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매출 100조원 육박···송 사장 작년 33억 벌어
경쟁력 쇄신 위한 결단 유효 평가···“소통·추진력이 강점”

송호성 기아 사장. / 사진=기아
송호성 기아 사장. / 사진=기아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이달 취임 4주년을 맞은 송호성 기아 사장이 재직 기간 기업 실적을 크게 늘리고 ‘몸값’을 불리는데도 성공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기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송호성 사장은 지난해 급여 32억6800만원을 수령했다.

급여 11억1600만원, 상여금 21억4900만원, 기타 근로소득(장기근속 포상 등) 300만원씩 받았다. 송 사장의 보수는 취임 첫 해인 2020년 8억6800만원(취임 전 2억7100만원 제외)에서 3.8배(276%)나 증가했다.

송 사장 연봉의 급격한 인상은 같은 기간 기아의 성장세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아는 2020년 불거진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는 동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국내외 시장에 활발히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사내 최고 매출액을 경신했다. 기아 매출액은 2020년 59조1681억원에서 지난해 1.7배(69%) 증가한 99조8084억원을 기록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의 보수 및 기업 매출액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송호성 기아 사장의 보수 및 기업 매출액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기아 실적이 규모 측면에서는 형제격 브랜드인 현대자동차에 못 미치지만 최근 수익성, 기업가치 측면에서 일시적으로 추월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지난해 각사 영업이익률은 현대차 9.3%, 기아 11.6%로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연 100만원을 벌어 현대차 9만3천원, 기아 11만6000원씩 남긴 셈으로 기아가 매출 대비 마진을 더 많이 남겼다는 뜻이다.

기아는 이에 더해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창출 능력과 브랜드 가치, 성장성 등을 인정받아 현대차의 시가총액을 한 때 뛰어넘기도 했다. 지난 1월31일 장마감 기준 각 사의 시총은 현대차 41조1640억원, 기아 41조3703억원으로 지난 2001년 이후 23년만에 기아가 현대차 시총을 상회했다. 전날 각 사 시총은 현대차 52조8829억원, 기아 50조6978억원으로 현대차가 다시 웃돌았다.

송호성 기아 사장이 지난해 4월 5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개최된 CEO 인베스터 데이에 참석해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기아
송호성 기아 사장이 지난해 4월 5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개최된 CEO 인베스터 데이에 참석해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기아

◇‘기아’로 사명 변경···모빌리티 기업 변신 주도

송 사장이 재직 중 기아 성장에 기여한 부분으로 크게 브랜드 이미지 쇄신을 통한 시장 입지 강화가 꼽힌다. 송 사장은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대응하는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기아자동차였던 사명을 기아로 30년 만에 변경하는 결단을 내렸다. 기아가 자동차 제조사에서 더 나아가 고객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는 모빌리티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결정이다.

이 일환으로 전동화 전략 ‘플랜 S’를 선포하고 전동화 시스템, 자율주행 등 신기술을 접목한 상업용 차량(목적기반모빌리티·PBV)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했다. 이후 PBV 사업 육성을 위해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역량을 모두 섭렵하는데 힘쓰는 중이다. 또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역량을 공유하며 기술 경쟁력 강화에 시너지를 일으키는 중이다.

송 사장은 지난해 4월 5일 여의도에서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 참석해 “기아는 2021년 사명, 로고, 상품과 디자인, 고객접점, 기업 전략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전환을 실행에 옮기며 브랜드 가치가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세번째)과 송호성 기아 사장(왼쪽 두번째)이 지난 1월 3일 경기 광명시에 위치한 기아 공장 오토랜드 광명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살펴보고 있다. 송호성 사장은 이날 현장에서 열린 신년회에 참석해, 기아가 전동화 대중화를 선도하는 중추적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세번째)과 송호성 기아 사장(왼쪽 두번째)이 지난 1월 3일 경기 광명시에 위치한 기아 공장 오토랜드 광명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살펴보고 있다. 송호성 사장은 이날 현장에서 열린 신년회에 참석해, 기아가 전동화 대중화를 선도하는 중추적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사원서 사장된 입지전적 인재···“리더십 적재적소 발휘”

송 사장이 현대차그룹에서 말단 사원으로 시작해 사장직까지 오르기까지 습득한 업무, 소통 능력도 경영자로서 역량 발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1962년생으로 올해 62세인 송 사장은 1988년 현대차 입사 후 2007년부터 프랑스판매법인장을 시작으로 기아에서 줄곧 근무해왔다.

송 사장은 그간 국내외 사업장에서 다양한 직종을 경험하며 실무 능력을 쌓았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 등 동료와 원활히 소통하며 시너지를 창출하는 한편, 강한 추진력을 발휘해 사업상 결단을 신속히 내리는 등 상황에 맞춘 리더십을 발휘해왔다는 평가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송 사장은 리더로서 임직원 고충을 헤아리고 품어줘야 할 때와 사업을 빠르게 밀어부쳐야할 때를 균형 있게 판단하며 경영에 임한 것으로 안다”며 “운이 따랐던 부분도 있겠지만 말단 사원부터 쌓아온 업무 노하우가 송 사장 리더십을 다지는 자양분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사장의 현재 임기는 내년 3월 29일까지다. 기아는 오는 2027년까지 전기차 라인업 15종을 마련하고, 2030년 글로벌 신차 430만대 판매 등 목표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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