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치료제 약효, 전달체가 결정···AAV 주 전달체로 사용돼
AAV 기술 확보 중요성 대두···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국내 '눈길'
치료제 연구개발 진행, 생산계획 有···AAV 기업 투자도 이어가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질병의 원인을 직접적으로 고칠 수 있는 유전자 치료제가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한 축을 형성할 전망인 가운데, 유전자를 전달하는 전달체인 ‘벡터’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현 유전자 치료제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아데노부속바이러스(Adeno-Associated Virus·AAV) 벡터 기술 확보가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동아에스티와 삼성 바이오 계열사가 운영하는 라이프사이언스펀드, 이연제약 등이 AAV 벡터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AAV 매개 유전자 치료제 연구를 시작했다. 라이프사이언스펀드는 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에 투자했다. 이연제약과 뉴라클제네틱스는 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유전자 치료제의 약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유전자 전달체다. 유전자 치료제는 일반적으로 치료 유전자와 전달체(벡터)로 구성된다. 유전자 치료제의 DNA를 환자 체내에 전달해주는 것이 전달체, 즉 벡터다. 

전달체로는 특히 바이러스 벡터가 가장 널리 사용된다. 바이러스는 숙주의 면역체계를 회피하며 유전 물질을 숙주 세포에 효율적으로 전달하도록 진화해왔는데, 이런 바이러스의 기전을 이용해 치료용 DNA를 효과적으로 체내에 주입할 수 있는 것이다. 

바이러스 벡터 중에서 현재 유전자 전달체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AAV 벡터다. AAV 벡터는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 벡터에 비해 안전성이 높고 면역 문제가 낮다. 유전자 전달 효율이 높으며, 기존 전달방식으로는 유전자 주입이 어려웠던 중추신경계, 근육, 안구 등에도 유전자를 전달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최근 새롭게 출시된 유전자 치료제도 AAV 벡터를 사용한다. 지난 1월 캐나다에서 승인을 받은 화이자의 B형 혈우병 신약 ‘베크베즈(Beqvez)’도 AAV를 전달체로 쓴다. 노바티스의 ‘졸겐스마’, CSL베링의 ‘헴제닉스’ 등의 유전자 치료제도 AAV 벡터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AAV 벡터 기술 확보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급증할 전망인데, 시중 유전자 치료제의 절반이 AAV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해 11월 “2028년까지 시중 유전자 치료제의 50%가 AAV를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30년 465억달러(62조7750억원)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실제 현재 출시된 유전자 치료제는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랐다. 노바티스의 척수성근위축증 AAV 유전자 치료제인 졸겐스마(Zolgensma)는 2019년 출시한 이후 2022년까지 36억달러(4조8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기업도 차세대 성장 동력 중 하나로 AAV를 꼽고, 관련 연구 개발과 투자에 나서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AAV 매개 유전자 치료제 연구를 시작했다. 최근 동아에스티는 매사추세츠 주립대 의대(UMass)와 AAV를 활용한 유전자 치료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동아에스티는 면역질환 중 만성 염증성 질환을 타깃으로 AAV 매개 유전자 치료제 공동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UMass는 AAV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 결과를 내놓는 곳으로 꼽힌다. 이번 공동 연구 계약에는 AAV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구아핑 가오 교수가 참여할 예정이다. 특히 동아에스티는 면역계질환 타깃 유전자 치료제 분야 R&D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이번 공동 연구를 시작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혁신적인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해 나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동아에스티의 큰 방향성은 면역항암제와 유전자 치료제”라며 “AAV 등 유전자 치료제 다양한 분야에 주목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외부 기업, 기관, 학교 등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성장 동력을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료=각사, 표=정승아 디자이너
./자료=각사, 표=정승아 디자이너

 

삼성 바이오 계열사가 운영 중인 라이프사이언스펀드는 최근 미국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에 투자를 결정했다. 라이프사이언스 펀드는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조성한 2400억원 규모의 펀드로, 유망한 바이오 기술 기업 지분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

라이프사이언스펀드는 올해 첫 투자처로 미국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 두 곳을 택했는데, 그중 한 곳은 AAV를 기반으로 중추신경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 ‘라투스바이오’로 알려졌다. 

삼성은 계열사 간 시너지를 고려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유전자 치료제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전자 치료제가 기존 위탁개발생산(CDMO) 시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실제 우시 앱태크(WuXi AppTec)와 캐털런트(Catalent) 등 글로벌 CDMO 기업도 AAV 서비스에 진출하고 있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지난 1월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차세대 모달리티 시장 진출 계획을 밝히며 “위탁개발 분야에서 AAV로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연제약은 파트너사 뉴라클제네틱스와 황반변성 유전자 치료제 ‘NG101’을 개발하고 있다. NG101은 AAV 벡터 기반 유전자 치료제다. 습성 노인성 황반변성을 주요 적응증으로 하는 신약으로, 현재 캐나다에서 임상 1/2a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이연제약은 NG101의 원료, 완제에 대한 전 세계 독점 생산권 및 공급 권리도 확보했다. 자체 시설을 통해 향후 진행될 임상 시료 생산에서부터 상용화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AAV 벡터의 제조 및 생산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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