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별 차등 배상 원칙···일괄 배상은 고려 안 해
은행연합회 이사회 18일 간담회, 수용 여부 논의할 듯

지난 1월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은행권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액 규모가 1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금융당국이 이번 주 책임분담 기준안을 내놓는다.

금융당국은 11일 홍콩H지수 ELS 검사 결과와 분쟁조정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례별로 0~100%의 차등 배상 원칙으로 일괄 배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앞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F) 사태 땐 각 은행들의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이행 여부, 부당권유 여부에 따라 20~40%에 달하는 기본배상 비율이 정해졌다. 또 투자자별 특성에 따라 최종 40~80%의 배상 비율이 적용되기도 했다.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도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100% 내지는 그에 준하는 배상이 있을 수 있고, 배상이 안 될 수도 있다”며 차등 배상으로 하는 가이드라인 발표를 예고했다.

이 원장은 “연령층, 투자 경험, 투자 목적, 창구에서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 등 수십 가지 요소를 매트릭스에 반영해 어떤 경우에 소비자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하고, 어떤 경우 금융사가 책임져야 하는지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원금 100% 배상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사실상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분들을 상대로 이 같은 상품을 판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럴 경우엔 해당 법률 행위 자체에 대한 취소 사유가 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100% 내지는 이에 준하는 배상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의 책임 분담 기준안이 11일 발표되면 금융사들은 이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하고, 자율배상에 나선다. 주요 은행장들로 구성된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배상안 발표 후 오는 18일 이 원장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자율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나머지 금액에 대해선 금감원의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절차를 밟아야 한다. 판매사와 소비자 중 어느 누구라도 분조위의 조정안을 수용치 않을 경우 배상문제는 법정으로 옮겨가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5개 시중은행이 판매한 홍콩 ELS 상품의 만기 도래 원금은 올해 들어 2월 말까지 1조985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9308억원이 상환되면서 손실액은 1조543억원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확정 손실률은 평균 53.1%다. H지수가 큰 폭 반등을 못하고 현재 흐름을 유지할 경우 전체 손실액은 7조원 안팎까지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ELS는 주식과 채권 등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통상 3년) 때까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 상품이다. 적금과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이 특징이다. 하지만 미리 정한 수준보다 주가가 대규모로 폭락할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홍콩H지수는 중국의 대기업 규제로 IT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며 큰 영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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