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병·종병, 입원환자 감소로 20-30% 약품 공급 줄어···환자 감소 비율과 비례해 매출 하락
수액제·혈액제 등 수술 필요 약품도 타격···문전약국은 전문약 처방 감소로 파업 여파 경험
일부 병·의원은 매출 늘어 납품 제약사에 영향···만성질환자 이동과 소형 수술 환자 몰려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전공의 파업 사태가 3주차에 접어들면서 의료기관과 품목별로 제약업계에 매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전공의 비율이 높았던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에 공급해왔던 제약사나 수술용 의약품을 납품해왔던 제약사들은 공급 물량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반면 일부 병원이나 의원급 의료기관에 납품하는 제약사들은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서면 점검을 통해 확인한 100개 주요 수련병원의 근무지 이탈 전공의는 8일 오전 11시 기준 1만 1994명이다. 이탈률은 92.9%다. 복지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8일까지 4944명에게 사전 통지서를 발송한 상태다. 이어 나머지 대상자들에게도 순차적으로 사전 통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미복귀 전공의 대상 행정처분 방침에도 파업이 3주차로 접어들었다. 이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제약사들도 애를 태우고 있다. 

우선 전공의를 수련하는 의료기관은 상급종합병원 전체와 대부분 종합병원, 일부 병원으로 집계된다.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를 수련하지 않는 종병과 수련하는 병원이 있지만 그 수는 적은 편이다. 즉 대부분 상급종병과 종병이 전공의 파업의 직격탄을 맞았고 납품 제약사 역시 유사한 상황이다. 상급종병과 종병은 기관별 차이는 있지만 대략 20-30% 입원환자가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입원환자 감소 비율만큼 비례해 원내의약품 공급 물량이 줄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의약품 유통업계 관계자 A씨는 “통상 입원환자가 얼마나 줄었냐를 보면 원내의약품 사용량 감소 추이를 짐작할 수 있다”며 “단, 중증환자가 약물을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환자 형태도 원내의약품 물량을 결정하는 변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최근 대한병원협회 조사에서도 8곳 상급종병만 자료를 제출했을 뿐 다른 기관은 난색을 표명할 정도로 환자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태”라며 “빅5를 제외한 의료기관은 20%에서 30% 가량 입원환자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의료기관에 납품하는 품목별로도 일부 차이가 있다는 업계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상급종병이나 종병에서 진행되는 각종 수술에는 수액제와 혈액제, 항생제, 소염제, 유착방지제 등이 사용된다. 이에 이들 의약품을 병원에 납품하는 제약사들은 이번 파업으로 매출에 직접 타격이 있다고 한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수액제는 부피가 커서 물류비용이 많이 드는 의약품인데 최근 거래 병원 수술 취소나 연기 등으로 공급이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같은 피해가 고스란히 제조사 부담으로 연결된다”고 토로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수술 연기나 취소 비율이 최대 5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수액제 외에도 수술에 필요한 의약품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제약사 외에 상급종병이나 종병 인근 문전약국도 전공의 파업 영향권에 있는 것은 동일하다는 지적이다. 입원 환자와 수술 감소 외에도 외래 환자의 전문의약품 처방이 파업으로 역시 줄었다는 분석이다. 의약품 유통업계 관계자 E씨는 “문전약국이 하루에 받는 처방전이 최대 20%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대형 병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처방전 감소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반면 전공의 파업 여파가 사실상 거의 없다고 파악되는 병원이나 의원급 의료기관에는 일부 환자가 늘었다고 의약품 유통업계는 전했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자가 병원이나 의원으로 이동하거나 소형 수술은 일부 전문병원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다. 파업과는 상관관계가 없지만 최근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일부 이비인후과와 내과 의원에는 감기 환자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의약품 유통업계 관계자 A씨는 “상급종병이나 종병에서 감소한 의약품 물량에 비해 병원이나 의원에서 늘어난 물량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판단된다”며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되면 올 1분기 제약사 매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전공의 파업이 한 달을 넘길 경우 제약업계 매출 하락이 본격적으로 도출될 전망이 제기된다. 환자들에 이어 제약사와 문전약국까지 피해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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