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관계인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 조항 교사범 판단 쟁점
2심, 교사범 처벌규정 없다며 1심 뒤집고 무죄로 판단
징역 1년6월 집유2년→징역 1년3월 집유2년 ‘감형’

하이트진로 박문덕 회장(왼쪽)과 박태영 사장. / 사진=시사저널e 
하이트진로 박문덕 회장(왼쪽)과 박태영 사장. / 사진=시사저널e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맥주캔 납품업체의 거래에 총수 일가의 회사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수십억 원의 ‘일감 몰아주기’를 한 혐의로 기소된 하이트진로 임원들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결이 12일 선고된다.

통행세 거래 관련 혐의에서 ‘공동정범’ 관계를 인정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다. 원심은 공동의 범행이 아닌 교사 행위에 해당하고,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 조항에 ‘교사범’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오는 12일 오전 박태영 하이트진로 사장(박문덕 회장의 장남)과 김인규 대표 등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상고심 판결을 선고한다.

박 사장 등은 하이트진로가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서영이앤티(서영)를 직접 또는 거래처인 삼광글라스(삼광)에게 요구해 10년간 약 100억원을 부당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구체적인 범죄사실은 총 5가지다. ▲하이트진로가 서영에 전문인력 2명을 파견하면서 급여 일부를 지원한 행위(인력지원) ▲직접 구매하던 맥주용 공캔을 서영을 통해 구매한 행위(공캔 통행세거래) ▲공캔 원재료인 알루미늄 코일 구매 시 서영을 끼워넣은 행위(코일 통행세거래) ▲밀폐용기 뚜껑(글라스락 캡) 구매에 서영을 끼워넣은 행위(글라스락캡 통행세 거래) ▲하이트진로가 서영이 자회사 주식을 고가에 매각하도록 우회지원한 행위(주식매각 우회지원) 등이다.

핵심 쟁점은 코일 통행세 거래 관련 혐의다.

검찰은 하이트진로가 거래처인 삼광으로부터 알루미늄 코일을 구매할 때 서영을 끼워 넣고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한 행위가 ‘공동정범’ 관계에 해당한다고 기소했다. 그러나 박 사장은 이는 공동정범 관계가 아닌 교사행위에 해당하고, 공정거래법에는 교사범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어 무죄라고 반박했다.

실제 공정거래법 제45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는 ‘불공정행위를 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교사 행위까지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법 47조(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는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을 뿐, ‘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교사행위를 금지한 내용을 담지 않고 있다.

재판과정에서 코일 통행세 거래 범죄사실이 공동정범인지 교사범인가 쟁점이 된 배경이다. 1심은 공동정범으로 보고 유죄를, 2심은 교사범으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박 사장 등은 항소심에서 형량(징역 1년6월 집유2년→징역 1년3월 집유2년)이 줄었다.

함께 기소된 김인규 대표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 양벌규정으로 재판에 넘겨진 하이트진로 법인에는 벌금 1억5000만원이 선고됐다. 김창규 전 상무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판결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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