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청년 주거지 빌라 인허가·착공물량 급감···향후 공급난 부작용 우려 제기
“빌라 통계·평형 부정확, 관리 체계도 문제”···“시장 상황과 대출·금리 엇박자”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대표적 서민주거지로 꼽히는 빌라 공급이 뚝 떨어질 조짐이 보인다. 전세사기에 대한 두려움이 빌라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2~3년 뒤 공급 절벽에 따른 서민 주거 불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빌라 수급이 살아나려면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단 지적을 내놓는다. 불분명한 빌라 공급 통계를 손보고 평형 표준화, 관리체계 강화가 따라줘야 하며, 공공임대 공급 확대와 전세사기 대책 마련도 필요하단 조언이다. 금리와 대출을 시장상황에 맞게 완화하고 정부의 비아파트 활성화 대책의 시행 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단 분석도 나온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표적 서민 주거지로 꼽히는 빌라(다세대·연립)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이 크게 줄어들 조짐이 보인다. 국토교통부 추산 지난해 전국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총 4만6600호로 전년(9만4141호) 대비 50.5% 감소했다. 비아파트 착공 물량은 총 3만9237호로 1년 전(8만4382호) 보다 53.5% 급감했다. 

이는 지난 2022년 전국적으로 불거진 전세사기 문제로 빌라에 대한 자금 안정성이 흔들리면서 매매 및 전세 수요가 급감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빌라 등 비아파트 인기가 떨어지니 투자자가 없고 공급자 또한 공급을 하지 않는 것이다.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거 비용이 적게 들어 서민과 청년들이 거주하면서 자금을 마련해 향후 아파트를 마련하는 주거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빌라 공급이 흔들리면 서민 주거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단 지적이 제기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저소득층, 젊은층이 선호하는 빌라 공급이 급감하면 이들에게 타격이 되돌아간다”며 “주거정책 목표가 서민 주거복지 향상인데 서민 주거 안정이 위협받는단 측면에선 아파트 공급 감소보다도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빌라 공급절벽이 아파트 시장 불안으로 이어진단 우려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비아파트 공급이 줄어들면 결국 아파트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빌라, 오피스텔 전세로 들어가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단 불안감, 위기감이 고조돼 있다”며 “찾는 수요자가 없다보니 공급업자들이 공급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주거취약계층이 갈 곳이 없게된다”고 언급했다.

수도권의 한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 모습. /사진=연합뉴스
수도권의 한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비아파트 부분에 대한 체계적 공급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통계시스템 구축, 평형 표준화, 관리체계 강화 등이 해법으로 거론된다. 권대중 서강대 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분양 주택 통계에 비아파트 부분이 30가구 이하로 잡히지 않고 있다. 비아파트가 얼마나 공급되는지는 추정치지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처럼 전용면적과 공유면적을 합친 분양 면적의 규정화가 안 돼 있다. 평형이 법제화는 돼 있는데 강제하지 않아 분양 면적을 늘릴 여지가 있다”며 “아파트는 300가구 이상이거나 승강기가 있는 150가구 이상의 경우 주택관리법상 주택관리사가 나가서 관리하게 돼 있는데 비아파트 부분은 관리 사각에 있다”고 덧붙였다.

전세사기 대책과 공공임대주택 공급 강화, 비아파트 부분에 대한 정책적 혜택이 필요하단 조언도 나온다. 고 원장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많이 늘리는게 근본 해결책이다. 전세사기 예방책도 보강해야 한다”며 “전세 에스크로 제도, 안심 전세 중개사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민간의 다세대나 다가구를 재건축할 때 금융, 세제, 용적률 혜택을 주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금리와 대출 정책이 시장상황에 맞게 조정돼야 한단 지적도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다세대 공급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토지가격과 공사비 상승이다. 수요 측면에선 전세사기 등 분위기로 다세대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졌다”며 “이런 것들이 고금리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기에 해결을 위해선 먼저 금리가 완화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수요 진작을 위해선 대출규제를 정상화해야 한단 조언이다. 박 교수는 “지금 DSR 40%에 스트레스 DSR까지 대출 규제가 매우 강하다. 하락조정기에 최강의 대출규제를 하는 엇박자 정책이 수요가 사라지고 공급도 없는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라며 “대출은 선택의 문제다. 처음부터 중산층, 저소득자의 내집마련 주거사다리를 원천 차단하는 정책을 결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정부는 향후 2년간 준공하는 전용면적 60㎡ 이하(수도권 6억원·지방 3억원 이하) 도시형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다가구 주택 등 비아파트에 대해 주택수 산정에서 제외해 양도소득세,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단 조언도 제기된다.

서 교수는 “정부가 지방의 일정 규모 이하 면적을 1주택에서 제외한다고 했는데 2년 한시적이기에 기존 주택을 혜택받을 수 있지만, 새로운 공급 효과를 내긴 어렵다”며 “5~6년 정도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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