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AACR에서 연구 성과 공개
유한양행·GC셀·레고켐·에이비엘·루닛 등 다수 참가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내달 종양 분야 세계 최대규모 암학회인 ‘미국암학회(AACR) 연례 학술회의’에 참가해 연구성과를 발표한다. 다양한 항암 신약 파이프라인의 연구 데이터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돼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AACR이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 센터에서 내달 5일부터 10일(현지 시간)까지 진행된다. 지난 1907년 설립된 AACR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유럽종양학회(ESMO)와 함께 세계 3대 암 학술 대회로 꼽히는 글로벌 학회다. 매년 2만여명의 연구자가 모여 암 관련 지식 및 임상 연구를 공유한다.

2024년 ./표=김은실 디자이너
2024년 ./표=김은실 디자이너

국내 기업들이 올해 ACCR에 참석 소식을 알리면서서 업계에서는 각 사별 최신 연구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면역항암제를 비롯해 CAR-NK, 항체약물접합체(ADC) 치료제, 인공지능(AI) 기반 항암 신약 등 차세대 신약 연구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AACR에는 유한양행, 레고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루닛, 와이바이오로직스, 파로스아이바이오, 신라젠 등이 참가한다고 알렸다.

먼저 유한양행은 AACR에서 면역항암제 ‘YH32367’와 ‘YH41723’에 대한 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YH32367은 유한양행과 에이비엘바이오가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이다. 유방암, 위암, 담도암 등 다수의 HER2 발현 고형암에서 기존 항암 치료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국과 호주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 이번 학회를 통해 최초 공개할 YH41723은 PD-L1, TIGIT 2중 타깃 면역항암제다. 전임상 시험을 통해 확보한 YH41723의 항암 효력 결과와 비임상 개발 현황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YH32367은 올해 상반기까지 임상 1상 용량 증량 시험의 환자 모집을 마치고 하반기 최적용량 설정을 위한 시험 개시를 목표 중”이라며 “임상 시험 국가 역시 한국과 호주 외 미국까지 추가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포치료제 개발 기업 GC셀은 악성 T세포 림프종을 타깃으로 하는 CD5 CAR-NK 치료제 ‘GL205/GCC2005’의 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항암면역 세포치료제인 ‘이뮨셀엘씨주’의 리얼월드 데이터(RWD)도 함께 공개한다.

T세포 림프종은 항암 화학요법을 제외하면 치료 옵션이 거의 없는 악성 종양으로,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질환이다. GC셀은 GL205/GCC2005를 T세포 림프종에서 발현되는 CD5를 타깃하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를 동종 제대혈 유래 NK세포에 장착해 개발하고 있다.

GC셀 관계자는 “GL205/GCC2005는 대부분의 T세포에 발현되는 CD5를 타깃해 넓은 환자 범위에 적용 가능하다”며 “기존 CAR-T 세포치료제의 제조 및 배양 이슈를 극복할 수 있는 신규 모달리티”라고 강조했다. 이어 “표적치료제 또는 면역항암제와 이뮨셀엘씨주의 병용 투여에 대한 유효성과 안전성 관련 리얼월드 데이터 분석 결과도 포스터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레고켐바이오는 기존에 발표한 적 없는 이중항체 기반 ADC 치료제 ‘LCB36’의 전임상 결과를 첫 공개할 예정이다. LCB36은 B세포 혈액암에서 흔히 알려진 표적 단백질인 CD20과 CD22를 표적하는 ADC다.  이번 학회에서 쥐와 영장류에서 얻은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세부 데이터를 공개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AACR에서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ABL112’와 ‘ABL407’의 비임상 데이터를 포스터로 발표할 예정이다. ABL112와 ABL407은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한 4-1BB 기반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T(Grabody-T)’가 적용된 파이프라인이다. 이번 AACR에서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 체결도 모색할 계획이다.

신라젠은 항암바이러스 ‘펙사벡’을 포함해 항암제 ‘BAL0891’ 1건,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SJ-600시리즈’ 2건 총 4건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이중 이번 학회에서 발표할 펙사벡 연구는 ‘미세생리학적 시스템을 이용한 혈관형성 위암 3차원 공동배양 모델’이다. 신라젠에 따르면 펙사벡은 최근 전이성 또는 절제 불가능한 신세포암(RCC, 신장암) 대상으로 리브타요와 병용임상 1b·2a상을 완료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관련 임상시험결과보고서(CSR)를 제출한 상태다.

이 밖에도 루닛은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를 활용해 암 치료 분야에서 AI 기술의 역할을 입증하는 7편의 연구 성과를 발표한다. 티움바이오와 지놈앤컴퍼니는 각각 면역항암제 ‘TU2218’와 ‘GENA-104’에 대한 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항-CD39 항체로 개발 중인 ‘AR062’에 대한 특성 및 효능 연구 결과를 공개한다.

AACR은 주로 후기 임상보다 초기 임상(전임상~임상 1상) 단계에 있는 신약 연구 결과가 발표된다. 특히 기존에 공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항암 파이프라인과 초기 연구 성과가 공개되기도 한다. 업계가 매년 AACR 참가 기업과 연구 성과 발표에 주목하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학회는 국내 기업들이 파이프라인을 소개하고 그에 따른 파트너쉽과 기술이전 비즈니스 미팅이 성사되는 자리”라며 “기존에 공개된 항암 신약뿐만 아니라 초기 단계에서 개발 중인 신약 연구성과가 최초로 공개돼 매해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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