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나트륨(소듐) 이온 배터리 개발 의지
삼성SDI도 연구 과제 채택 고려
LFP보다 생산 비용 최대 24% 저렴
中, 오는 2025년 본격 양산···2035년, 19조 시장 성장 전망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더 배터리 컨퍼런스 2024'에서 이존하 SK 부사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용석 기자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더 배터리 컨퍼런스 2024'에서 이존하 SK 부사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용석 기자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나트륨(소듐) 이온 배터리도 출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존하 SK온 부사장은 지난 7일 ‘인터배터리 2024’ 행사의 ‘더 배터리 컨퍼런스’에서 회사의 차세대 제품 개발 동향에 대해 발표를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부사장은 “(배터리 포트폴리오) 다양성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하면서 개인적으로 소듐 이온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저가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면 리튬인산철(LFP)과 같이 소듐 이온 배터리가 미래에 어떠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보급형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니켈·코발트·망간(NCM),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등 삼원계 배터리를 중심으로 성장했던 국내 배터리 업계도 저가 배터리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앞서 배터리 3사는 지난해부터 국산 LFP 배터리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저가 시장을 선점한 중국 업체들과 정면 대결을 예고했다. 최근 국내 배터리 3사는 구체적인 LFP 배터리 양산 계획 시점을 못 박았다. 가장 양산이 빠른 업체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 오는 2025년 하반기를 목표로 한다. 삼성SDI와 SK온 양사 모두 LFP 개발을 마무리한 상태로, 오는 2026년 양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중저가 자동차를 대상으로 완성차 업체들의 LFP 배터리 채용이 늘면서 저가형 배터리 수요가 크게 늘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이 시장서 선전하고 있지만, 시장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중국산 제품에 패널티를 부과하는 법안 등으로 국산 LFP 배터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지난 6일 ‘인터배터리 2024’에서 취재진과 만나 “중국이 LFP 배터리를 먼저 하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왔다”면서도 “시장이 블록화되고 있기 때문에 북미 시장을 고려하면 국내 업체들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들어 배터리 업계는 LFP 배터리보다 생산단가가 저렴한 소듐 이온 배터리 개발 의지를 속속 내비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도 소듐 이온 배터리 개발을 연구과제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소듐 이온 배터리는 짧은 주행거리가 단점인 LFP배터리보다도 에너지밀도가 15~20% 이상 작다”면서 “다만 향후 연구개발(R&D)을 통해 LFP배터리와 에너지밀도 격차를 10% 이내로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고 했다. 

CATL이 개발한 소듐 이온 배터리. /사진=CATL
CATL이 개발한 소듐 이온 배터리. /사진=CATL

소듐 이온 배터리는 리튬을 소듐으로 대체한 배터리다. 소듐은 주기율표에서 리튬 바로 아래에 위치해 리튬과 화학적 성질이 유사하면서도 매장량은 수백배 많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LFP 배터리보다도 최대 24%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안정성이 높고 저온에서의 성능 저하가 크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차업체 SNE리서치는 “소듐 이온 배터리 시장이 중국 주도 하에 2035년 연간 19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향후 LFP 배터리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중저가 시장 내 비중이 커질 것이란 예측이다.

정부도 소듐 이온 배터리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강경성 산업부 1차관은 최근 LFP·소듐 등의 보급형 배터리 개발과 재사용·재활용의 친환경 기술 개발에 향후 5년간 5000억원 이상 규모의 R&D를 지원할 것을 밝혔다. 

다만 LFP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소듐 이온 배터리 선두주자는 중국이다. 중국 CATL은 지난달 소듐 이온 배터리와 관련한 국제 특허를 출원했다. BYD(비야디)는 쑤저우에 100억위안(약 1조8333억원)을 들여 건설하는 첫 소듐 이온 배터리 생산공장을 착공했다. 

중국은 당장 내년부터 본격적인 소듐 이온 배터리 양산 단계에 들어간다. 소형 전기차, 이륜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서 소듐 이온 배터리가 채용될 전망이다. 중국 기업들이 계획한 소듐 이온 배터리 생산능력은 오는 2035년 464GWh에 이른다. 이는 SK온의 2030년 전체 생산능력과 맞먹는다. 당장 국내 배터리업계가 개발에 나선다 해도 중국의 뒤를 쫓는 후발주자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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