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퇴직연금 월배당 수요와 금리하락기 맞은 부동산리츠 반등 공략
TIGER리츠부동산인프라 독주에 맥쿼리인프라 비중과 美리츠로 차별화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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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이 최근 잇따라 월배당형 부동산리츠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국내 부동산리츠ETF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은 올해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서 퇴직연금을 중심으로 부동산리츠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2019년 출시한 TIGER리츠부동산인프라 ETF다. 삼성자산운용은 TIGER리츠부동산인프라와 차별화를 위해 맥쿼리인프라 비중을 최대한 늘리고 수수료를 최저로 책정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KB자산운용 역시 맥쿼리인프라와 함께 서학개미들이 좋아하는 리얼티인컴 등 미국 증시에 상장된 유명 리츠들을 대거 담았다.

◇ 삼성·KB운용, 월배당형 부동산리츠 ETF 출시 배경은?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은 최근 월배당형 부동산리츠 ETF인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와 ‘KBSTAR 글로벌리얼티인컴’을 각각 상장했다.

삼성자산운용이 지난 5일 상장한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 ETF는 국내 인프라 자산과 국내 상장 리츠에 분산 투자하는 월배당형 부동산 ETF다.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는 맥쿼리인프라를 비롯해 제이알글로벌리츠, ESR켄달스퀘어리츠, SK리츠, 신한알파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롯데리츠, KB스타리츠, 삼성FN리츠, 한화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등을 담고 있다.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의 총보수는 연 0.09%로 국내 최저 수준이다. 매월 마지막 영업일이 배당기준일인 다른 월배당 ETF와 달리 지급 기준일도 매월 15일로 정했다.

KB자산운용 역시 지난달 20일 월배당형 부동산리츠 ETF인 KBSTAR 글로벌리얼티인컴을 상장했다. KBSTAR 글로벌리얼티인컴 ETF 역시 맥쿼리인프라를 가장 많이 담았지만 나머지를 전부 해외 리츠를 담았다는 점이 차별화된다.

특히 맥쿼리인프라와 비슷한 비율로 담은 리얼티인컴(Realty Income)은 매달 분배금을 지급하는 월배당형 리츠로서 세계 최대 상업용 리츠로 유명하다. 지난 54년간 월배당을 지급해 왔고 25년 넘게 배당금을 꾸준히 늘리고 있기에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이고 있는 미국 상장리츠다. 이외 아메리칸 타워, 크라운 캐슬 등 서학개미들 사이에서 유명한 리츠도 대부분 담았다.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이 최근 월배당형 부동산리츠 ETF를 출시한 이유는 올해부터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그동안 위축됐던 부동산리츠 시장이 다시 반등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퇴직연금 시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월배당을 바라는 수요가 많기에 이 수요층을 적극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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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에셋자산운용 독점구도 바꿀 수 있을까

국내 월배당 부동산리츠 ETF 시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사실상 독점체제를 만들어놓은 상태다.

순자산총액 기준 1위부터 3위까지 모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가 차지하고 있고 세 ETF의 시장 점유율은 전체 6271억원 가운데 5224억원으로 83.3%에 달한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2019년 7월 19일 출시한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 ETF는 순자산총액이 3787억원으로 전체 부동산리츠 ETF의 60.3%를 차지하고 있는 ‘원톱’ ETF다.

반면 순자산총액 4위인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다우존스미국리츠(H) ETF는 순자산총액이 189억원에 불과하고 다른 자산운용사들의 부동산리츠 ETF는 그보다 더 작다.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 ETF의 인기의 핵심 비결은 맥쿼리인프라 때문이다. 맥쿼리인프라는 안정적인 배당금 수취를 바라는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펀드 중 하나다.

하지만 맥쿼리인프라는 상장 펀드이기에 연금저축 계좌를 통해서는 매수가 불가능하고 개인형 퇴직연금계좌(IRP)에서 자산의 70%까지 담을 수 있다. 이에 연금저축 계좌에서도 맥쿼리인프라를 담으며 가장 유사한 성격을 지닌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 ETF가 대안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부동산리츠 ETF 순자산총액 3위인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채권TR KIS 역시 메인은 맥쿼리인프라다. 다만 채권 비중을 늘려 IRP 계좌에서도 100% 담을 수 있게 만든 ETF다.

최근 상장한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 ETF와 KBSTAR 글로벌리얼티인컴 ETF 역시 포트폴리오에 맥쿼리인프라를 최대한 담았다는 점에서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 ETF와 방향이 같다.

다만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은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 ETF와 차별화를 위해 각각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 ETF의 경우 맥쿼리인프라 비중을 최대한 늘리고 수수료를 최저 수준으로 책정했다. 매달 15일을 배당기준일로 설정해 격주 배당을 원하는 수요를 선점하고자 한다.

KBSTAR 글로벌리얼티인컴 ETF는 맥쿼리인프라와 함께 리얼티인컴 등 미국 리츠를 담았다.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 ETF는 맥쿼리인프라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국내 상장 리츠로 채웠는데 국내 상장리츠보다 미국 상장리츠를 더 낫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을 유인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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