럴한 무드로 연출한 침실. 코너장은 스웨덴에서 온 빈티지 제품이다.
무어만의 가구로 무게감을 더한 침실.
무어만의 가구로 무게감을 더한 침실.
룸 디바이더는 아르텍 제품.
룸 디바이더는 아르텍 제품.

이제는 둘이 사는 그 집

최근 위승준 씨의 싱글 하우스는 신혼집이 됐다. 혼자 살던 집이 둘이 사는 집이 됐지만 인테리어에 큰 변화는 없다. 바뀐 점이 있다면 집밥에 대한 애착을 가진 아내 덕분에 부엌에 생활감이 더해졌다는 것 정도. 여백의 미를 사랑하는 아내이지만 정반대 취향의 남편을 막아서지 않고 존중해준다. “아내가 저의 맥시멀 라이프를 이해해준 덕분에 거의 모든 게 결혼 전과 그대로예요. 왠지 요즘엔 제 취향에 동화되어가는 것도 같아요. 거실의 몬타나 빈티지 선반장도 아내와 함께 구매했거든요. 제 입장에선 고마운 일입니다(웃음).”

화려한 컬러들로 가득한 거실 바로 옆에 사뭇 다른 분위기의 침실이 자리하는데, 차분한 무드의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드 톤의 가구와 종이 소재 펜던트 등을 선택했다고. “거실과 달리 침실은 컬러 사용을 최대한 자제한 공간이예요. 온 집 안이 컬러로 가득하면 오히려 피로할 것 같았거든요.” 이처럼 더할 건 더하고 뺄 건 빼는 그만의 기준은 물건을 새로 집에 들일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물건을 살 때의 뚜렷한 기준을 정해 뒀어요. 꼭 필요한 물건인지, 우리 집에 이미 있는 아이템은 아닌지 늘 신중 히 고민해요. 충동적으로 구매하기보단 미리 목록을 작성해 두고, 해외 사이트도 꼼꼼히 살펴보죠.” 위승준 씨는 아무리 예쁘고 좋은 집도 편안하지 않다면 집이라 부를 수 없다며, 오늘도 집에 편리함과 실용성을 한 스푼씩 더하는 중이다. 거실 테이블 앞에 둔 널찍하고 편안한 빈티지 체어도, 직화를 원하는 아내를 위한 가스레인지도 실용성을 위해 선택한 것들이다. “요즘은 아내와 함께 요리를 만들고, 거실 테이블에 앉아 음악과 함께 먹는 시간이 가장 행복해요. 이런 것이야말로 집의 진짜 의미가 아닐까요? 좋아하는 물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진정한 쉼이 있는 공간이요.”

귀여운 디자인에 반해 구매한 일본 빔즈의 전등갓.
귀여운 디자인에 반해 구매한 일본 빔즈의 전등갓.
마음에 들었던 브랜드의 라벨을 잔뜩 걸어 둔 사이드 테이블.
마음에 들었던 브랜드의 라벨을 잔뜩 걸어 둔 사이드 테이블.
시즈 브락만이 디자인한 빈티지 캐비닛에 좋아하는 물건들을 모아뒀다.
시즈 브락만이 디자인한 빈티지 캐비닛에 좋아하는 물건들을 모아뒀다.

CREDIT INFO

editor     장세현
photographer     김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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